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엔,“멕시코 정부 무두봉호 억류는 합당”
오준 유엔주재 한국대사가 5일 뉴욕 맨하탄 소재 대표부에서 유엔 특파원단을 상대로 ‘세계장애인권리협약조약국가협의회’ 의장 자격으로 간담회를 주도하고 있다.<사진=유엔주재 한국대표부>
’무두봉호’<사진=연합뉴스>
안보리 산하 ‘1718 제재위’, 멕시코에 공식 통보
회원국으로서의 제재이행 의무 조치
OMM사 14개 선박에 모두 적용, 자국해역 억류 의무 확인
<유엔본부=신용일 기자> 유엔이 멕시코 정부의 북한 선박 무두봉호 억류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에 따른 합당한 조치라는 최종 결론을 내렸다.
유엔 소식통에 따르면 안보리 산하 ‘1718제재위원회’(대북제재위원회)는 5월6일 위원장인 로만 오야준 주유엔 스페인 대사 명의로 멕시코 정부에 편지를 보내 위원회의 이 같은 입장을 공식 통보했으며 지난 달 28일 안보리 비공개 회의에서 조치를 이사국들에게 보고했다.
오야준 대사는 편지에서 “무두봉호는 안보리 결의에 따라 제재 명단에 오른 북한 매체 ‘원양해운관리유한책임회사’(OMM: Ocean Maritime Management Company) 소유 선박으로 그 억류는 제재대상 매체 자산에 대한 합당한 조치임은 물론 회원국들이 준수해야 하는 의무이다”고 확인했다.
대북제재위의 편지는 멕시코 정부가 지난 해 7월 자국 인근 해역에서 좌초해 억류한 무두봉호의 처리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안보리의 ‘지침’(guideline)을 공식 의뢰해옴에 따라 답신 형태로 이뤄졌다.
따라서 멕시코 정부는 무두봉호를 계속 억류하고 유엔 안보리 결의에 의거한 자국 법에 따라 억류 자산에 대한 처분을 결정 할 수 있는 법률적 권한을 부여받았다.
쿠바를 떠나 북한으로 향하던 6,700t급 화물선 무두봉호는 지난 해 7월14일 멕시코 베라크루주 툭수판해 인근 해역에서 항로를 이탈해 좌초했다.
사고 직후 멕시코 정부는 자국 해역 산호 파괴 등에 대한 손해배상을 북한에 청구하기 위해 무두봉호를 억류했으나 같은 달 28일 대북제재위가 북한 매체 ‘원양해운관리유한책임회사’를 안보리 제재대상 명단에 올림에 따라 억류 조치에 추가 이유가 더해졌다.
그리고 북한과의 협상을 통해 손해배상 문제 부분에 합의한 멕시코 정부는 안보리 대북제재위에 무두봉호의 향후 처리 방향에 대한 자문을 공식 의뢰했다. 그러던 중 지난 1월과 2월 안보리 대북제재 ‘전문가패널’(PoE: Panel of Experts)은 대북제재위와 안보리에 각각 제출한 ‘2015년 최종 보고서’에서 무두봉호를 포함한 14개 북한 선박이 ‘원양해운관리유한책임회사’ 소유로 확인됐다고 결론지었다.
보고서는 특히 무두봉호와 관련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 정부의 위임에 의하여 국가해사감독국이 발급했다”는 ‘선박안전관리증명서’(Safety Management Certificate)의 사본을 증거로 내세웠다.
보고서 151 페이지에 공개된 발급번호 014-03-166인 이 증명서는 무두봉호의 원항이 청진항이며 소유회사의 주소가 평양시 통흥동 중앙지구의 ‘원양해운관리유한책임회사’라고 적혀있다.따라서 멕시코 정부는 북한과의 손해배상 합의를 떠나 무두봉호를 계속 억류했으며 향후 조치에 대한 유엔의 지침을 계속 기다려왔다.
하지만 대북제재위는 그 동안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전문가패널’ 보고서 결과에 문제를 제기함에 따라 멕시코 정부에 답신을 보내지 못하고 있었다.
오야준 대북제제위원장은 2월26일 중국이 안보리 의장국을 맡았을 당시 제재위 90일 활동 정기보고회의에서 안보리에 이 문제를 제기했으나 일부 이사국들(중국과 러시아)의 “전문가 패널 보고서 내용을 본국에서 검토해야 한다”는 장벽에 부딪혔다.
그러자 주유엔 북한대표부(대사 자성남)는 지난 4월 뉴욕 맨하탄 소재 사무실에 유엔 출입기자단 일부를 초청해 북한과 멕시코 정부가 합의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입김으로 유엔이 무두봉호를 풀어주지 말라고 (멕시코 정부에) 압력을 가했다”며 부당 억류 선전에 나섰다.
또 북한 대표부는 같은 달 17일 유엔 특파원단에 ‘DPRK(북한)의 무역 화물선 무두봉호의 안전한 귀항 요구’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해 무두봉호가 ‘원양해운관리유한책임회사’ 소유가 아님을 주장하는 같은 날(평양시간 4월16일)자 조선 중앙통신 선전 내용을 홍보했다.
