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아주 특별한 생일 (김옥교 / 수필가)

2015-06-20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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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만타는 내 손녀딸 이름이다. 이달 말이면 16세가 된다. 16세 생일은 아주 특별해서 보통 근사한 파티를 열어준다. 내 딸이 16세 때 우리 부부는 빨간 혼다를 딸에게 선물했다. 사만타도 지금 열심히 운전 연습을 하고 있다.

그 애는 1999년 서울의 이태원에서 태어났다. 딸이 한국을 방문한 것도, 사만타 아빠인 마커스와 사랑에 빠진 것도, 곧 이어 사만타가 태어난 것도 다 우연이었다. 물론 필연을 동반한 우연이었을 것이다.

그 애가 태어나고 처음 반짝 눈을 떴을 때 난 아이의 큰 북청색 눈에 단번에 반했다. 그처럼 아름다운 눈은 처음 보았다.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나가면 사람들이 모두 몰려와서 찬사를 보내곤 했다. “어머! 꼭 인형 같애””저 눈 좀 봐! 어쩌면 저렇게 예쁘니?”


그때가 어제 같은데 벌써 16년이 지나갔다. 이젠 제 엄마보다 키도 더 크고 몸도 더 글래머다.

유니언 스퀘어 근처 어느 근사한 호텔에서 파티를 한다고 딸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이의 친아버지인 마커스도 토론토에서 와서 파티에 참석한다는 것이다. 사만타는 양부인 스티브는 ‘대디’, 친아버지인 마커스는 그냥 ‘마커스’라고 부른다. 스티브와 함께 산 세월이 더 길고 정이 들어서일 것이다.

사만타는 미국 시민인 동시에 캐나다 시민이기도 하다. 캐나다는 학비가 미국의 1/4일 정도로 싸서 대학을 그쪽으로 가는 것을 지금 고려 중이다.

사만타는 늘씬한 백인 미녀이지만 엄마인 내 딸과는 성격이 너무 대조적이다. 어릴 때부터 영악하고 매사에 적극적이었던 딸에 비해 그 애는 좀 수줍고 소극적이고 너무 착하다. 그렇던 애가 틴에이저가 되고난 후부터는 가끔 제 엄마와 맞붙을 때가 있다.

“아이가 독립심이 부족해 어떻게 살지 몰라요!”딸이 그렇게 툴툴댈 때마다 나는 사만타 편을 든다.

“공부만 잘한다고 성공하고 행복해진다는 법은 없다. 두고 봐! 사만타는 저대로 잘해낼 거야!”나는 늘 아이들한테 그런 믿음을 가지고 있다. 우리 아이 넷도 모두 각자의 인생에서 어떤 굴곡을 거쳤지만 지금은 다 나름대로 잘들 살고 있다.

진짜 부자는 자신이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하며 사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내 주위의 친구들은 모두 이런 생각을 가지고 살고 있다. 부자는 아니더라도 영적인 것과 육적인 것이 균형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들, 영육이 모두 편안한 삶, 이것이 잘 사는 비결이 아닐까?

딸의 열여섯살 생일 파티가 엊그제 같은데 이제 손녀딸이 그 나이가 되어서 또 특별한 파티를 한다고 하니 감회가 깊지 않을 수가 없다. 인생은 어쩌면 이렇게 돌고 도는 것일까. 또 10년쯤 뒤 사만타는 어떻게 변화될 것인가.

우리 모두 그렇게 눈부시게 아름다웠던 때가 있었다. 내 딸이 그랬고 내 손녀딸도 언젠가는 누군가의 엄마, 할머니가 되어 옛날을 생각하며 미소 지을 때가 있겠지. 열여섯살 생일이 아주 특별한 것처럼 우리가 가진 오늘을 특별한 하루로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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