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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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이 희망이다 (김영중 / 수필가)

2015-05-2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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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출 청소년들의 이야기가 TV 화면을 통해 방영되었다. 아이들이 가정과 학교를 뛰쳐나와 거리를 방황하다 혼자 살아가기에 무력함을 느껴 같은 처지의 친구들을 만나 새로운 가족관계를 형성하고, 나름대로 생활규칙까지 세워놓고 생활하나 생존을 위해 검은 손길에 쉽게 빠지며, 사회 밑바닥으로 떨어져 끝내 참혹한 죽음을 당하는 충격적인 이야기였다. 한 마디로 가슴 아픈 전율을 느꼈다.

일생에 한두 번쯤 가정이란 울타리에서 벗어나 어디론가 훌훌 가버리고 싶은 생각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가출 충동이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 놓였다 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실제로 행동하지 않는다. 모험이 두려운 것이다. 틀에 잡힌 생활의 리듬을 깨고 뛰쳐나가는 파격적인 행동은 어렵고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청소년층의 가출은 가족의 보호가 필요한 나이라는 점에서 가장 위험하고 무모한 행위라고 할 수 있다. 가출은 타성적인 삶에 대한 어설픈 도전이기도 하지만 오늘의 나를 깨끗이 털어버리고 또 하나의 나를 구축해 보려는 의지의 발현, 그게 가출의 핵심이다.


청소년들이 가정과 학교를 박차고 가출해 자유분방하게 살려는 심리적인 동기를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며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가를 생각해본다. 가족이 있음으로 해서 성립되는 곳이 가정이다. 부모슬하에서 자연스럽게 몸담고 살고 있는 집, 싫다고 떼어 버릴 수 없는 가족들이 있고 희로애락을 함께 경험하면서 저마다 꿈과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는 곳, 그곳이 가정이다.

가족은 서로를 아껴 주고 가정은 단란하고 화목한 사랑의 보금자리가 되어야 하나 모든 가정이 그렇지는 못한 데서 인간사에는 복잡한 문제들이 일어난다.

옛날과 달리 현대사회는 가정의 부류도 다양해졌다. 부부 가정, 한 부모가정, 미혼모 가정, 조손 가정, 다문화 가정 등 다양하다. 다양한 가정환경 속에서 청소년 가출은 주로 가정불화와 폭력, 학교 폭력, 학교 왕따, 가난 등에서 오는 불만족, 분노를 탈피하여 새 삶을 찾아보려는 의도에서 비롯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간혹 허영과 호기심도 있을 것이다. 당면하고 있는 환경에서 받은 상처의 연속이 인간 불신이라는 어두운 그림자를 가슴 깊이 박아놓게 했을 것이고, 또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없게 했을 것이다. 잘못된 선택으로 가출한 그들은 빛바래져가는 사춘기를 보내게 되며 내일로 연결되는 희망을 잃어간다.

부모는 가출하는 청소년 자녀의 아픈 마음을 내 것으로 인식하며 사랑으로 감싸는 각고의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사랑이 있는 가정에는 희망이 있다.

성장기 자녀가 어떤 환경에서든 밝고 따뜻한 인간성과 건강한 정신력을 가지고 바르게 성장 하도록 부모는 최선을 다 해야 하겠다. 그러기 위해서 현대 가정의 부모는 무조건 꾸중하는 대신 부드럽게 타이르는 사랑의 자세로 바뀌어야 한다. 자녀와 대화를 통해 설득하는 민주적 가정 분위기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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