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oman Cross DMZ’ 노둣돌과 어떤 관계?
24일 ‘DMZ 걸어서 통과’행사 앞두고 북한 사주의혹 속속 드러나
행사기획 크리스틴 안.수지 김, 노둣돌 DEEP 대표단으로 방북 전력
노둣돌 창립 박혜정씨, 안씨와 함께 코리아정책연구소 공동 창설
<유엔본부=신용일 기자> 북한체제 선전기구인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2일 “조선에서 ‘2015년 조선의 통일과 평화를 위한 국제녀성대행진’이 5월에 진행되게 된다”고 밝혔다.
통신은 “이와 관련하여 세계인민들과의 련대성조선위원회를 비롯한 국내의 여러 사회단체들이 평양에서 준비위원회를 결성하고 국제녀성대행진을 성과적으로 보장하기 위하여 활동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리고는 “국제녀성대행진은 조국해방 일흔돐을 맞으며 자주통일의 대통로를 열어나가기 위한 조선인민의 투쟁을 고무하고 조선반도의 통일과 평화를 바라는 국제사회의 목소리를 고조시키는데 기여하게 될 것이다”고 전했다.
조선중앙통신이 선전한 “국제녀성대행진”이란 미주 한인들을 포함한 12개국 출신 여성 30여명이 이달 말 북한에서 한국으로 비무장지대(DMZ)를 걸어서 넘겠다는 행사이다. 미국에서 이 행사를 준비해온 ‘워멘크로스디엠지’(Women Cross DMZ)는 지난 3월 뉴욕 유엔본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목적을 “한반도 평화와 남북통일을 염원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크리스틴 안(42세·한국명 안은희) 행사 공동기획자는 당시 기자회견에서 여성 대표단이 ‘평화와 군축을 위한 세계여성의 날’인 5월24일 북한에서 한국으로 DMZ를 걸어서 통과할 계획을 발표하며 북한 측으로부터는 이미 “지원을 긍정적으로 검토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DMZ 통과를 위해 승인이 필요한 유엔군사령부에 대해서는 “행사 고문인 빌 리차드슨 전 뉴멕시코 주지사를 통해 유엔사로부터 한국 정부의 승인이 있을 경우 승인할 수 있다는 조건부 승인을 받았다”며 그러나 한국 정부로부터는 “아직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웨멘크로스디엠지’의 이 같은 행사 계획은 특히 한국 언론이 관심을 갖고 보도했다. 한국 언론 보도들은 행사에 미국의 여성운동가 글로리아 스타이넘, 월트 디즈니의 손녀인 애비게일 디즈니와 1976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북아일랜드의 메어리드 메과이어, 그리고 같은 영예를 2011년 안은 라이베리아의 리마 보위 등 세계 저명인사들이 대거 참여한다는데 주목했다. 그러나 행사 계획이 발표된 이후 미 주류언론들과 인권단체들은 행사가 추진된 배경 자체에 의혹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구체적으로 행사 준비를 주도해온 공동기획자 안씨와 일부 참가자들의 ‘친북’ 단체 관계와 ‘북한체제 동정’ 성향 활동을 문제 삼으며 이번 행사를 애당초 북한이 추진, 지지한 것으로 “북한체제 선전용” 목적 의도가 담겨 있다는 가능성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에 안씨는 “냉전시대 정신구조로 본다”며 “근거 없는 주장들”이라고 강력히 반박했다. 그러나 미 주류언론과 인권단체들의 의혹 제기는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오히려 더 구체적으로 거세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종북’ 논란에 대한 행사 준비측의 ‘진화작업’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계속 제기되고 있는 이유는 실제로 이번 행사의 배후에 북한의 행사개최 사주가 있었을 의혹을 뒷받침하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행사 주최 측이 개설한 인터넷 홈페이지(www.womencrossdmz.org) 만을 보더라도 한국전쟁을 소개하는 ‘사실’(Fact) 섹션에서 “대다수 민간인들을 포함해 400만 명이 사망했다”, “DMZ로 분단된 1,000만 이산가족이 있다”, “7,000만 남북 한인들이 미해결된 분쟁으로 전쟁상태에서 살고 있다”라고 소개하고 있으나 북한이 1950년 6월25일 돌연 남침한 결과 DMZ가 만들어졌으며 전쟁 사망자들과 오늘의 남북이산가족들이 바로 그 무력도발 때문에 발생했다는 사실은 빼 놓았다.
