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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신사옥 고도 결국 낮춘다

2015-06-2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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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단체와 합의, 143피트 8층→70피트 5층

▶ 본보 단독보도 5개월 만에

뉴저지 허드슨 강변에 미주본사 사옥을 추진했다가 자연 풍광을 해친다는 이유로 환경단체들과 오랜 시간 줄다리기를 했던 LG전자가 결국 빌딩 높이를 낮추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본보가 지난 1월 단독 보도로 LG 전자의 이같은 계획이 알려진 지 약 5개월 만이다.<본보 1월12일자 A1면>

LG전자는 23일 라커펠러 가문의 로렌스 라커펠러를 비롯 조셉 페리시 잉글우드클립스 시장, 제임스 테데스코 버겐카운티장 등 지역 정치인들이 참여한 가운데 지상 143피트의 8층 높이로 추진됐던 건물을 지상 70피트의 5층 높이로 낮추는 내용을 골자로 한 개선사항을 전격 발표했다.

이로써 당초 8층 높이로 올라서려던 건물은 3개 층이 낮아지게 됐지만, 3층 높이의 남관과 아트리움이 추가로 들어서게 되는 널찍한 형태로 변경돼 전체 면적에는 큰 변동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약 3만3000평의 부지에 2019년 완공될 예정인 신사옥은 1000명 이상의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친환경 디자인이 적용될 계획이다. 태양광 에너지를 사용하고 녹지 보존지역은 물론 주변경관과 조화를 이루는 정원, 연못 등도 조성된다. LG전자는 추가 도면 작업과 지역 주민의 공청회 등 절차를 거쳐 내년 중으로 첫 삽을 뜬다는 계획이다.

윌리엄 조 LG전자 미주법인 대표는 이날 발표에 앞서 환경, 지역 단체 및 정치인 등과 합의문 서명식을 통해 2011년부터 약 4년간 지속됐던 분쟁의 종식을 선언했다. 이날 합의문에는 현재 법원에 계류 중인 모든 소송을 철회함과 동시에 새롭게 만들어질 건물에 대한 인·허가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도록 각 단체끼리 협력한다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로렌스 라커펠러는 이날 서명을 마친 직후 “이번 LG의 결정은 모두가 승리하는 윈-윈 전략”이라면서 “우리 모두의 목소리를 들어준 LG 측에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고 말했다.

LG전자의 조 대표 역시 “LG의 계획과 허드슨을 지키고자 하는 주민들을 모두 만족시키는 해결책을 찾았다”고 평가했다.
LG전자 신사옥 부지로 알려진 잉글우드 클립스의 실반 애비뉴는 허드슨 강변의 절벽인 팰리세이즈와 맞닿은 곳으로, 143피트의 건물이 들어설 경우 건물 높이가 팰리세이즈의 울창한 숲의 높이를 뛰어넘는다는 우려가 일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이어 18세기 해당 팰리세이즈 일대를 주정부에 기증한 라커펠러 재단이 공식적인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앤드류 쿠오모 뉴욕주지사와, 뉴욕주 상하원의원, 뉴저지 전직 주지사 등 지역 정치인들은 물론 뉴욕타임스와 레코드지 등 유력 언론까지 합류, LG전자를 압박하는 성명서를 잇달아 발표했다.

반면 LG전자는 잉글우드 클립스 타운의 조닝보드로부터 이미 허가를 받았다는 점을 근거로 이후 뉴저지 법원에서도 건물을 지어도 좋다는 판결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하지만 반대 여론에 부딪히면서 2013년 11월 착공식을 가진 이후 해당 부지에 남아있던 건물 철거 작업만을 벌일 뿐 실제 신축공사는 돌입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올해 초 본보 보도에 의해 LG전자가 건물의 높이를 낮추는 쪽으로 결론을 맺고, 본격적인 설계도면 작업을 다시 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날 발표가 미리 예상됐다.

당시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사회 여론이 환경단체 쪽으로 기울였다는 판단이 큰 상황에서 무리수를 두지 말자는 분위기가 LG전자 내부에서도 형성됐다고 전하기도 했다. <함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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