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과 신장병】
당뇨 합병증 중에는 신장병(콩팥병)이 있다. 하지만 신장이 망가질 때까지 별 증상이 없기 때문에 그대로 방치하는 당뇨병 환자들이 많아 문제다.
조동혁 내과·신장내과 전문의는 “한국의 대한신장학회 자료에 따르면 만성 콩팥병은 35세 이상 성인 7명 중 1명이 앓고 있을 정도로 흔한 질환에 속하지만 특별한 증상이 없어 그대로 방치되는 대표적인 질환”이라고 설명했다.
조동혁 신장내과 전문의의 도움말을 빌어 당뇨병과 만성 신부전에 대해 알아보았다.
# 당뇨병이 왜 콩팥을 망가뜨리나?
콩팥에는 모세혈관들이 얽혀 있는 사구체가 있는데, 노폐물을 걸러내는 필터 기능을 담당한다. 콩팥에서 노폐물은 소변으로 걸러지고, 몸에 필요한 단백질이나 적혈구 등은 혈액에 남게 된다.
하지만 당뇨병으로 콩팥이 망가지면 높아진 혈당으로 인해 콩팥에서 걸러야 하는 혈액의 양이 많아지고, 콩팥의 여과기능이 떨어져 단백질이 소변에 섞여 나오는 단백뇨가 나타나게 된다. 하지만 초기에 신장병을 발견하면 병의 진행을 늦출 수 있다.
조 전문의는 “당뇨병은 심장에도 타격을 주지만 신장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한국에서 발표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13년 건강보험 통계연보’에 따르면 노인 진료비 중 가장 진료비가 많이 쓰인 질병은 고혈압이 1위였으며, 이어 만성 신장질환이 두 번째였다”고 지적했다.
# 만성 신부전의 5단계
만성 신부전은 피검사를 통해 사구체 여과율을 알 수 있으며, 5단계로 나뉜다. 사구체 여과율은 신장의 여과기능 정도를 나타내는 수치다. 분당 90㎖ 이상을 여과하면 정상이다.
1단계는 사구체 여과율이 90ml/min 이상으로 신장기능은 정상이지만 혈뇨나 단백뇨 등 소변 검사에서 이상이 나타나는 경우다.
2단계는 사구체 여과율이 60~89사이로 신장기능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단계다. 이때 만성 신부전의 원인 질환들인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등의 혈당, 혈압, 콜레스테롤 등을 적극 치료하고 조절해야 한다. 사실 1~2단계는 거의 정상에 가깝다고 본다.
3단계는 사구체 여과율이 30~59사이이며, 4단계는 15~29사이, 5단계는 15 이하를 말한다. 5단계까지 가면 말기로 투석이나 혹은 신장이식이 요구되는 상태다.
# 만성 신부전, 조기치료가 관건
만성 신부전의 원인질환은 당뇨병, 고혈압, 사구체 질환, 원인불명, 다낭성 신질환 등이 있다.
조 전문의는 “만성 신부전은 특별한 증상이 없어 해마다 건강검진 혈액검사에서 신장기능 검사를 체크할 때 중증인 3단계가 나타나도 신장내과 전문의를 보기 쉽지 않다. 한인타운에 신장내과 전문의가 부족한 실정인 데다가 생각보다 환자들이 신장내과에 대해 잘 모른다. 또 대개 의사나 환자도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또한 “예전과 달리 미 주류 의사 사회에서는 7년 전부터 대대적인 캠페인으로 만성 신부전의 중기에 해당하는 3단계(사구체 여과율 59 이하)에는 신장내과 전문의의 협진을 권장해 왔다”고 강조했다.
만성 신부전의 조기치료는 매우 중요하다. 그 이유는 첫째, 삶을 연장시킬 수 있다. 조 전문의는 “미국과 영국 등 많은 임상실험 결과, 신장내과 전문의로부터 전담치료를 받았을 때 5년 생존율이 2배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둘째, 조기치료를 하면 신장기능을 좀 더 오래 보전할 수 있다.
셋째, 신장병의 적절한 치료는 동맥경화증을 지연할 수 있으며, 동맥경화로 인한 심근경색, 뇌졸중 등을 방지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신장병은 빈혈을 야기하는데, 빈혈이나 부종, 골다공증 예방 및 치료에 도움된다.
조 전문의는 “피검사 상에서 콩팥기능이 50%라고 해서 신장 세포수가 50이라는 것이 아니다. 콩팥은 2개라서 신장기능이 50% 남았다는 얘기는 신장세포는 25~30% 정도밖에 남아 있지 않다는 얘기”라 지적했다.
