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볼티모어 인근 안나산 기도원
▶ 정신질환 30대 한인남성 범행 후 자수
27일 경찰차가 한국인 목사가 살해당한 안나산 기도원의 출입구를 통제하고 있다.
예배 중 11차례 무참히 찔러...말리던 사모도 중태
“한인들이 날 무시하고 깔본다”
사건 전날도 음식투정 난동
정신질환을 앓아온 30대 한인남성이 한인교회 기도원에서 60대 한국인 목사 부부에게 칼을 휘둘러 목사를 무참히 살해하고 목사 부인을 중태에 빠뜨리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메릴랜드 프레드릭 카운티 경찰에 따르면 지난 26일 오후 7시30분께 볼티모어 서쪽 슈거로프산 인근 어배너에 소재한 안나산 기도원에서 한인 시민권자인 김송수(30)씨가 한국인 목사 부부를 향해 칼을 휘둘러 남편 박(62)모씨가 현장에서 사망하고 아내 고(57)모씨가 중상을 입었다.
사건 직전 김씨는 기도원 부엌에서 칼을 갖고 나온 뒤 박 목사 부부와 또 다른 여성 2명 등 4명이 기도를 하고 있는 방에 들어가 박 목사를 11차례나 찔러 살해했다. 또 이를 말리던 박목사 부인도 4차례 칼에 찔려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부상 정도가 심각하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용의자 김씨는 범행 직후 기도원을 빠져나와 길을 걸으며 오후 7시45분께 911에 전화를 걸어 “내가 사람을 찔러 구급차가 필요하다. 체포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며 자수했다. 김씨는 현재 1급 및 2급 살인죄와 1급 및 2급 살인미수 혐의로 구치소에 수감 중이다.
경찰은 “사건 현장이 피범벅으로 얼룩져 매우 참혹했다”며 끔찍했던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경찰에 따르면 숨진 박 목사와 부인 고씨는 7월초 선교 방문차 미국에 왔으며, 기도원에서 자원봉사로 요리와 음식 서빙 등을 맡아오다 이날 변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용의자 김씨는 사건 발생 5일 전 자신의 어머니와 함께 기도원으로 왔으며 사건 발생 전날인 25일에도 기도원 음식에 대해 불만을 터트리는 등 난동을 부려 기도원 관계자가 신고를 해 경찰이 출동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에서 태어나 이민 온 김씨는 현재 미국 시민권자 신분으로 경찰 조사과정에서 “한인들이 자신을 무시하고 깔본다”며 “자기가 당한대로 한인들에게 보복하고 싶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아들의 범행소식을 전해들은 김씨의 어머니는 “아들은 10세때부터 정신질환을 앓아왔으며, 최근에는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면서 “”치료에 도움이 될까 해서 기도원에 데려다 놓았는데 이 같은 일이 일어나 믿기지 않는다“며 눈물을 지었다.
김씨는 가정폭력과 음주운전, 마약소지 등 여러 범죄전력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번 사건의 동기가 아직 불분명하고 김씨와 피해자 부부가 서로 아는 사이인지도 확실치 않다고 밝혔다.
한편 뉴욕일원 한인들에게도 잘 알려진 안나산 기도원은 지난 1983년 설립됐으며, 지난 5월 뉴욕효신장로교회의 문석호 목사가 제2대 원장으로 취임한 것으로 전해졌다.<조진우·박광덕 기자> A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