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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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의 비결은?

2015-06-02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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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직 / 내과 전문의

미국인들은 매년 1,000억달러 이상의 돈을 건강식품이나 운동 프로그램에 사용하고 수조달러의 돈을 약값이나 병원비와 같은 의료비에 지출을 하지만 미국인의 평균 수명은 선진국 평균에 훨씬 못 미친다. 통계를 보면 미국인 1만명 당 100세 이상 노인은 4명에 불과한데 비해서 일본의 오키나와와 더불어 이탈리아의 작은 섬 살디니아에는 1만명 당 100세 이상이 21명이나 된다고 한다. 그러면 도대체 무엇이 이러한 수명의 차이를 만드는가 물어보지 않을 수 없다.

노화를 연구하는 여러 학자들이 장수의 비결을 연구하기 위해서 살디니아 섬에 직접 가서 머물면서 연구를 한 결과 다음과 같은 사실을 발견했다. 먼저 콩을 주식으로 하면서 풍부한 야채, 과일을 많이 섭취하는 식생활을 꼽았다.

콩은 고기보다 단백질이 더 풍부하면서 섬유질이 많아 장내에 건강한 세균이 자랄 수 있는 배양을 만들어 준다. 육류는 한 달에 5회 정도로 특별한 행사나 파티가 있을 때만 먹고 탄수화물 함유가 적은 호밀빵이나 사워도(sourdough) 빵을 주식으로 한다.


둘째는 항상 움직이는 생활을 들 수 있다. 실제로 미국생활 만큼 걷지 않고 자동차를 타고 생활하는 나라가 없을 것이다. 미국인들은 뉴욕이나 시카고 같이 지하철이 발달된 대도시를 제외하고는 스스로 시간을 내서 운동을 하지 않으면 하루 종일 차를 타거나 오피스에 앉아서 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집에 와서도 TV나 인터넷에 시간을 보내다 보면 운동이 부족하고 결과적으로는 비만에 쉽게 노출되고 당뇨병이나 혈압과 같은 성인병에 걸리게 된다.

하지만 오키나와나 이탈리아의 장수마을인 살디니아의 공통점은 교통수단이 부족하다보니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걷게 되고 바다나 밭에 가서 일을 하지 않으면 생활이 안 되기 때문에 하루 종일 일을 해야 해서 성인병의 발병이 훨씬 적다.

셋째는 작은 시골마을에서 볼 수 있는 환경을 들 수 있다. 다시 말하면 늙으면 자식이 돌봐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노후걱정을 하지 않고 정년퇴직도 없으며 주위에 친구나 친척이 많아서 사회적으로 고립되지 않아서 노인 우울증이 거의 없다고 한다.

일례로 94세인 한 노인은 다른 90세 이상의 노인 2명과 함께 매일 3번씩 만나서 커피를 함께 마시거나 오후에 도미노 게임을 하고 저녁에는 와인을 함께 마신다고 하는데 혼자 있는 경우가 없다고 한다. 따라서 외로움이나 우울증이 있을 수 없다. 옛날 한국에서도 그랬던 것처럼 저녁을 먹고 나면 동네사람들이 나와서 함께 떠들고 이야기하며 아이들은 뛰어놀고 어려움이 있으면 함께 도와주는 식의 생활양식을 고수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100세 노인들 중 아무도 젊을 때부터 100세까지 살려고 노력하지 않았고 건강식품을 사먹은 적도 없고 건강검진을 한 적도 없다. 또 아무도 건강을 위해서 운동을 하지 않았고 그들의 생활자체가 육체노동을 해야 하는 생활이다. 또 그들이 생산한 신선한 음식을 조리해서 먹고 마시며 노후걱정 크게 하지 않고 가족과 친구들과 어울려 생활하는 것이다. 이는 건강을 위해서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지나친 경쟁사회에 살며 지나친 개인주의 때문에 스스로의 노후를 걱정해야하는 우리들이 배워야 할 점이 많다고 본다.

이영직 내과 (213)383-93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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