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의 최대 적’ 전립선암]
전립선은 방광 바로 밑에 위치해 요도를 감싸고 있는 밤톨만한 성선으로 정액 성분의 약 35%를 차지하는 전립선액을 만들어내는 기관이다. 전립선에서 만들어진 전립선액은 정자에게 영양을 공급하고, 보호하며, 알칼리와 산성을 잘 맞춰 임신이 잘 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대표적인 남성암 중 하나인 전립선암은 전립선에 암이 생기는 것으로 생존율도 높은 편이며, 진행이 느린 암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에서는 남성암 중 발생률 1위의 암이다. 전립선암에 대해 LA 암센터의 안상훈 암 전문의의 도움말을 빌어 궁금증을 체크해 보았다.
# 전립선암 증상은
다른 암들처럼 전립선암도 초기에는 별 징후나 증상이 없다. 하지만 좀 더 진행되면 소변을 보는데 문제가 생기거나, 소변 줄기가 약해지거나 가늘어지고, 혈뇨를 보기도 하며, 소변을 보고 난 후 잔료감이나 불편한 느낌을 갖는다.
또 소변을 볼 때 아래 부위에 묵지근한 통증을 느끼기도 하며, 발기부전도 나타날 수 있다. 참고로 혈뇨의 경우는 전립선염이나 전립선 비대증이어도 나타날 수 있다.
말기에는 뼈나 임프절로 전이가 잘 되는데, 뼈로 전이된 경우 통증이 심해지거나 골절이 나타날 수도 있다. 임프절에 전이된 경우는 다리가 붓는 등 부종이 나타날 수 있다.
# PSA(혈중 전립선 특이항원) 수치는 어떻게 봐야 하나?
안 전문의는 “PSA 수치가 4ng/ml 이하가 정상이긴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면 누구나 전립선 비대증이 다 약간씩은 생긴다. 나이가 들면 전립선이 커지면서 PSA 수치가 약간 높아질 수 있는데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또 4ng/ml 이상이라고 해서 무조건 전립선암인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또한 “PSA 수치가 4ng/ml 미만이어도 전립선암일 수도 있으며, 4ng/ml 이상이면 특히 전립선 비대증이나 만성 전립선염 때문에 수치가 올라간 경우도 훨씬 많다. 물론 4ng/ml 이상이면 전립선암에 대해 고려해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미국에서의 전립선암 검사 가이드라인은 ‘50세가 되면 전립선암 검사를 반드시 해야 한다’가 아닌, ‘50세가 되면 의사와 전립선암 검사에 대해 상의해 볼 것’이다.
안 전문의는 “전립선암 발병은 50세 이전에는 매우 드문 일이다. 보통은 50대 이후 발병하며, 60~70대에 가장 많기 때문”이라 말했다.
나이가 많은 노년층에 생기는 암이며, 또 빨리 진행되는 암보다는 서서히 자라는 암인 경우가 더 많다. 80~90세 고령의 나이에 발견하는 경우 굳이 찾아내 합병증의 위험을 무릅쓰고 치료하는 것이 의미가 있는지에 관해서는 의사와 상담해 보아야 한다는 것.
안 전문의는 “75세가 많이 발견되는 나이인데, 75세 정도돼도 아무런 증세가 없으면 검사를 굳이 시작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가이드라인이다”고 덧붙였다. 물론 이전 나이부터 정기적으로 검사해 오던 경우는 상관없다.
# 검사는
PSA 검사는 혈액검사를 통해 알 수 있다. 혈액검사를 통해 전립선에만 있는 효소 수치를 검사한다. 또 검사방법 중에는 직장수지 검사가 있는데, 의사가 손가락을 항문에 넣어 전립선을 만져보는 것이다. 직장수지 검사와 PSA 검사를 보통은 함께 하는데, 뭔가 만져지면 암이 의심돼 조직검사로 넘어간다.
그러나 조직검사를 하면 항문에 초음파를 삽입해 하는 전립선 초음파 검사를 하게 된다.
부작용이 큰 것은 아니지만 초음파 끝에 침이 달려 있어 통증이나 감염 위험이 생길 수 있으며, 출혈도 날 수 있다. 물론 이런 검사방법들은 암세포가 있으면 일찍 발견하는 장점도 있다.
# 치료는 고민되는 부분
먼저 치료를 꼭 해야 하는지, 치료를 안 해도 되는지 여부를 진단한다. 악성이며 진행이 빠른 암은 물론 적극 치료해야 한다. PSA 수치가 많이 높거나, 또 글리슨 점수(Gleason score)가 높으면 빨리 자라는 악성 암을 의미한다.
글리슨 점수는 2~10으로 전립선암의 병리학적 등급을 나타내는 수치다. 수치가 높을수록 암세포가 공격적이며 전이 위험이 높고 위험하다는 것을 뜻한다.
PSA 수치와 글리슨 점수가 높거나, 암이 전립선을 벗어나 주변으로 퍼지기 시작했다면 치료를 권고한다. 그러나 당뇨병이나 심장병이 아주 심해 앞으로 10년 이상 살 가능성이 없거나 PSA 수치와 글리슨 점수가 낮다면 치료를 하는 대신 2~3개월마다 관찰하면서 예후를 보는 경우도 있다.
치료를 결정하면, 완치를 목적으로 하는 근치적 치료와 조절을 목적으로 하는 치료로 나뉜다.
완치 목적의 치료는 다른 곳으로 암이 퍼지지 않고 아직 전립선 주위에만 있는 경우 수술이나 방사선 치료 등으로 치료한다.
