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버펙 공원 외곽 한인농장 정식 허가없이 17년째 농사
▶ 주정부 오염지역 판정...회원간 돈거래 논란도
농장주변 펜스 뒤로 공사 콘크리트 더미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다.
뉴저지 팰리세이즈팍 서쪽으로 광활하게 펼쳐져 있는 오버펙 공원. 버겐카운티정부가 관리하는 이 공원은 각종 운동장을 비롯한 주민들을 위한 휴식 및 체육 시설이 마련된 곳으로 주말이면 한인들로 북적이는 곳이다. 그런데 정작 공원 주차장 외각에 1에이커에 달하는 농장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드물다.
비포장 흙길을 따라 잠시 걸어가야 만날 수 있는 이 농장은 무려 17년이나 일부 한인 노인들이 농작물을 재배해 온 곳으로 지난해 ‘한미시니어 농장센터’란 이름의 단체까지 설립돼 운영 중이다. 그러나 농장 주위를 두른 철제 펜스 바깥쪽으론 잘 정돈된 농장과는 어울리지 않는 풍경이 펼쳐진다.
물고기 조차 살기 힘들다는 해켄색 강 옆으로 어지럽게 널려있는 공사 폐기물과 콘크리트 더미들… ‘과연 이곳에서 자라는 농작물은 안전할까’라는 질문이 저절로 터져 나올 수밖에 없었다.
■오염부지에서 농작물 재배하는 한인노인들
팰팍 한인 단체들에 따르면 카운티 정부의 공휴지인 농장 부지를 포함한 이 일대 지역은 주정부로부터 이미 ‘오염지역’ 판정을 받은 곳이다. 특히 팰팍 타운이 조성되던 수십 년 전부터 쓰레기 야적장으로 사용돼 온 곳인 데다 농장 부지와 맞닿아 있는 해켄색 강 역시 폐수가 흐르고 있어 경작지의 입지 조건으론 부적합하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현재 한미시니어농장센터에 소속된 한인노인은 모두 24명. 이들은 각자의 땅을 배분받아 배추와 호박, 고추, 오이 등을 손수 재배하고 있다. 또한 한쪽 구석에선 회원 누군가가 키우는 것으로 보이는 소형 양계장도 운영 중이다.
한미시니어 농장센터의 관계자는 “농장용수는 비가 내릴 때 해켄색 강에서 넘치는 물을 받아 놓는 저수지의 물을 사용하고 있다”면서 “농작물은 재배한 회원들이 직접 먹기도 하고, 자녀들과 주변 이웃들에게 나눠주기도 하는 것으로 안다”고 소개했다.
그렇다면 이같은 환경 속에서 농장이 어떻게 17년간 운영되고 있었던 것일까.
본보가 카운티정부에 확인한 결과, 농장은 관계당국으로부터 정식 허가를 받은 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미시니어 농장센터 측은 이에 대해 카운티 당국으로부터 문서는 아니지만 분명 구두로 허가를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농장센터 관계자는 “카운티장이 바뀔 때 마다 당국에 농장 승인을 요구했고, 당국으로부터 구두로 약속을 받았다”며 “절대 불법 운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카운티 정부가 오염된 땅에서 농작물을 재배하는 것을 알면서도 묵인해 준 게 아니냐는 의혹도 일고 있다. 카운티 정부 관계자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정부와 관련된 일은 구두로 이뤄질 수 없다”면서 “법적으로 적합하지 않은 상황이라는 걸 최근 알게 됐다. 해당 부지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인만큼 조만간 결론이 날 것”이라고 해명했다.
■회원간 돈 거래도 논란
해당 농장부지는 또 다른 문제를 안고 있다. 지난해부터 회원들에게 돈을 걷기 시작하면서 일부 회원이 반발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특히 한미시니어농장센터가 생기기 전부터 농작을 해 온 한인노인들이 200~300달러씩 되는 회비납부를 거부하면서 서로 얼굴을 붉히는 사태가 수개월째 이어오고 있다. 여기에다 이미 돈을 지불한 회원들 또한 돈의 사용처가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로 운영진에게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한 회원은 본보와 만나 “회원들에게 돈을 거들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불투명한 운영으로 회원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농장 운영진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회원들을 위해 농장 주위에 펜스를 설치하고, 물을 대는 일을 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운영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식 허가조차 받지 않은 카운티 내 농장에서 비록 회비 명목이지만 돈 거래가 있었다는 사실은 추후 문제를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농장 관계자는 “뉴욕시 공원부지인 플러싱 상록화원 역시 회원간 돈 거래 문제 때문에 결국 운영권을 빼앗겼던 것”이라면서 “우리도 같은 일을 겪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고 강조했다.<함지하 기자> A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