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기 건강과 가족
2015-06-02 (화)
생활수준이 향상되고 의학이 발달하면서 평균 수명이 늘어나고 고령화 사회가 되어감을 실감하게 된다. 부부가 건강하게 노년을 함께 의지해서 살아가면 더 없이 좋은 일이겠으나 현실은 꼭 그렇지 만은 않은 것 같다. 부부 중 한 명이 남아서 홀로 오랜 시간을 보내야 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필자의 환자 중에는 80대 후반의 할머니가 계시는데 항상 사위분이 모시고 정기 진료를 받으러 오신다. 사위분이 비즈니스를 하는 관계로 보통 늦은 오후 마지막 환자로 오피스에서 진료를 할 때가 많다.
환자분은 평소 당뇨병의 병력이 있었으며 작년 고관절 골절로 인한 수술 후 양로병원에서 재활치료를 받게 되었다. 전문적인 물리치료사의 재활 프로그램에 의한 치료 이외에도 가족분들이 일과 후 방문하여 보행을 도와 적극적으로 재활에 참여하였고 이는 집으로 퇴원 후에도 계속되었다.
노년기의 고관절 골절 후 재활이 쉬운 것은 아니며 근력의 약화와 우울증, 식욕 저하로 인한 영양장애 등 많은 합병증을 자주 일으키며 1년 내 사망률이 50%에 달한다는 통계도 있다.
정기적인 진료를 통해 체크해 본 결과 혈압, 당뇨, 콜레스테롤 등의 수치와 영양상태 등이 양호하였으며 항상 건강하고 즐거운 모습으로 가족들과 살아가는 등 성공적인 재활을 하고 있었다.
또 한 예는 필자가 10년 전 메릴랜드 주립 요양병원에서 일할 때였는데 90세가 넘은 백인 할머니 환자가 통풍과 중증 치매로 수년간 입원치료를 받고 있었는데 타운 내 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하는 따님이 거의 하루도 거르지 않고 퇴근 후 방문해서 본인이 직접 싸온 음식을 먹여가며 같이 시간을 보낸 것이 인상적이었다. 형편상 집에서 모시기가 어렵지만 주말에는 집에서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생활을 하였다. 폐렴이나 방광염 등 노년기에 흔한 감염이 있어서 치료를 받는 경우가 자주 있었으나 그때마다 가족의 지지로 빨리 회복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같은 질환이라도 사회의 최소단위인 가족의 지지와 보살핌은 경과와 예후에 많은 차이를 가져오며 이를 통해 환자뿐만 아니라 가족 구성원 전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을 자주 보게 된다.
이동현 내과 (213)739-8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