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타임스 매거진(The New Your Times Magazine)은 “왜 누구는 스트레스에 강하고, 누구는 약한가?” (Why Can Some Kids Handle Pressure While Others Fall Apart?)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유전자와 스트레스 대처 능력의 상관관계를 조사한 이 기사는 놀라운 결론을 내리고 있다. 즉 ‘시험불안증’ (test anxiety)이 유전적인 요소를 갖고 있지만, 이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대학 입학시험을 치르는 779명의 타이완 학생들의 혈액 샘플을 바탕으로 학생들을 COMT 유전자 타입별로 분류하였다. COMT 유전자는 전두엽 피질에서 도파민(dopamine)을 없애는 효소를 만들어내는 유전자이다.
우리의 두뇌가 제대로 작동되려면, 도파민의 레벨이 적당하게 유지되어야 한다. 도파민이 너무 많이 분비되어도, 혹은 너무 적게 분비되어도 정상적인 두뇌활동에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우리의 두뇌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도파민을 과다하게 분비하는데, 도파민이 너무 많을 경우 두뇌는 너무 빠르게 움직이기 때문에 본래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게 된다.
COMT에는 두 가지의 변형 유전자가 있다.
하나는 도파민을 너무 천천히 없애는 COMT 변형 유전자이고, 또 하나는 도파민을 너무 빠르게 없애는 COMT 변형 유전자이다. 연구자들은 학생들의 유전자를 조사해서, 학생들을 COMT 변형 유전자 그룹별로 분류한 후, 이들의 시험 성적을 비교했다. 실험 결과, 빠르게 반응하는 COMT 변형 유전자를 가진 학생들은 느리게 반응하는 COMT 변형 유전자를 가진 학생들에 비해 8%나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렇다고 해서 빠르게 반응하는 COMT 유전자가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에 유리하다고 결론을 내릴 수는 없다.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스트레스가 없는 상황에서는 느리게 반응하는 COMT 유전자를 갖고 있는 학생들이 인지기술이 필요한 작업을 훨씬 더 잘 수행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즉 도파민 분비가 많아지는 스트레스의 상황에서만 느리게 반응하는 COMT 유전자가 문제가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사람들이 이 두 가지 그룹으로 분류되는 것은 아니다. 대략 50%의 사람들만이 이러한 두 가지 그룹 중 하나에 속하게 되고, 나머지 사람들은 두 가지 성향을 모두 갖고 있기 때문이다.
유전자와 스트레스 대처 능력에 관한 연구는 계속되었고, 느리게 반응하는 COMT 유전자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스트레스의 상황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 역시 진행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일련의 실험 결과는 시험 불안증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생들에게 매우 희망적인 메시지를 주고 있다.
느리게 반응하는 COMT 유전자로 인해 시험 불안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기존의 처방처럼 무조건 스트레스를 피할 것이 아니라, 단계적으로 스트레스의 상황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경험과 연습을 통해 이를 극복할 수 있다는 연구 자료가 나온 것이다.
반복적인 연습뿐 아니라, 스트레스 자체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서도 다른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하버드 대학 연구팀은 대학원 입학시험인 GRE를 치르는 수험생들을 대상으로 스트레스를 바라보는 시선에 따른 점수 차이를 실험했다.
실험자들은 피실험자들에게 스트레스가 인지능력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실험을 하는 것이라고 밝혔고, 이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한 그룹에게는 ‘시험 불안증이 있는 사람들이 실제 시험에서는 더 높은 점수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적힌 종이를 나누어주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실험 결과, 이 종이를 받은 그룹은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시험성적이 무려 50점(800점 만점에서)이나 높게 나왔다. 연구자들은 피실험자들이 시험을 보는 중 타액을 채취해서 조사했는데, 타액 분석 결과 이 두 그룹의 스트레스의 정도는 비슷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즉 동일한 스트레스의 상황에서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이는 수많은 시험을 치러야 하는 우리 학생들에게 매우 희망적인 메시지이다. 학교에서는 A를 받지만, 시험 불안증으로 SAT와 같은 표준고사에 취약한 학생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런 학생들은 모의시험 등을 통해 동일한 스트레스의 상황에 반복적, 체계적으로 노출되고, 이에 적응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또한 스트레스의 상황에 대해 보다 긍정적인 태도로 임하는 것을 연습해야 한다. 긴장이 더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긴장으로 인해 패닉상태가 되는 것이 아니라, 긴장이 더 좋은 결과를 낳을 수있다는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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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빗 김 / C2 교육센터 대표·하버드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