사구체 여과율이 15이하로 만성 신부전 5단계가 되면 투석을 받는데, 사실 암 진단을 받는 것보다 사망위험은 훨씬 더 높아진다. 모든 암을 통틀어도 폐암 외에는 다른 암 진단을 받았을 때가 투석 받는 것보다 더 오래 산다. 투석하면 5년 생존율은 52% 정도다. 또 투석하면서 신장이식을 기다린다 해도 기다리는 시간이 12~15년 정도나 걸리는 실정이다. 따라서 투석을 받기 전부터 확실히 예방해야 한다는 것. 하지만 말기까지 가도 만성 신부전은 증상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조 전문의는 “투석환자 10명 중 6명은 별 증상이 없다고 말한다. 또 안타깝게도 50대에 투석진단을 받게 되면 대개 10~20년 전 당뇨 진단을 받았지만, 자가 치료하다가 최근에야 몸이 붓고 눈이 잘 안 보여 병원에 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 혈압·혈당 관리 중요
엄격한 혈당·혈압 관리가 필요하다. 당뇨병으로 인한 합병증으로 만성 신부전이 있으면 동맥 경화도 빨리 진행된다. 조 전문의는 “만성 신부전의 경우 동맥경화증으로 사망할 위험이 매우 높다”며 “예를 들어, 어떤 이유로 35세 성인 남성이 콩팥기능을 상실해 투석하게 되면 그 순간부터 동맥경화증으로 심근경색이 일어날 확률은 75세 성인 남성과 같다고 본다.
신부전 환자의 80%는 동맥경화증에 의한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으로 사망한다”고 설명했다. 많은 경우 망가진 콩팥 때문에 칼륨이 높아지면서 심장이 마비되고 새벽에 사망하는 케이스가 종종 있다는 것.
혈압은 130/80㎜/Hg 이하로 조절해야 한다. 혈당도 정상치를 유지해야 하며, 정상체중을 유지해야 한다. 정상체중을 유지하면 당뇨병 관리 및 고혈압과 심장질환 예방에 도움된다.
콜레스테롤이 높다면 관리하고, 금연해야 한다.
# 당뇨 식단조절 철저히 해야
조 전문의는 “당뇨환자가 많다 보니 당뇨에 대한 인식도는 높다. 서울대 연구조사에 따르면 당뇨병 인식도는 79%나 되는데 반해 신장병 인식도는 12%에 불과했다. 고혈압이나 당뇨는 환자의 인지도가 높은 편이지만, 신장병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또한 “당뇨 식단에 있어서 왜곡된 것이 많다”며 “당뇨병 시장이 크다 보니, 보조제 등 왜곡된 사실이 많다. 그러나 비터 멜론만 의학계에서 공식적으로 당을 줄이는데 효과 있다고 인정된 바 있다. 또 당뇨질환 자체가 먹어서 생긴 병이라 보는데, 뭔가 먹어서, 혹은 뭐가 좋다더라는 얘기만 믿고 해결하려는 것보다는 식단조절을 철저하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당뇨병과 만성 신부전 환자의 식단 관리
대개 당뇨병 식단을 말할 때 한국인의 경우 가장 먼저 흰 쌀밥을 피하고 현미밥이나 잡곡밥을 먹는 것이 권장된다. 하지만 당뇨 합병증으로 콩팥 기능이 저하돼 여과율이 떨어져 신부전이 생기면 당뇨 식단이 다시 바뀌게 된다.
조 전문의는 “당뇨환자로 신부전이 악화돼 4단계인 경우에 해당하면 현미·잡곡밥은 피하고 다시 흰 쌀밥으로 전환해야 한다. 흰 쌀밥이 좋다는 것이 아니라, 현미, 잡곡밥, 견과류의 인 성분이 신부전 환자의 혈관에 축적돼 동맥경화증 가속화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여러 채소나 과일에 많이 들어 있는 칼륨은 만성 신부전 환자에게 부정맥을 야기할 수 있다.
따라서 피해야 하는 음식들은 인과 칼륨이 포함된 음식들로, 현미, 잡곡밥, 견과류, 콩, 호박씨, 아몬드, 씨앗류, 두부, 치즈와 우유, 굴과 소의 간, 초컬릿이 포함된 음료, 콜라, 코코아, 맥주 등이다.
조 전문의는 “정상인들에게는 몸에 좋다고 알려진 음식들이 만성 신부전증 환자들에게는 오히려 더 해롭게 된다. 따라서 음식조절 교육은 필수다”고 말했다. 또한 “당뇨를 가진 모든 환자는 해마다 자신의 신장기능을 확인하고 그 기능에 맞는 적절한 식단을 짜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문의 (213)674-8282
((도움말 주신 분 - 조동혁 내과·신장내과 전문의))
<정이온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