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밴드 단원들이 지난 28일 창단공연을 하고 있다.
색소폰 연주자만으로 구성된 하나밴드가 이스트 브런스윅 소재 갈보리 교회에서 지난 28일 창단 공연을 열었다. 총 15명으로 구성된 하나 밴드는 청소년부터 60대 장년층까지 다양한 연령층으로 색소폰을 사랑하는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번 창단 연주회에는 인근에서 모여든 200 여명의 청중들이 함께 열광했다. 창단 연주회를 마치고 무려 3년간 각고의 연습과 고생 끝에 연주회를 성공적으로 이끈 세 명의 주인공들에게 이야기를 들어본다.
■박경세 (알토색소폰)
3년 전 색소폰을 무료로 배울 수 있다는 광고를 접했다. 마침 아내도 집에서 놀고 있는 색소폰을 활용할 절호의 기회라고 적극 권유를 했다. 그로부터 어느덧 3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단원들도 많이 들어오고 3번의 자체 향상 발표회를 통하여 무대경험도 쌓고 실력도 겸비했다고 자부했지만 막상 창단연주회를 한다고 하니 감격과 떨림이 교차되는 심정이었다.
솔직히 늘지 않는 연주 실력과 바쁜 삶으로 인한 연습부족 등 모든 조건이 열악한 상황이어서 연주회를 앞두고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모든 열악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열정을 불태우는 동료 단원들과 스펀지처럼 쉽게 가르침을 흡수하며 나날이 실력이 늘어가는 어린 학생들을 보면서 열심히 해야겠다는 다짐으로 마음처럼 잘 돌아가 주지 않는 손가락들을 질책하면서 연습에 임했었다.
그리고 지난 28일 꿈에 그리던 데뷔무대가 성황리에 마쳐진 후에 내 마음속에는 입단과 연습 등 모든 과정들이 주마간산처럼 떠올랐다. 지겹도록 반복된 연습 속에서도 군소리 하지 않고 땀 흘린 단원들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사분란하게 연주회를 준비하는 스텝들이 일구어낸 첫 연주회의 감동이 아직도 가슴에 남아있다.
■7학년 황성민 (테너 색소폰)
처음에 하나밴드에 입단했을 때 생각나는 것은 노래도 어렵고 연습시간도 너무 길어서 솔직히 힘들고 하기도 싫었다. 특히 학교에서 또래 친구들과 같이 연습하는 것이 아니라 나이든 어른들과 같이 호흡을 맞추는 거라 더 힘들고 어려웠다.
하지만 꾸준히 연습에 참여하면서 연주 실력도 향상되고 어색함도 사라지면서 색소폰 부는 재미에 흠뻑 빠졌다. 특히 이번 연주회를 통하여 많은 사람들이 우리들의 연주를 듣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너무나 기분이 좋았다.
연습기간 동안 칭찬과 격려를 해주신 어른들이 많이 계셔서 스스로 자신감도 생겼고, 하나밴드 단원의 일원으로서 자부심도 생겼다. 앞으로 더 열심히 연습해서 다음 연주회 때는 더 멋진 연주를 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
■김형일 (지도)
사회자의 연주회 시작멘트를 들으면서 연주하려고 앉아있는데 불현듯 지난 3년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치고 지나갔다. 연습할 장소가 없어서 이리저리 철새처럼 이동했었던 시간들, 호흡하나 손가락하나 하나 짚어가며 배워가던 모습들, 하루 종일 일하고 공부한 후에 모여서 늦은 밤까지 연습하던 모습까지…
그렇게 우리들의 첫 연주회는 시작도 전에 무조건 잘 될 것이라는 확신을 나의 마음속에 주었다. 연주회를 마치고 많은 이들의 연주 감상 소감을 들으면서 무언가를 누군가에게 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행복한 것인지를 다시 한 번 느끼게 한 귀한 시간이었다. 우리가 무엇을 위해, 왜 연주해야하는지 그날 보았다.
하나밴드는 사람의 귀와 눈을 즐겁게 하는 연주가 아니라 세상의 삶에 지친 영혼들의 마음에 회복과 위로와 소망을 주는 연주를 하는 그룹이라는 확신이었다.
<서영민 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