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빗 안 (아리스타학원 원장)
영어를 오랫동안 지도하다보면 나도 모르게 박식(?)해진다. 아주 다양한 분야의 지문을 접하다보니 생소한 분야는 검색하고 찾다보면 전문적이지는 않지만 아는 척은 가능하다. 그러다보니 본능적으로 일반 기사나 잡지광고, 신문의 오피니언을 포함한 모든 글을 읽으면 나의 뇌는 어느새 문제를 만들고 있다.
그렇다면 시험을 치를 학생도 다양한 읽을거리를 통한 선지식이 있으면 지문과 문제를 보는 동시에 풀이가 훨씬 용이해진다.
발표된 예제와 몇몇 문제집을 분석해보니 사용된 지문이 학교에서 배우는 역사, 과학 과목이나, 문학 또는 비평문, 미국 역사에 길이 남을만한 명연설문이나 독립선언문 등의 자료가 활용될 것이고 또한 지문에 도표, 그래프가 포함되어 그 내용과 연관된 이해능력을 평가하며, 어떤 문제는 답을 선택 후 그에 대한 근거를 지문 안에서 제시하라는 문제도 있다. 필자가 자주 보는 책 중에 미국대통령 취임연설문 묶음집이 있다.
교육받은 일반 대중이 무리 없이 이해할 수 있는 적당한 고급어휘로 수정하고 다듬은 가장 잘 쓴 글의 향연이다. 언어습득은 결국 모방이다. 좋은 글을 많이 읽고 써먹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다.
하지만 오해는 없어야한다. PSAT/SAT의 독해능력시험은 절대로 암기능력 테스트가 아니다. 그러므로 칼리지보드가 학교 교과과정을 적극 반영하겠다는 말은 교과과정과 SAT가 너무 동떨어졌다 (School is one thing, Test is another) 라는 비난을 모면하기 위함이지 학교에서 배운 것을 그대로 인용하겠다는 뜻은 아니다.
학교에서 배운 내용이나 필자가 말하는 선지식이 도움은 되겠지만 30~40% 이상의 비중은 아니다. 나머지는 지금까지 강조하여 설명한 자가 훈련을 통해 습득된 독해감각인 것이다.
그런데 학생들은 왜 그리도 영어 독해문제를 어려워하고 반도 못 맞추는 학생이 부지기수일까?
일반적으로 리딩 테스트에는 객관적인 지식을 평가하는 문제는 없고 1) 이글을 쓴 목적(purpose)은? 2)전체 지문을 가장 잘 요약(summarize)한 것은? 3)글쓴이가 말한 것의 근거(evidence)는? 4)글쓴이의 의도를 추론(infer)하면? 5) 이 단어는 어떤 뜻으로 썼는가? 등등, 극히 주관적인 견해를 묻는 문제들이기 때문이다.
생각하기를 끔찍하게 싫어하는데 장문을 읽고 전체적인 흐름을 논리적으로 파악하기가 말처럼 쉬울까? 그래서 현 SAT영어를 비판적 사고능력(Critical Thinking)이라 명명했고 개정 SAT를 유추능력(Evidence-Based) 이라고 칭함도 같은 맥락이다.
이런 실수를 피하려면 Time Control 즉, 빠르게 읽는 법과 끝까지 집중하는 정확도 두 가지를 갖춰야 하는데, 요령과 찍기 훈련, 심지어 기출문제에 의존하여 점수 올리기에 급급하다면 학부모나 선생, 둘 다 아이를 망치는 것이다.
어떤 학부모는 아이가 책을 너무 좋아하는데 시험점수는 바닥이라고 한숨짓는다. 판타지소설에 몰입하여 높은 점수를 기대함은 무식이다. 학부모는 아이가 어떤 책을 읽어야 하는지 방향을 제시해 주고 어떻게 읽었는지 확인 작업까지 하기위해 최소의 갈등을 감수해야 한다.
문제풀이에 늘 시간이 부족한 학생은 왜 그럴까? 신속하고 정밀한 독해를 위한 감각훈련은 무엇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 초.중.고에서 독서가 소설류(Fiction)에 편중된 후 대학 입학 후에 주로 접하게 되는 비소설류(Non-fiction)의 읽기에 매우 서툴다는 것이다.
이런 글은 논설문 형식이라 읽기가 편하지 않고, 함축된 뜻을 간파하기 위해 집중하여 빨리 읽는 속도와 정확도를 갖춰야 주어진 시간에 해낸다. 글을 읽어 나가는 동시에 지금까지의 내용이 정리가 되어 글쓴이의 의도, 목적, 요약과 추론과 앞으로의 내용 예측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 훈련 없이는 어려운 작업이다.
이때 가장 필요한 능력은 집중력(Concentration)이다. 또한 고전(Classis) 이나 희곡(Drama)도 반드시 챕터별로 문제화된 내용정리(reflection and responding)를 해야만 진짜 읽은 것이다.
한 예로 ‘12인의 성난 사람들’(Twelve Angry Men, 레지널 로즈 각색) 이라는 각색된 희곡은 63페이지의 짧은 극본이지만 방대한 토론이 가능하고 11명의 비겁한 겁쟁이에 맞서 싸우는 8번 배심원은 ‘앵무새 죽이기’(To Kill a Mocking Bird)의 애티커스라는 아버지처럼 우리 자녀들에게 깊은 감동으로 멘토가 되어 에세이를 쓸 때 가장 많이 쓰는 근거제시(Supporting Idea)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