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힘겹게 살아가는 또래 친구들 마음 아팠어요”
▶ 탈북자 나오는 방송 보며 한민족으로 현실 가슴 아파
퀸즈 플러싱 JHS189중학교 7학년에 재학 중인 쌍둥이 자매 황정윤·정안 양은 북한 인권에 관심이 많은 차세대 유망주다.
지난 3월 뉴욕한인학부모협회(공동회장 최윤희·라정미)가 주최한 ‘북한 인권 결의안’ 에세이 경연대회에서 100여 명의 응모자 중 공동 2등을 차지하기도 했다. 자매는 북한의 인권유린 소식을 접한 뒤 받은 충격과 함께 이를 해결하기 위한 자신들의 각오를 담담하게 써내려가 심사위원들의 호평을 받았다.
사실 정윤, 정안 양이 북한 인권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한국에서 방영 중인 예능방송 ‘이제 만나러 갑니다’를 즐겨보기 시작하면서 부터다. 이 프로그램은 탈북자들이 출연해 남과 북의 서로 다른 생활상에 대해 이야기를 하며 탈북자들의 탈출 과정 등을 생생히 담아내고 있는데 이들 자매는 이를 매주 빼놓지 않고 시청하고 있다고.
정윤 양은 “8세 밖에 되지 않은 꽃 제비를 탈출시키는 방송을 보는 내내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난다”며 “저희 같은 또래 친구들이 많은 것을 누리지 못하고 힘겹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같은 한민족으로서 마음이 아프고 슬프다”고 말했다.
동생인 정안 양도 “아직 어린 나로서는 이러한 인권유린의 심각한 문제에 대한 해결방법을 알 수 없어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며 “북한 인권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반에서 유일한 한인이라는 쌍둥이 자매는 “친구들이 교과서에 한국이나 북한에 관련된 이야기만 나오면 어김없이 저희를 찾아와 물어보곤 한다”며 “친구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알려주기 위해 더 열심히 공부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남북한 전문가가 된 것 같다”며 웃었다.
자매는 미국에 이민 온지 채 2년이 되지 않았지만 평균 90점이 넘는 훌륭한 성적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민 첫해에는 좌절도 많이 했다고. 한국 마산해운초등학교에서 평균 98점 이상의 점수를 받으면 전교 2~3등을 앞 다툴 정도로 영재소리를 들었지만 미국에 이민 온 후 치른 첫 시험에서 낮은 점수를 받으며 눈물로 밤을 지새웠다.
이후 자매는 서로의 공부를 도와주며 의지하면서 힘든 과정을 이겨내 지금은 같은 반에서 1~2등을 다투고 있다. 이밖에도 운동은 물론 피아노와 하모니카, 바이올린, 플룻 등 못하는 게 없는 만능 재주꾼들이다. 특히 쌍둥이 자매는 독서를 좋아해 교내 독서왕에 선출되기도 했다.
양 팔과 다리가 없는 장애를 이겨낸 닉 부이치치처럼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정안 양과 디자이너 코코 샤넬처럼 세상을 변화시키는 인물이 되고 싶다는 당찬 포부를 가진 정윤 양은 공학박사 황승국 씨와 사회복지학 박사 현미숙 씨의 자녀다.<조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