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님 환자 한분이 응급실로 실려 오셨다. 온몸이 싸늘하며 정신이 혼미하시다. 급히 보기에도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못한 쇼크 상태이다. 검사결과, 방광염으로 시작된 염증이 콩팥을 통해 혈액으로 침투한 패혈증이었다. 혈압을 올리기 위해 알부민이 주어지고 항생제도 투여되었지만 위험한 상태는 계속되었다.
쇼크 상태는 심한 염증, 심장문제, 출혈과 탈수에 의해 발생되는데 혈압이 떨어지면서 각 장기에 혈액순환이 안되는 위험한 상태이다.
우리가 살아있다는 생물학적 지표는 무엇인가? 눈을 뜨고, 이야기하고, 웃고, 식사를 하는 것이 살아있다는 증거이긴 하지만 생물학적 증거는 아니다. 의학적으로는 정상체온, 120/80 정도 되는 혈압, 일 분간 80번 정도 뛰는 맥박, 일 분당 열댓 번의 호흡이 살아있다는 객관적인 지표들이다.
항생제 치료와 수액 공급으로 할머님은 며칠이 지나 회복되셨다. 손발에서 싸늘함은 사라지고 다시 따뜻한 온기를 느낄 수 있었다.
이곳이 겨울일 때 따뜻한 여름인 칠레, 그 나라의 남단은 아프리카 대륙의 남단 희망봉보다 훨씬 더 남쪽이다. 아르헨티나의 남쪽 마을 우수아이아에서 크루즈 배에 올랐다. 배는 남미의 제일 남단, 칠레의 케이프 혼을 거쳐 마젤란 해협 뱃길의 중심지였던 칠레의 푼타아레나스로 향했다.
여행 도중 펭귄들이 모여 사는 섬, 막달리나에 들렀다. 남반구에 사는 18종류의 펭귄 중 이 섬에 사는 것은 마젤란 펭귄이었는데, 가슴에 두 개의 검은 띠가 있고 눈 위에 흰줄이 있다. 남극의 신사 중 가장 큰 황제 펭귄보다는 키가 작아서 50-60cm 정도 된다.
이 펭귄들도 이민의 삶을 산다. 남반구의 바다가 따뜻해지는 9-10월이 되면 수컷 펭귄이 먼저 도착하여 둥지 터를 확보한다. 뒷발로 열심히 흙을 파서 둥지를 만들고 풀이나 해초를 둥지 안에 가져다가 놓는데, 알을 낳고 잘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암컷은 2-3주 늦게 와서 당나귀 소리 비슷하게 우는 수컷을 만나 짝짓기를 한다. 그 많은 수컷들 중에서 반드시 원래의 자기 짝을 찾아 간다고 하니 그 지조가 사람보다 깊은 듯하다. 그렇게 낳은 알을 암수는 2-3일씩 번갈아 가며 35일간 품어 부화를 시키고, 동물 플랑크톤인 크릴을 잡아다 새끼들에게 먹인다.
조금 커지면 펭귄 ‘탁아소’를 만들어 집단적으로 보호하며 부모는 부지런히 먹이를 날라 먹인다. 더 성장하면 새끼들에게 수영과 먹이 사냥을 가르치고, 4-5월경 남반부의 초겨울이 시작되면 따뜻한 북쪽바다로 펭귄들은 떠난다. 이듬해 봄에 다시 고향을 찾아 새끼를 낳게 될 때까지 이민생활을 떠난다.
이 새들이 추운 환경에서 어떻게 알을 부화 시키는지 궁금하였다. 펭귄은 약간 털이 벌어지는 가슴에 알을 품게 되는데 가슴에는 혈관들이 특별히 많이 몰려 있어 알을 부화 시키는데 충분한 열이 발산된다고 한다. 우리 몸은 생명을 유지하는데 그치지 않고 반드시 다른 생명체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살아있다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생명지표를 유지하면 살아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일까?진정한 살아있음은 육체와 함께 영혼이 살아 있을 때라고 생각한다. 생동하는 영혼은 펭귄의 따뜻한 가슴처럼 사랑의 열을 발산한다. 그 열은 낙담하고 방황하는 영혼을 품어 기어코 살려내고야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