▶ ■긴급진단-잇단 차량 내 아동방치 무엇이 문제인가
한인부모들 자식사랑 유별나지만
아동학대.방임에 대한 인식 부족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지난 30일 뉴저지에서 한인주부가 여아(2세)를 홀로 차안에 둔 채 샤핑하다가 경찰에 체포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본보 7월31일자 A1면> 한인사회는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다행히 아이의 건강에는 큰 이상이 없다는 소식이 전해져 한숨을 돌리긴 했지만, 매년 이맘때면 어김없이 터지는 차량내 아동방치 뉴스에 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실제 불볕더위에 아이를 차량에 방치했다가 체포된 한인부모 사례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5월 플로리다에서 16개월 된 한인 아이가 화씨 90도가 넘는 날씨에 차 안에 방치돼 있다가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있었고, 지난해 9월에는 펜실베니아 한인 샤핑몰 주차장에서 23개월 된 여아가 땀에 흠뻑 젖은 채 경찰에 의해 구조됐다.
또한 올 7월 캘리포니아의 한인 부부 역시 3세된 딸을 차량 내에 남겨뒀다가 현장에서 붙들렸으며, 5년 전 뉴저지에 거주하는 30대 한인주부 역시 23개월 난 아들을 차에 둔 채 샤핑에 나섰다가 이후 도착한 경찰에 의해 체포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아동 방치 사건의 대부분은 부모들의 ‘무지’ 또는 ‘문화적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실례로 30일 샤핑을 마치고 경찰과 마주한 2세 여아의 엄마인 김모씨의 표정은 처음엔 정확히 어떤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르는 듯 보였다. 시간이 조금 흐른 뒤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깨달은 김씨가 경찰에게 ‘미안하다’며 경찰 손에 안겨진 아이를 되찾아오려고 했지만, 경찰은 아이가 죽을 뻔한 사실을 아느냐며 호통을 쳤다.
당시 현장에 있던 한 목격자는 “차량의 창문이 조금 열려 있었다”면서 “설마 저 정도 열어놓고 가면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던 건가…”라며 비난하기도 했다.
뉴욕차일드센터 아시안정신건강클리닉 윤성민 소장은 이에 대해 “한국 부모들은 굉장히 자식을 사랑하는 사람들이지만 아동 학대와 방임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특히 윤 소장은 “한국에선 5세짜리 아이가 혼자 외출을 하는 모습이 매우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다”면서 “한국에서부터 익혀진 이같은 생활습관과 행동이 이민을 와서도 무의식적으로 남아있어 차량에 아이를 방치하는 것도 괜찮을 거라고 오판을 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한인들이 많이 모이는 교회와 유아원, 유치원 등을 중심으로 일종의 ‘아동 학대와 방임’ 방지 캠페인을 펼쳐야 한다고 조언한다.
문화 차이와 함께 무지에서 비롯된 일인 만큼 더욱더 홍보해 인식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차량 내 방치 뿐 아니라 집 안에 어린 아이를 혼자 두고 외출하는 등의 문제가 잦은 한인 사회가 이를 ‘범죄 행위’임을 인식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캠페인을 펼쳐나가야 한다는 주장이다.<함지하 기자> A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