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간특집/ 한인 차세대 리더들
▶ “이민자 가정식으로 타인에 대한 이해 돕고 거리도 좁혀지죠”
참신한 아이디어로 다양한 커뮤니티를 하나로 묶는 ‘리그 오브 키친(League of Kitchen)’은 최근 뉴욕의 가장 주목받는 독특한 요리 강좌다. 뉴욕타임스와 CBS, 데일리 뉴스 등으로부터 집중 조명을 받은 리그 오브 키친은 다국적 강사들이 자신의 집에서 전통 음식을 전수, 요리 뿐 아니라 각 민족의 문화와 전통을 알린다는 면에서 이민자의 도시 뉴욕에 이보다 더 어울릴 수 없는 프로그램이다.
리그 오브의 창립자, 리사 그로스(32·사진) 대표는 한인 어머니와 헝가리·유대계 미국인인 아버지 사이에 자란 한인 2세로 2년 전 리그 오브 키친을 시작했다. 리그 오브 키친이 다른 요리 강좌와 다른 점은 전문 요리사가 아닌 수년 또는 수십 년간 자신의 가족을 위해 요리를 해온 가정주부가 강사가 돼 모국의 가정식을 가르치는 것.
수업은 만든 음식을 함께 먹으면서도 계속된다. 강사가 모국에서 자라면서 겪은 여러 경험과 풍습 등을 들으며, 그동안 멀게만 느껴졌던 나라에 한 발씩 다가가게 된다.
수강생들은 한인 주부 서니 김 씨의 베이사이드 집 뒤뜰 장독대와 직접 담근 된장을 구경하고, 35명의 대가족의 매끼를 차려냈던 30대 주부, 나위다 씨의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추억을 듣는다. 요리를 넘어 수많은 이민자들과 엉켜 사는 뉴요커들에게 타인에 대한 이해를 돕고 거리를 좁히는 문화 대사 역할을 하는 셈이다. 리그 오브 키친이 ‘요리로 시작된 UN‘이라는 평가를 듣는 이유다.
수강생들의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한국과 레바논, 아프가니스탄, 인도, 그리스, 방글라데시 6개국의 요리 강좌에서 올해는 총 10개로 강좌가 늘어날 예정이다. 이미 아르헨티나와 트리니다드 토바고가 추가돼 강좌가 진행되고 있다.
그로스 대표가 리그 오브 키친을 시작하게 된 출발점은 외할머니. 그로스 대표는 어린 시절 외할머니와 함께 살며 한식을 먹고 자랐다. 하지만 대학시절 캠퍼스에서 생활하며 한식요리를 시도했을 때, 그로스 대표는 비로소 자신이 한식을 요리할 줄 몰랐다는 것을 깨달았다. 인터넷과 요리책을 동원해 외할머니의 한식을 시도했지만 만만치 않았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떠올린 아이디어가 바로 제2의 제3의 외할머니를 직접 찾아보는 것.
그로스 대표의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이민자 강사들의 따뜻한 수업의 리그 오브 키친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뜨겁다. 그로스 대표는 워싱턴 DC에서 열린 국제 요리 전문가 컨퍼런스, ‘비튼: 푸드 컨버세이션(Bitten: A Food Conversation)’, 뉴욕대 시티 푸드 컨퍼런스 등 올해도 다양한 국제회의와 강연에 초청돼, 외할머니에 대한 추억과 함께 리그 오브 키친의 성장과정과 아이디어를 전하고 있다.
그로스 대표가 초대됐던 유명 강연 프로그램인 TEDx의 모토는 "알릴 가치가 있는 아이디어"(Ideas worth spreading). 그로스 대표는 리그 오브 키친 요리책을 발간, 자신의 아이디어를 더 넓은 세계로 알릴 계획이다.
그로스 대표는 예일대에서 영문학사를, 터프트 대학원에서 예술사 학위(MFA)를 받았다. 2010년 터프트 대학원 재학시절 비영리 기관을 설립, 환경운동의 일환으로 보스턴 시내에 사과나무를 심는 프로젝트인 ‘보스턴 트리파티(Boston Tree Party)’를 진행, 일찌감치 주목을 받았었다. <최희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