이외에도 문제의 섹션은 “전쟁이 정전협정으로 중단 된지 60년이 넘은 지금 우리는 아직도 평화협정을 기다리고 있다”, “미해결된 분쟁이 부추겨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과 한국은 군사비용으로 1조 달러를 지출하고 있다”고 하면서도 주민들이 굶어죽어 국제사회에 식량지원을 구걸하는 상황에서 국가예산을 식량 구입이 아닌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에 투입하고 있는 북한의 군사비용 지출은 아예 언급하지도 않았다.
특히 평화협정 체결과 관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10 차례에 달하는 결의, 의장성명, 언론성명과 대언론요소 채택 등을 통해 북한에 한반도와 지역 평화, 안보를 위협하는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 활동을 즉각 중단하고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한 사실은 어디서도 찾아 볼 수 없다.
‘웨멘크로스디엠지’의 이 같은 삐딱한 선전이 북한체제 동조에서 나온 것이라는 의혹은 일부 행사 기획자들과 참가자들이 미국에서 영어권 한인들을 모집한 뒤 북한으로 데리고 가 체제 및 사상교육을 받는 프로그램을 실시해오고 있는 뉴욕 한인청년 단체 ‘노둣돌’과의 밀접한 관계가 뒷받침하고 있다.
뉴욕에서 1999년 4월 발족한 노둣돌은 현지 영어권 한인들을 정기적으로 모집한 뒤 그 중 10명 내외를 선별해 북한에 데려가 ‘사상교육‘을 시키는 DEEP(현재 KEEP-D로 개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에도 지난 1월 모집을 마감해 선발한 8명에 대한 방북 준비교육을 시작한 상태로 오는 8월 북한을 방문할 예정이며 이번 DEEP 대표단의 교육 주제는 ‘북한인권상황바로보기’이다. DEEP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노출 및 교육 프로그램’의 영어 약자로 참가자들은 북한을 방문한 뒤 미국으로 돌아와 각종 행사에 참석해 체험담 형식을 띈 북한체제 및 입장 선전·선동, 북한 옹호·두둔 글 작성 발표 활동 등 의무적으로 ‘보고회’(report back)를 갖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미국 친·종북 세력 연구 전문가이자 ‘자유민주연구원’ 미국 대표인 로렌스 펙 법무박사는 이를 “북한의 차세대 종북 지도자 양성 공작의 일환으로 미주 한인들과 한국 당국이 가장 우려하고 경계해야 할 종북 활동”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이번 행사에 북한의 지원을 얻어내 미 언론과 인권단체들의 주목을 받은 안씨는 캘리포니아에서 2005년 설립된 ‘코리아정책연구소’(KPI:Korea Policy Institute)의 공동 창설자이다. 뉴욕에서 1999년 발족한 노둣돌의 창립멤버이자 공동 창설자인 박혜정씨도 역시 안씨와 함께 ‘코리아정책연구소’의 공동 창설자이다.
크리스틴 안은 2008년 7월 박씨와 함께 노둣돌 DEEP 대표단으로 북한을 방문한 바 있다.
또 역시 KPI에서 활동했으며 이번 행사의 공동기획자인 수지 김(43세) 뉴저지 러커스대교수도 2013년 박씨와 함께 노둣돌 DEEP 대표단으로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왔다.
당시 DEEP 대표단의 방북에는 노둣돌의 공동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일본계 미국인 영화제작자 제이 티 타카기(61세·J.T. Takagi)가 동행했고 그는 이번 DMZ 행사의 기록영화제작을 맡았다.
이외에도 ‘워멘크로스디엠지’는 지난 달 22일 자체운영 웹사이트에 올려놓은 기존 31명 행사 참가자(Participants) 명단에 32번째 참가자로 노둣돌의 박씨를 추가했다.
김 교수는 지난 달 24일 뉴욕 유엔본부 인근 건물에서 ‘웨멘크로징디엠지’가 행사준비 진척상황을 발표하기 위해 가진 기자회견에 공동기획자 자격으로 참석해 안씨가 북한의 초청으로 4월초 평양을 방문하고 돌아온 직후 북한으로부터 “행사를 적극 지원 하겠다”는 이메일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한국 당국으로부터도 “북한 당국의 승인이 공식 확인되면 필요한 협조를 하겠다”는 이메일을 받았다며 필요한 ‘서류행정 절차’(paperwork)를 진행하기 위해 안씨가 5월초에 다시 북한을 방문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리고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2일 “조선에서 ‘2015년 조선의 통일과 평화를 위한 국제녀성대행진’이 5월에 진행되게 된다”고 선전했다. 따라서 한국 정부의 이번 행사 승인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