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비 시민권자 사망 때 미국자산 이전

2015-07-31 (금) 강영찬 / CPA
크게 작게
최근에 한 한인여성이 사망한 한국 친구의 명의로 LA 은행에 예치되어 있는 200만달러를 찾는 방법을 문의해 온 적이 있다. 이 여성은 어떤 사유로 200만달러를 한국 친구에게 대여해 주었고 그 돈이 LA의 한 은행에 예치되어 있는 상황에서 차입해 간 친구가 미국에서 인정할 수 있는 유언이나 신탁 없이 숨지게 된 것이다.

이 여성이 약속어음을 제시하며 은행에 200만달러를 자신에게 지급해 줄 것을 요구했지만 은행은 예치된 계좌의 수혜자가 이 여성임을 입증할 명확한 자료가 없다는 점을 이유로 들어 요구를 거절했다. 이 여성의 경우, 은행계좌를 공동계좌로 개설하고 한 사람이 사망 때 다른 사람이 계좌에 대한 권리를 모두 소유할 수 있도록 계좌(Joint Account with Right of Survivorship)를 만들었다면 이같은 문제는 충분히 피해 갈 수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의 이름이 계좌에 드러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그녀는 이제 200만달러를 자칫 캘리포니아주 정부가 가져가는 위험에 처해 있다. 은행은 찾아가지 않는 고객 자산을 일정한 시점이 지난 후에는 가주 정부에 양도해야 하기 때문이다(자산의 종류에 따라 다르기는 하나 대체로 3년이 지나면 찾아가지 않는 고객 자산은 주에 양도되게 된다).


또 다른 사례로 얼마 전 한 노신사가 나의 사무실을 방문한 적이 있다. 노신사는 한국의 오랜 친구와 LA에 집을 한 채 공동으로 소유하고 있었으나 친구가 세상을 떠나면서 한국과 미국의 모든 자산을 그의 미국 거주 자녀에게 물려주었다. 그의 한국 친구는 유언장을 통해 LA 집을 자녀에게 물려주었으며 신탁을 마련해 놓지 않아 probate 절차를 밟게 되었다.

Probate는 망자의 재산이 유언과 주법에 의해 어떻게 나누고 누구에게 귀속되는가를 가리는 법원의 절차이다. 이 절차는 보통 1~2년이 소요되고 망자의 재산 1.5%에서 3%가 비용으로 지출된다. 만약 숨진 한국 친구가 신탁을 마련해 놓았더라면 LA 집은 법원에 이같은 사실을 통보함으로써 간단히 처리될 수 있는 문제였다.

미국은 비거주 외국인이 미국 내 자산을 보유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비교적 간단한 시스템을 가지고 있지만 비거주자가 사망할 경우 그 재산의 양도에 관해서는 매우 까다로운 제도를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비거주 외국인이 미국 내 부동산이나 금융계좌 등 자산을 보유하게 될 경우에는 주의가 요구된다.

설상가상으로 노신사의 사망한 한국 친구는 LA 집 가치의 반에 대해 약 35%의 상속세를 내야했다. 상속세를 내지 않으면 미국 법원이 집의 권리 이전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미국 시민권자나 영주권자는 증여와 상속을 합해 평생 최대 543만달러까지 세금 없이 물려줄 수 있다. 그러나 비거주 외국인은 6만달러가 넘는 증여나 상속에 대해 세금을 내야 한다.

미국 시민권자나 영주권자의 경우 자산의 가치는 관련 채무를 제외한 순자산을 기초로 한다. 그러나 비거주 외국인의 경우 전 세계의 다른 자산이 모두 공개될 때에만 순자산을 기초로 한 자산가치를 산정하게 된다. 대부분의 비거주 외국인이 미국 정부에 타국에 속한 자산까지 공개하기를 꺼림으로 인해 비거주 외국인이 증여 혹은 상속을 할 경우에 결국 더 많은 세금을 내게 되는 것이다.

미국에서 자산을 취득하는 시점에서 약간의 계획을 한다면 많은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신탁(trust)을 설정, 비거주 외국인의 유고 때 자산이 누구에게 귀속되는지 명시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probate 비용을 피해갈 뿐만 아니라 비거주 외국인의 사망 때 자산의 소유자 변경이 곧바로 이루어지게 된다.

앞서 언급한 노신사의 경우, LA 집의 명의가 변경되는데 약 2년이 걸렸다. 부동산 시장이 좋을 때여서 이후 처분이 쉬웠던 것은 다행이었다. 물론 신탁의 설정이 증여 및 상속세 자체를 면제시켜 주는 것은 아니다.


앞서의 사례에서 부모의 LA 집과 한국 자산을 물려받은 미국 거주 자녀는 3520 양식을 통해 미국 정부에 세금보고를 해야 한다. 사망한 한국인은 비거주 외국인의 상속 세금보고서인 706-NA 양식을 통해 세금을 보고해야 한다. 이같은 세금보고들이 이뤄지지 않으면 자산의 양도는 이뤄지지 않는다.

비거주 외국인은 따라서 미국 자산에 투자할 경우, 증여 및 상속에 대해 미리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


(562)865-2727, steve@kagwllp.com

<강영찬 / CPA>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