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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네티컷/ 칼럼: 메르스에 대한 소견

2015-07-1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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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자(정신과 의사)

우리에게 생소한 메르스 (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 중동 호흡기 증후군)는 2012년에 중동에서 시작된 호흡기 감염 병인데 병균은 MERS-코로나 바이러스로 중동에 있는 동물 (낙타)에서 전염된다고 추측된다.

메르스에 대한 전문가도 아닌 내가 이 질병에 대해 얘기하는 이유는 첫 환자가 발생한 5월 20일부터 공포의 수준에 다다른 6월10일까지 나는 한국을 방문했고 그 동안 내가 보고 느낀 소감을 말하려고 한다.


나는 1965년에 이화의대를 졸업했고 이번에 졸업 50주년 기념으로 우리 동기들의 동창회 행사에 참가하고 친지들을 방문하기 위해 한국에 갔었다. 지난 5월20일에 첫 환자가 발생했다고 하나 이 병에 대해서 내가 처음으로 귀를 기울인 것은 5월 29일 며칠 간의 대학 동창회 행사를 마치고 밤에 택시를 타고 가는데 라디오 방송을 듣던 택시 기사가 흥분을 하며 첫 환자를 비판하는 것이었다.

“늙은이가 집에 조용히 앉아 있지 외화 낭비해 가며 중동에 가서 낙타에 의해 전염된 몹쓸 병을 들여왔다”고 했다. 나는 그래서 그 첫 환자가 70세 이상의 노인이 관광으로 중동에 가서 낙타를 타다가 그 침에 감염되어 병에 걸린 줄 알았다. 후에 알았지만 그 환자는 60여세의 노인으로 사업차 중동에 갔었고 낙타와의 접촉은 없었다고 한다.

그래도 나는 계획대로 지방 여행도 다녀오고 친지들도 모두 만났다. 그런데 6월5일부터는 사람들의 불안이 나에게도 느껴졌다. 이 병으로 사망한 분들이 보통 면역이 약한 노인들이라 해서인지 전철을 타도 노인석이 텅 비어있고 많은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다니고 백화점에도 호텔의 식당에도 텅 빈 것 같고 어떤 친구들은 만나는 계획도 취소했다. 6월7일 삼성병원에서 환자가 발생했다는 소식 후에는 “강남에는 가지도 말라”고 엄포를 놓았다.

이렇게 시민들이 공포에 떨고 어수선하니 나는 그 옛날 다른 전염병이 돌았을 때도 시민들이 공포에 떨었던 기억이 났다. 1963년 우리가 본과 3학년이었던 그해 9월21일에 부산에서 첫 콜레라 환자가 발생하여 10월25일까지 1,000여명의 환자가 발생했고 70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각 급 학교는 학교장 재량으로 휴교를 하기도 했다.

콜레라는 후진국 병으로 비위생적인 곳에 생기는 병이었다. 증상은 쌀뜨물 같은 설사로 탈수증세를 일으킨다. 원인은 수인성 전염균인 vibrio 콜레라이고 예방은 손 씻기와 음식을 완전히 조리해서 먹는 것이었다.

그때 전국의 8개 의과대학 3학년들이 발탁되어 전국의 보건소로 흩어져 나가서 예방접종과 교육을 시키는 일을 했다. 우리는 국립방역 연구소에 가서 이 질병에 대한 교육과 예방 접종하는 것을 배운 후 곧 일을 시작했다.

나는 서울 중구 보건소로 배치되어 서울역과 각 시장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 가서 예방접종을 했다. 그때 우리나라는 가난했다 (GNP가 $1,645; 2014년에는 $36,000). 그때는 일회용 주사 바늘이나 일회용 알코올 스펀지가 없어서 주사기 속에 예방접종약을 가득 담은 후 같은 주사 바늘로 여러 명에게 접종했다. 주사바늘 소독은 알코올에 적신 솜으로 닦는 정도였다.


그래도 긴 줄을 늘어선 사람들이 불평 없이 협력을 잘 했던 것 같다. 한번은 충무로의 무학성이라는 댄스홀에 갔다. 2층으로 인도된 우리들은 예쁜 명동의 멋쟁이들 약 30명이 앉아 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 그들은 아래층의 댄스홀에서 불림 받기를 기다리는 댄서들 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접종 받기를 거절했다. 한 여자는 “죽게 되면 죽으라지”라고 마치 인생을 포기한 태도를 보였는데 이는 남대문 시장의 좌판장사 상인들이 앞을 다투어 예방접종 받으려는 것과는 대조적이라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그때는 한국에 결핵환자도 많았고 길에다 침 뱉는 사람도 많았다.

이번 한국 방문 시 아직도 길에다 침 뱉는 사람을 보니 옛날 생각이 났다. 콜레라는 메르스와 전혀 다른 병이지만 전염병이 돌 때 사람들의 불안과 공포의 심리는 비슷한 것 같다.

나는 이번 한국에 머무는 동안 거의 전철을 이용했는데 전철 속에서 목격한 것은 사람들이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입을 가리지 않고 하거나 또는 손으로 입을 가리고 기침하는 것을 보았는데 이것은 극히 비위생적이다.

우리가 기침을 할 때 3,000개의 미세한 침방울들이 시속 50마일로 확산되고 재채기는 더 빨리 나간다고 한다. 또 손에다 기침을 하면 그 손에 세균이 묻어 있고 그 손으로 문고리나 엘리베이터 버튼을 만지면 남에게도 감염되는 것을 알아야 하고 또 외출 후에는 집에 와서 손 씻는 버릇을 길러야 한다.

미국에서는 데이케어나 유치원에서 어릴 때부터 손 씻는 방법과 습관 그리고 기침할 때는 팔을 굽혀서 팔에 입을 대고 기침을 해서 침방울들이 퍼지는 것을 방지하는 것을 가르친다.

나는 6월6일부터 기침이 나고 목이 아픈 것 같아서 메르스와는 다른 것이지만 혹시 열이라도 나면 미국에 입국을 못할까 불안했다. 그래서 지인에게 감기약 처방을 받아 복용하기 시작했고 6월 10일에 미국에 입국해서야 안심을 했다. 그날 저녁 미국 TV 뉴스에서 한국의 메르스에 관해 보도 하는 것을 보았다. 이번 메르스 전염병도 점점 줄어드는 추세에 있고 또 의료기술 일등국민 한국이 속히 이 병을 이겨낼 것을 믿는다.

지금은 글로벌 시대다. 앞으로도 어느 국가를 막론하고 전염병의 발생은 불가피하다. 언제 어디서 변형된 병균으로 어떤 병이 생길지는 아무도 모른다. 문제는 병이 발생했을 때 즉시 병에 대한 공개와 또 특별한 치료가 없으면 예방조치를 취하여 국민들에게 교육을 시키고 국민들 또한 해당기관의 지시에 적극 협조하는 시민의식을 발휘해야 한다.

이번 한국방문에서 느낀 것은 아주 작은 일이지만 기침과 재채기하는 바른 습관을 어려서부터 가르치고 침 뱉는 버릇을 없앴으면 하는 것이다.

한국의 의료 기술이 일류라고 했지만 의료문화의 허점도 많이 발견되어서 이 또한 시정한다고 하니 이 위기를 통하여 한국이 세계에서 모범적인 방역 국가가 될 것을 믿는다. 유비무환은 국가 간의 전쟁뿐 아니라 전염병과의 전쟁에도 해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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