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을 비롯한 승객들이 팰팍에서 166T 버스에 오르고 있다.
지난달 17일 오전 9시께 뉴저지 대표 한인타운인 팰리세이즈 팍의 브로드 애비뉴 선상의 버스 정류장. 맨하탄 직행 166T 버스가 막 떠난 자리로 또 다른 한인 10여명이 금세 몰려들기 시작했다. 얼마 후 도착한 버스는 이미 만석. 하지만 이런 상황을 개의치 않는 듯 한인 통근자들은 차례로 버스로 올라 능숙한 솜씨로 머리 위 선반 끝 손잡이와 좌석 머리받침대 위 손잡이를 꽉 붙들었다.
이런 일상의 모습이 승객들에겐 익숙해 보였고, 버스 운전기사에게도 새로운 일이 아닌 듯했다. 버스가 큰 엔진음을 내며 출발하자 서 있는 승객들의 몸은 살짝 뒤로 밀려났지만 이내 제자리를 잡았다.
뉴저지 트랜짓(NJ)이 운영하는 166번 버스는 팰팍을 비롯해 한인 밀집 지역인 레오니아, 테너플라이, 크레스킬 등에 정차해, 맨하탄으로 출근하는 이들 주민들에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하루 평균 운영 차량만 150여대로, 한 대 당 60여명이 탑승하는 점을 감안하면 한인을 포함해 하루 평균 1만명 가까운 승객들을 실어 나르고 있다.
하지만 지난달 10일 166번 버스가 링컨터널에서 추돌사고를 낸 뒤 한인을 포함한 30여명의 부상자를 내면서, 166번 버스를 포함한 장거리 통근 버스의 안전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이들 버스의 안전벨트 미설치, 통로 입석 승객 허용 문제를 비롯해 운전기사의 잦은 과속 등이 해당 버스를 이용하는 한인 승객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실제로 이날 기자가 166T 버스에 올라 확인한 결과 안전벨트는 설치돼 있지 않았고, 해당 버스가 고속도로에 진입한 이후부턴 주변 승용차들과 비슷한 속도를 유지할 정도로 꽤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었다. 승객을 보호할 수 있는 안전장치는 사실상 운전사의 ‘안전운전’이 전부인 듯 했지만, 이런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 운전사는 불필요해 보이는 차선 바꾸기, 앞 차량과의 안전거리 미유지, 갑작스러운 급브레이크 밟기 등 위태위태한 상황을 자주 연출했다.
승객들을 보호할 만한 안전벨트도 없거니와 그나마 자리도 없이 서 있는 승객이 열댓 명이나 되는 상황에서 버스기사의 아슬아슬한 운전은 대형 사고를 불러올까 불안하게 만든다.
이 같은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 장거리 버스에 대한 안전벨트 설치 방안 등이 정치권에서 논의되지만, 늘 제자리다. 설치와 운영비용이 많이 든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그리고 허리 쪽에 채우는 안전벨트가 실질적인 승객보호에 효과가 없다는 일부 전문가들의 지적이 또 다른 이유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버스 전복사고를 비롯해 대형 충돌사고에 있어서 안전벨트의 유무는 승객의 생명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만큼 장거리 통근 버스의 각종 안전문제에 대해 다시금 논의를 해야 한다는 게 교통관련 시민단체들의 의견이다. <함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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