수술하는 경우 예전에는 배를 여는 개복수술을 했지만 요즘은 로봇수술을 많이 시행하는 편이다. 로봇팔을 이용해 전립선을 떼어내는 수술이다.
방사선 치료는 크게 2가지가 있다. 외부 방사선 치료(external beam radiation)으로 외부에서 방사선을 쏘는 치료방법과, 근접 방사선 치료로 ‘브래키테라피’(Brachytherapy)가 있다. 브래키테라피는 아주 작은 쌀 한 톨 사이즈의 방사선 물질을 전립선 조직에 심어 안에서 저강도의 방사선이 나와 치료되는 방식이다.
방사선 강도를 조절해 암모양 그대로 방사선 치료를 하는 IMRT(세기변조 방사선 치료)도 있다.
위치와 크기에 따라 외부 방사선 치료 혹은 ‘브래키 테리파’를 하거나 혹은 환자에 따라 두 가지 방법 모두 같이 사용하기도 한다.
안 전문의는 “예전에는 치료하면서 전립선 주변 기관에 부작용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IMRT나 로봇수술 등 첨단 의료기기로 치료방법이 개선돼 합병증이 많이 줄었다”고 지적했다. 물론 기저귀를 차는 등의 합병증은 여전히 가능성이 있지만 예전에 비해서는 합병증이 많이 줄었다는 것.
합병증은 수술하게 되면 전립선 주변에 신경들이 많아 성기능 문제나 소변 조절 문제 등이 있으며, 방사선 치료를 하면 전립선 뒤의 직장에 직장염이 생겨 변을 자주 보거나 통증문제 같은 합병증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남성 호르몬 억제 치료는 보조치료로 수술이나 방사선 치료를 거부한 경우 시작한다. 전립선암이 자라는 이유는 남성 호르몬 때문인데, 주사치료, 약물요법, 고환 적출술 등으로 남성 호르몬을 억제하는 치료를 한다. 환자에 따라 암이 전이되지 않은 경우 남성 호르몬 억제 치료와 방사선 치료를 병행하는 경우도 있다.
말기에 해당하는 4기로 뼈나 임프절에 전이된 경우는 남성 호르몬 억제 치료, 항암제, 표적치료제, 면역치료 등을 시행한다. 면역치료는 면역세포를 활성화하는 방법으로, 인체 혈액에서 림프구를 채취해 다시 기능을 높여 환자의 체내에 주입해 암을 공격한다.
# 라이코펜? 쏘팔메토(Saw Palmetto)? 이런 보조제들은 어떤가?
토마토에 들어 있는 라이코펜은 강력한 항산화 물질이다. 또 카레에는 커큐민(강황), 콩에는 색소의 일종인 제니스틴(genistin), 소팔메토 보조제 등은 전립선 건강에 좋다고 알려진 성분들. 쏘팔메토는 전립선 비대증의 보충적인 약재로도 사용되고 있다.
안 전문의는 “이들 성분들이 전립선암에 도움된다는 연구보고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는 보고도 있다. 큰 해가 될 것은 없지만 치료제가 아닌 보조제라는 점을 충분히 염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전립선 예방을 위해서 고지방 음식은 피해야
나이, 남성 호르몬, 가족력 등 위험요소들은 사실 피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하지만 식생활 문제는 조절이 가능하다.
최근 지방 섭취가 높은 전형적인 서구식 식습관은 전립선암 환자의 사망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버드 대학 보건대학원 연구팀이 전립선암 환자 926명을 대상으로 평균 14년간 조사 분석한 결과 붉은 육류와 가공육, 지방이 높은 유제품 및 정제된 곡물을 섭취하는 서구적 식습관을 가진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전립선암 사망위험이 2.5배나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안 전문의는 “식생활 습관과 관련이 깊은 암으로 붉은 육류 섭취를 많이 하고, 고지방을 많이 먹거나 비만인 경우 많이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미국에 있는 한인들도 그런 패턴을 따라가는 편이다. 한국에 있는 사람보다 미국에 있는 한인들에게 전립선암이나, 대장암, 유방암 등 식생활과 관련이 깊은 암 발병률이 높은 편”이라 설명했다.
전립선암 예방을 위해 붉은 육류나 고지방 음식은 피하고, 유제품은 저지방으로 섭취하며, 콩류, 야채, 과일 등을 골고루 섭취하며, 비만해지지 않게 과체중을 유지해야 한다.
제초제 같은 화학약품에 노출된 농부에게서 전립선암이 많이 발견돼 화학약품 노출을 피하는 것도 예방법에 들어간다.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것도 도움된다. 한 연구에 따르면 운동을 하지 않는 사람은 PSA 수치가 높았던 것에 비해 운동을 꾸준히 하는 사람은 전립선암 발병 위험이 낮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 전립선암과 발기부전의 관계는?
전립선암 자체는 발기부전과 큰 관련이 없다. 보통 치료과정에서 발기부전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수술하는 경우 발기나 사정하는 신경 손상으로 발기부전이 부작용으로 나타날 수 있다.
또한 남성호르몬 억제 치료를 하면 성욕이 떨어진다. 성기능 자체는 건강해도 성욕은 떨어질 수 있는 것.
물론 남성 호르몬을 억제한다고 해서 특별히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나, 여성에게 폐경이 오는 것처럼 얼굴이 화끈거리거나 유방이 커지고 딱딱해진다거나, 성욕이 감소하는 등 증상이 생길 수는 있다.
<도움말주신 분 - LA 암센터 안상훈암 전문의>
<정이온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