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행복하지 못한 사람 (이봉호 / 수필가)

2015-05-1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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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란 무엇인가? 행복의 정의는 다양하지만 누구나 자신만의 기준이 있다. 어떠한 형태이든 그 기준이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충족되었을 때 행복감을 느낀다.

쇼펜하우어는 “행복하게 만들기도 하고 불행하게 만들기도 하는 것은 사물의 객관적, 현실적 상태가 아니라 우리의 주관에 비친 사물의 상태”라고 말했다.

이렇듯 행복은 마음의 문제로 주관적이다. 노자는 “욕망을 내버려두는 것은 가장 큰 죄악이고, 만족을 모르는 것은 가장 큰 화근이고, 끝없이 욕심 부리는 것은 가장 큰 과실이다.


그러므로 만족의 이치를 아는 사람은 영원히 만족하고 행복하다”라고 했다. 좋아하는 일을 잘하면서 충분히 먹고살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사람이다.

열심히 노력하여 원하는 것을 얻거나 원하는 욕구를 줄이는 것도 행복으로 가는 길이다. 경쟁과 성과로부터 비교적 자유스러운 말단 사원이 마시는 소주 한 잔의 행복과, 실적 경쟁과 권력 투쟁을 넘나드는 임원이 마시는 양주 한 잔의 행복은 질적으로 다르다.

물욕이 발동하여 물질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자신의 현실과 이상의 갈등 때문에 행복은 점점 희미해진다.

생계가 어려울 정도로 가난할 때는 돈이 행복과 기쁨을 가져다주지만 일단 생계가 해결 되어 어느 수준이 되면 수입이 아무리 늘어도 행복감은 탄성한계를 넘어 용수철처럼 늘어져 버린다.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가 내면화 되어 돈에 집착하는 사람일수록 소유의 욕구가 불투명한 미래로 연결되어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돈에 무게를 두고 살아가는 사람은 물질을 행복보다 더 높은 자리에 올려놓아 아무리 돈이 많아도 공허감을 느끼게 된다.

예전보다 부유해졌지만 더 행복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인가. 내면에서 진정한 자기를 찾지 못하기 때문이다. 존재 여부가 불투명한 저 높은 곳의 이상과 독립된 개체로 존재하는 일상의 ‘나’ 사이에 간극이 크면 클수록 자존감은 낮아 행복감을 느끼지 못한다.

물질만능주의 성향이 강하여 세속적 성공에 집착을 하게 되면 항상 무언가에 쫒기는 불안감 때문에 행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가족들과 시간 보내기, 취미생활 같은 활동을 소홀하게 된다.


인생에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물질이 아니라 개인의 마음이다. 대의에 봉사하거나 가족이나 공동체에 좋은 일을 하거나 창조적 노력 같은 삶에 가치와 의미를 둘 때 행복한 것이다.

한국인들은 남을 너무 의식하며 부러워하거나 비교하며 살아간다. 타인의 시선을 통해 나를 들여다보면 상실감을 초래하여 스스로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미국의 어느 심리학 교수는 “한국인은 남들과 비교하여 이기는 것이 행복해지는 길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분석했다.

비교와 경쟁심은 불행을 초래한다. 행복은 소소하더라도 감사하는 마음에서 나온다. 다른 사람의 시선 속이 아니라 바로 나의 마음속에 자아를 찾고 자아를 긍정하며 자신의 본성대로 삶의 주인으로 살아야 행복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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