하지만 제재위는 4월20일 유엔 본부에서 회의를 갖고 멕시코의 무두봉호 억류가 안보리 제재에 합당할 뿐만이 아니라 회원국으로서의 제재이행 의무 조치라는 결론을 내리고 그 같은 사실을 지난 달 6일 멕시코 정부에 공식 통보한 것이다. 이는 올해 2월26일∼4월20일 약 2개월 사이 중국과 러시아가 기존 입장을 바꿔 북한에 대한 안보리 “제재강화”에 동의한 것으로 동 기간 북한의 잇따른 탄도 미사일 발사를 비롯한 안보리 제재결의 정면대항에 이사국들의 추가제재 조치 촉구가 거세지자 일단 한발 물러선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로 북한이 그토록 강하게 반대했던 이번 제재위의 결론은 무두봉호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문가패널이 보고서에서 파악한 ‘원양해운관리유한책임회사’ 소속 14개 북한 선박 모두에 적용되는 것으로 유엔 회원국들은 자국 해역에서 이들 선박을 무조건 억류할 의무가 있음을 확인했다는 차원에서 의미가 깊다.
이와 관련 또 다른 유엔 소식통은 8일 “흔히 유엔의 대북제재 효율성을 문제 삼고 있지만 가장 올바른 ‘측정기’(barometer)는 특정 조치에 북한 당국이 얼마만큼 반박, 또는 반응을 보이느냐에 있다”며 “청천강호에 따른 이번 무두봉호 조치는 안보리 결의를 피해 외화를 획득하려는 북한의 대외거래 활동의 한 수단에 치명적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은 무두봉호를 되찾기 위해 멕시코 법원에서 정부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번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가 무두봉호 억류의 정당성을 공식 확인함에 따라 승소 확률이 거의 없다는 국제 및 일반 법조계의 분석이다. yishin@koreatimes.com
■ 오준 대사‘장애인권리협약 조약국가협의회’의장 자격
반 총장에 “장애인 권보장 솔선수범하라” 일침
오준 주유엔 한국대표부 대사가 5일 뉴욕에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게 장애인 권리 보장 문제에 있어 “솔선수범하라”고 일침을 놓았다.
오 대사의 이 같은 지적은 유엔에 파견된 한국 정부의 대표외교관으로서가 아니라 전 세계 장애인들의 권리를 대변하는 ‘장애인권리협약조약국가협의회’(CRPD: Conference of the States Parties to the Convention on the Rights of Persons with Disabilities) 의장 자격으로 나왔다.
오 대사와 카탈리나 디반데 아길라 유엔 장애인 권리 특별보고관, 다니엘라 바스 유엔 경제사회이사회 사회·정책개발국장, 빅터 칼리지 뉴욕시 장애인 권리옹호위원장은 이날 뉴욕 맨하탄 소재 한국대표부 건물에 유엔 특파원단을 초청해 9일∼11일 유엔본부에서 열리는 제8차 CRPD 회의를 홍보했다. 오 대사는 총 154개국이 가입해 있는 CRPD 국가들의 협의체에 올해와 내년 2년간 수장직을 맡고 있다.
그는 이날 설명회가 끝난 뒤 언론과의 질의응답 순서에서 현재 유엔에서 한창 진행 중인 유엔본부 종합개보수 공사(CMP: Capital Master Plan)에 엘리베이터 층수 단추 맹인용 ‘브라유’(braille)‘가 설치되지 않고 있다는 문제의 질문을 받자 전격 동의하면서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오 대사는 더 나가서 현재 동료 외교관인 주유엔 안티구와대표부 대사가 맹인임을 상기시키고 그가 각종 유엔 전산표결에서 ‘찬성’, ‘반대’, ‘기권’표를 던지는 단추를 눌러야 하는데 단추에 ‘브라유’가 설치돼 있지 않아 그 때마다 옆 외교관에게 도움을 청하고 있다며 주어진 권한인 ‘비밀투표’ 행사를 못하고 있는 구체적 사례를 소개했다.
또 유엔 사무국 제도와 관련 직원이 해외출장 일정에 하루라도 늦으면 그에 대해 의사로부터 ‘병가사유서’(doctor’s note)를 받아 제출하게 돼 있는 규정을 들어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 직원들은 매번 이러한 번거로움을 겪을 수밖에 없음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세계 장애인 권리 보장·증진에 “가장 먼저 솔선수범해야 하는 곳이 바로 유엔”이라며 “CRPD 협의국 친선우호국가들‘ 모임이 있는데 그들과 긴밀히 협력해 사무총장에게 이 같은 문제를 바로잡는데 필요한 예산 등을 회원국에 보고하도록 주문하는 결의안을 발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엔 사무국은 반 총장이 취임한 이후 총 18억 달러의 막대한 자금을 들여 유엔본부 건물에 대한 대대적 공사를 실시한다. 하지만 공사에 경사로(ramp), 자동문, 별도승강기 등 장애인 유엔 직원과 외교관, 그리고 관광객·방문자들의 기초적인 편리 시설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한편 유엔본부 사무국 지하실에는 지난 해 장애인들이 사용할 수 있는 특수 컴퓨터 등이 마련된 특별 공간인 ‘장애인 편리센터’가 설치됐으나 이는 유엔 사무국이 아닌 한국 정부가 한국 기업의 협조를 얻어 기증한 시설로 “대외장식용”(window dressing)이라는 비난을 사 왔다. yishin@korea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