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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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사태의 원인과 교훈

2015-06-30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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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직 / 내과 전문의

지난 한 달 이상 한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메르스 감염이 주춤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왜 변종 바이러스도 아니고 전염력도 신종플루보다 강하지 않은 바이러스 때문에 한반도 전체가 떠들썩하게 시끄러웠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많다.

우선 질병발생 초기에 정부의 초동대처가 미흡하기도 했고 바이러스의 특징상 병원 내 감염 차단이 늦었고 가장 중요한 관계 병원의 공개가 되지 않아서 더욱 많은 환자와 의료인이 감염 되도록 방치를 했다는 면에서 정부가 사태를 키운 면이 많다.

두 번째 원인으로는 지난 수개월동안 지속되어 온 중부 이북 지역의 심한 가뭄과 더불어 고온건조한 날씨도 한몫을 했다고 보는 의견이 있다. 어떤 바이러스라도 증식하고 감염력을 갖기 위해서는 적합한 온도와 습도가 중요한데, 지난 2개월 이상 서울 및 중부 지역의 날씨가 고온 건조한 중동의 날씨와 비슷했는데 이 때문에 메르스 바이러스가 빨리 퍼졌을 것으로 추측된다. 이런 면에서 LA 지역도 메르스 바이러스가 유입된다면 충분이 확산될 수 있는 기후환경을 가졌다고 볼 수 있다.


세 번째는 한국 내의 병원 입원문화를 꼽을 수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병실은 1인내지 2인실이 대부분인데 한국은 과거 수년 동안 보험수가 문제로 1~2인실을 없애고 6인실과 같은 다인실 위주의 정책을 펴왔다. 폐렴과 같은 전염병 환자가 아닌 경우는 문제가 없겠지만 같은 방을 사용하는 6명의 환자 중 한 명만 기침을 하고 전염성 균을 보유한다면 다른 환자로 쉽게 확산이 될 것이다.

또 많은 병실이 에어컨은 설치되어 있지만 공기가 외부로 환기가 되지 않고 다른 병실로 퍼질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어서 빠른 속도로 한 병원 내 다른 환자나 의료진으로 퍼졌다는 주장도 있다. 또 환자의 간병을 병원 내 전문인이 하지 않고 외부의 간병인이 하는 간병인 제도와 한국에 전통적인 문병 문화도 메르스 확산의 원인으로 꼽고 있다.

네 번째로는 한 환자가 여러 병원을 찾아가는 진료문화도 메르스와 같은 전염 질환을 퍼뜨리는 원인이다. 미국과 같은 주치의 제도가 정착되어 있는 사회에서는 환자가 같은 병으로 여러 의사를 찾아가는 경우가 드물지만 한국은 병원을 방문할 때마다 환자가 부담하는 수가가 저렴하기 때문에 같은 병으로 여러 개인병원을 찾아가고 감기나 장염과 같은 가벼운 병으로도 대형병원을 찾아가기 때문에 감염질환이 쉽게 퍼질 수 있는 원인이 될 수 있다.

다섯 번째, 처음 메르스나 신종플루와 같은 전염병이 처음 발견될 때는 먼저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대응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언론매체나 소셜미디어에서 잘못된 정보를 흥미위주로 보도를 하는 관행이 지나치게 메르스에 대한 공포를 키웠다고 생각한다. 메르스는 신종플루와 달리 공기 내 전파가 드물고 환자가 증상이 없으면 감염이 되지 않기 때문에 증상이 시작되면 그 환자만 철저하게 격리하면 전파를 막을 수 있다. 치료제가 없기 때문에 일반 독감보다는 사망률이 높지만 대부분 노약자나 면역이 저하된 환자에서 발생한다고 볼때 세균성 폐렴보다 더 위험하지 않다고 보는 것이 WHO나 CDC와 같은 국제보건 기구들의 견해지만 이러한 의견을 무시하고 강남을 중심으로 한 학교들이 집단휴교에 들어가는 사태를 보면 한국사회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이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결과적으로 한국사회는 메르스 사태로 인해서 경제적으로 엄청난 손실을 봐야 했고 정부기관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져서 현 사태가 수습된다 하더라도 정치, 사회, 경제적인 파장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영직 내과 (213)383-93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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