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은 <음악교육가/가야금 연주자>
Creativity, 즉 창의성은 요즘 시대에서 유행이라고 보아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보편화된 개념이다. 창의성이란 단어는 교육뿐만이 아니라 행정, 경제 등 많은 분야에서 심심찮게 쓰이면서 마치 이것이 모든 문제의 해답인 것처럼 그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특히 음악, 미술 등 예술분야에서는 천재성은 곧 창의성과도 같은 개념으로도 통용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창의성이란 것은 어떻게 교육할 수 있는 것인가?
이 질문은 비단 한국에서만 화두가 아니다. 3월26일자 워싱턴포스트지에서는 "Why America’s obsession with STEM education is dangerous"라는 제목으로 미국의 현 교육체제에 대한 고찰을 하며 그 해답은 생각하는 능력, 창의성을 계발할 수 있는 liberal education, 즉 폭넓은 차원에서의 교육이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파리드 자카리아의 칼럼이 실렸다.
그는 미국 내의 일자리가 미국인들에 의해 채워지고 미국의 인력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현재 주장되는 수학과 과학에 집중되는 고학점 위주의 교육보다는 창의적인 생각을 키울 수 있는 방향으로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예로 아시아의 교육방식은 암기 위주의 주입식 교육방식이며 고득점은 받을지 모르나 창의성, 문제 해결 능력 혹은 비판적 사고 능력과는 관계가 없으며 오히려 지난 몇 십년간 낮은 시험 성적을 거둔 이스라엘, 스웨덴, 미국 등의 나라가 세계적인 명성을 지닌 기업을 더 많이 발굴하였다고 주장한다. 결과적으로 그가 주장하는 인문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어야 한다는 점에는 동의하는 바이나 그 결과를 도출하는 과정에서는 그의 주장은 여러 오류를 가지고 있다.
자카리아는 아시안 교육 체계라고 뭉뚱그려서 아시아의 교육들이 모두 같다고 정의내리고 있다. 이는 국가와 문화와 관계없이 아시아라는 개념 속에 결과를 기준으로 너무 뭉뚱그린 성급한 결론이다.
물론 한국의 교육이 시험성적 위주의 주입식 교육을 해온 것에 대해서는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필자도 제기했다시피 암기 위주의 교육도 어느 정도의 타당성을 가지고 있으며 창의력을 발휘하기 위한 토대를 마련하기까지의 정보 수집도 그 효용성이 있다. 필자의 관점에서 창의성이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만은 아니다.
콜럼버스의 달걀이 알고 보면 싱거운 것처럼 창의성이란 것이 천지개벽을 하는 세상을 뒤바꾸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무언가를 만들어 내고, 새롭게 보는 눈은 원래 알던 지식을 요리조리 뒤바꿔서 퍼즐을 맞추듯 정보를 짜 집는 능력도 포함할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알고 있는 축적된 지식은 다양한 경험과 마찬가지로 창의력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문제는 지식축적과 동시에 이를 다르게 맞추고 활용하는 시도를 하는 대담함과 자유로운 실험정신이 연결되어야 한다는 점이며 이 점이 한국의 교육뿐만이 아니라 현대의 교육 전반에서 보완되어야 할 점이다.
뉴욕시 특목고인 브루클린 테크니컬 고등학교는 뉴욕에서 손꼽히는 명문 고등학교 중 하나이다. 이 학교는 아시안 58%의 학생 비율을 가지고 있다(뉴욕 타임스 발췌). 또 다른 뉴욕시 특목고인 브롱스 과학고는 아시아 학생이 63%에 달한다.
창조성, 비판적인 사고 능력이 중요시되는 과학고에 왜 유독 아시안 학생들의 비율이 높은 것일까?
이 학생 분포도만 보아도 미국 교육 체계의 문제점이 유독 아시아계 학생들만 빗겨간다고는 말하기 어려울 것이다. 모든 주에서 실시되는 시험 성적 결과에서도 백인과 아시아 학생들의 비율은 다른 인종의 학생보다 높으며 아이비리그 중 하버드의 아시안 학생의 비율은 19%에 달한다. 국적과 관계없이 인종적 분류에 의해 그 수가 제한되는 점을 감안한다면 사실상 더 높은 비율에 달할 수도 있다. 칼럼의 필자 그리고 다른 이들이 지적하듯 아시아 국가의 학생들이 주입식 교육으로 인해 높은 시험 성적을 거둔다면 미국 내에서 아시아계 학생들의 높은 성적은 무엇이라고 이야기해야 옳은가?
한국은 강대국이라는 이유로 정책을 세울 때에도 미국 및 다른 유럽 국가들의 사례를 참고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주의해야 할 점은 어느 나라에서 성공한 정책이 다른 나라에서도 같은 결과를 낸다는 보장이 없다는 점이다.
교육정책을 세울 때에도 다른 나라들의 성공사례를 참고하되 그것은 어디까지나 그 나라의 특수성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을 언제나 잊지 말고 한국의 환경에 맞는 정책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한국만이 가질 수 있는 문화적 특수성을 가지고 그것을 장점으로 승화할 수 있는 제도만이 우리 아이들이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서 인재로 쓰임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