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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 인스펙션/ 주택의 숨은 독초 포이즌 아이비 (Poison Ivy)

2015-05-2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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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민<뉴욕주 공인 홈인스펙터>

아이비(Ivy)는 우리에게는 아주 친숙한 관목 중의 하나로 주로 담벼락이나 건물, 주택의 외벽을 타고 올라가는 담쟁이덩굴이다. 또한 아이비는 미국 내 유명사립대학의 상징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전통적으로 학업이 우수한 학생들만이 진학하는 대학으로 알려진 미 북동부지역에 위치한 브라운, 컬럼비아, 코넬, 다트머스, 하버드, 유펜(University of Pennsylvania), 프린스턴, 예일 대학교는 소위 아이비리그대학으로 명문 중의 명문대학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아이비대학이라는 명칭은 1800년도에 학교 연중행사 중의 일환으로 대학건물 담벼락에 아이비를 심기 시작한 이래 이후 자란 아이비들이 대학건물외벽을 덮고 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으로 아이비리그는 상기 8개 대학이 벌이는 미식축구경기에서 유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이 담쟁이덩굴은 건물벽 뿐 아니라 바위, 심지어는 다른 나무에 감겨 붙어 자라는 포도과의 낙엽덩굴로 오 헨리의 단편소설 ‘마지막 잎새’에 등장하면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그런데 오늘의 주제인 포이즌 아이비는 명문 아이비대학의 아이비가 아니고 그 모양도 전혀 다른 독성이 아주 강한 덩굴옻나무(혹은 개옻나무로 칭하기도 함)다. 다만 벽이나 나무를 타고 올라가는 아이비와 같은 관목이어서 아이비나무의 일종으로 불리고 있을 뿐이다.

홈 인스펙션(Home Inspection)의 가이드라인 속에 덩굴옻나무는 등장하지 않는다. 굳이 따지자면 덩굴옻나무를 구분할 능력을 갖춘 인스펙터의 경우 간혹 인체에 유해한 일종의 ‘Health Issue’ 정도로 언급하는 열외 항목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따라서 대부분의 홈 인스펙션 리포트에 이들 덩굴옻나무를 별도로 언급하지 않는 편이다.

그러나 종종 집 뜰에서 혹은 건물주변에서 꼭꼭 숨은 채 멀쩡히 자라고 있는 이 옻나무에 접촉한 피부에 옻이 심하게 올랐을 경우 물집을 동반한 악성발진이 생길 수 있고 심지어는 그 독성으로 인해 사망에 이르게 할 수도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반 담쟁이덩굴에 뒤섞여 자라는 경우가 많아 실상 그 존재확인이 쉽지 않을 뿐더러 뒤뜰에서 뛰어노는 피부가 여린 어린 아이들에게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어 이들 옻나무의 확인과 제거는 중요한 집안일중의 하나로 자주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이 있다. 백번 듣는 것이 한번 보는 것만 못하다는 의미로 쓰이고 있는 속담으로 백번 듣고 읽는 것보다 한번 보는 것이 더 낫기 때문에 무엇이든지 생생한 사진을 통해 볼 수 있는 인터넷세상에서 덩굴옻나무의 모습을 직접 확인할 것을 주문하고 싶다. 그만큼 덩굴옻나무의 구별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덩굴옻나무는 알래스카 주와 하와이 주를 제외한 미국 내 거의 모든 주에서 자생하고 있는 관목(Shrub)으로 덩굴 줄기에서 나온 잎가지 줄기 양옆에 서로 동일한 자리에서 마주보는 2개의 잎과 바로 위 끝부분에 1개의 잎으로 3개의 소엽모습을 구성하고 있는 공통적 특징을 가지고 있다. 주로 벽이나 나무를 감아 타고 올라가기 때문에 줄기 중간 중간에 잔뿌리가 보인다.

잎의 표면은 반들반들하게 윤이 나는 편이며 타원형의 잎 둘레는 부드럽고 가지런한 편이나 간혹 톱니처럼 까칠까칠한 모습을 띠기도 한다. 잎의 모양을 보면 봄철에는 불그스름한 색깔을 띠고 있고, 여름에는 녹색을 띠고 있으며 가을에는 여타 낙엽처럼 노란색, 적황색 혹은 붉은색을 띠고 있다가 낙엽이 되어 떨어진다.

잎, 줄기, 덩굴껍질이 긁히거나 상처가 나면 흰색 진액이 흘러나오는데 이를 옻(수액)이라 하고 장롱이나 목재품의 최고급 칠감으로 정평이 나있다.

그러나 옻의 수액이 피부와 접촉하면 과민성 피부염을 일으켜 충혈, 가려움증, 물집, 화농 등의 증상이 나타나며 내복하면 메스꺼움, 구토, 어지럼증, 항문 및 회음부의 가려움증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가지 다행인 것은 피부에 발생하는 발진(Rashes)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전염되지 않는다. 그러나 입고 있던 옷이나 정원관리도구, 개 혹은 고양이에 묻어 있던 옻으로 인해 타인에게 옻이 오를 수 있기 때문에 주의를 요한다. 이들 옻은 상당히 오랜 동안(경우에 따라서는 수년 동안) 묻은 채 남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물로 씻어 내거나 알콜로 닦아 내기 전에는 완전히 제거할 수 없다.

옻에 오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보다도 나무를 자르거나 정원관리에 사용된 도구들을 물로 잘 씻고 되도록이면 긴팔, 긴바지, 장화, 장갑 등을 착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만일 인체의 피부가 옻에 접촉했다면 기본 처치방법으로 신속하게 차가운 물로 씻은 다음 약을 발라주고 무엇보다도 감염된 곳을 긁지 말아야 한다. 손톱사이에 끼어 있던 박테리아로 인해 물집이 터진 곳으로 감염될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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