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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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이 잉태한 비경·원시림 품은 쪽빛바다…‘태평양의 보석함’

2015-05-0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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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라크 - ‘피나투보 화산’ 초현실적 풍광 탄성 절로... 푸닝온천에 몸 담그면 하루 피로가 쏵~

▶ ■ 수비크 - 돌고래 직접 볼 수 있는 ‘오션 어드벤처’... 지프 타고 즐기는 호랑이 사파리도 짜릿

[’지상낙원’ 필리핀 클라크·수비크]


1970~1980년대 국제 뉴스에 관심을 가졌던 사람에게 클라크는 익숙하다. 일본 오키나와의 후텐마 공군기지와 쌍벽을 이루는 미국 클라크 공군기지가 있던 곳이다. 냉전이 끝난 후 미군이 철수하면서 특별 경제구역으로 변화했지만 과거부터 내려오던 골프장도 많다. 그리고 카지노와 유흥가가 밀접한 곳이기도 하다. 필리핀 정부도 골프·유흥시설로서는 한계가 있다고 느끼는 모양이다. 수려한 자연경관을 적극 활용한 레저와 문화시설로서 승부를 보겠다는 것이다.

클라크뿐만 아니라 미군 해군이 있다 철수한 수비크도 마찬가지다. 필리핀은 한국에서 항공편으로 3시간30분이면 닿는, 동남아 가운데 가장 가까운 곳이다. 가까운 거리와 저렴한 경비로 한국인들에게 ‘지상낙원’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기존의 유흥위주의 편중된 관광패턴은 한계다.



◇ 한국인이 투자한 클라크

마닐라에서 북쪽으로 80㎞ 떨어져 있는 클라크는 미군 공군기지 배후지로 성장했다. 한국 경기도 오산과 비슷하다. 냉전이 끝나면서 미군의 철수에 대한 논의가 나왔다. 결정적으로는 1991년 6월에 인근 피나투보 화산이 폭발했고 그해 12월 화산재로 뒤덮인 비행장을 뒤로하고 미군이 공식적으로 철수했다.

주된 지역 경제 수입원이었던 미군 철수는 경기침체를 가져왔다. 한국의 관련성은 이 지역 재건에 한국기업들이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각종 제조업 공장 및 부동산 개발 등 한국 기업과 사업가들이 진출하면서 부흥의 계기를 잡았다.

오늘날 클라크에서 볼 수 있는 대부분의 상업건물은 한국인이 소유하거나 한국인의 투자를 받은 것이라고 한다. 대표적으로는 클라크 최고급 호텔로 분류되는 위더스호텔, 순수 한국 기술력으로 개발된 선밸리 및 FT 코리아 골프장, 피나투보화산 인근의 푸닝온천 등이 그렇다.

클라크 당국은 기존 골프장이나 카지노 위주의 관광형태를 바꾸기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최우선으로 추천하는 곳이 피나투보화산 트레킹이다. 1991년 6월15일 20세기 중 두 번째로 큰 화산폭발로 인근은 거의 사막같이 변했다. 지금은 클라크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명소로 세계 각지의 관광객들이 초현실적인 풍경을 직접 체험하기 위해 이곳을 방문한다. 다만 이 화산투어는 4월 중순부터 5월 초까지는 피해야한다. 이 기간 필리핀·미국 공동 군사훈련이 이 일대에서 진행돼 진입이 전면 금지되기 때문이다.

필리핀의 역사와 전통문화를 재연한 민속촌 ‘나용 필리피노’도 볼만하다. 필리핀 원주민들의 가옥을 섬세하게 재현한 문화 마을들과 실제 원주민들이 직접 선보이는 방직법과 나무 조각 시범을 볼 수 있다. 나용박물관에는 100년이 넘는 필리핀 전통 직물과 의상이 있다. 이 중 민다나오 주민들이 일상적으로 입었던 ‘말롱’은 긴 통치마로 의상 외에도 해먹, 담요, 기도용 융단 등 일상적인 용도가 100가지가 넘는다고 한다.

푸닝온천에서는 온천과 함께 모래찜질도 이용할 수 있다. 피나투보화산에서 끌어오는 온천수를 이용하며 물속에는 황성분이 소량 포함돼 피부와 관절에 좋다고 한다. 아에타 원주민 직원들이 전신마사지를 하는 모래찜질도 인기다. 방문객 센터에서 산 아래 온천까지 4륜구동 오픈카를 통한 오프로드 질주도 해볼 만하다.


’알비에라 샌드박스’ 가족여행객을 위한 유원지가 있다. 집라인 롤러코스트, 그네 자이언트 스윙, 높이 15m의 클라이밍 타워 등이 있다. 규모는별로 크지 않은데 인근으로 계속 확장할 것이라고 한다. 클라크 비행장 일부를 사용하는 옴니 비행학교는 관광객들을 위한 경비행기 투어를 제공한다.


◇ 바다와 밀림이 만나는 수비크

클라크에서 남쪽으로 차로 1시간쯤 가면 수비크가 있다. 이 지역에 주둔하던 미국 해군도 피나투보 화산폭발로 철수하면서 지역이 공동화됐다. 클라크와 달리 수비크는 외국 자본의 세례를 크게 받지는 못하고 자체적으로 조달해야 했다. 그래서 클라크에 비해서는 시설이 열악하다.

주민들은 미군이 남기고 간 군시설과 장비들을 활용해 산업기반 및 관광시설을 구축해 나갔다. 세계 군기지 재활용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한다.

수비크는 바다와 밀림을 동시에 만날 수 있는 것이 흥미롭다. 바다 측면에서는 ‘오션 어드벤처 팍’이 볼만하다. 돌고래·바다사자·흑범고래 등 대형 바다생물들을 관찰할 수 있으며 해양동물쇼·스쿠버다이빙·스노클링·카누 등 열대해양 스포츠도 즐길 수 있다.

관람객들에게 해양생물들을 직접 만져보고 체험해볼 수 있는 기회도 있다. 흑기흉상어·바다거북 등에게 먹이 주기는 짜릿한 쾌감을 느낄 수 있다. 어린이들이 얕은 물에서 돌고래들을 만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준비돼 있다.

호랑이 사파리를 즐길 수 있는 주 ‘빅 사파리팍’도 있다. 필리핀에서 유일한 호랑이 사파리라는 데 지프를 타고 30여마리 호랑이들을 만날 수 있다. 호랑이에게 직접 먹이주기 체험도 가능하다.

밀림체험도 해볼 만하다. 30m 높이의 나무에서 짜릿하게 모험을 즐길 수 있는 ‘트리톱 어드벤처’가 그것이다. 나무와 나무 사이 130m의 허공을 수퍼맨처럼 나는 집라인, 나무위에서의 서핑, 자유낙하 등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


◇ 불안한 치안과 부족한 인프라, 편견이 장애

한국에서 4시간 이내의 거리, 저렴한 물가, 영어통용 등 장점에서 불구하고 필리핀 관광은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우선 불안한 치안이다. 필리핀 전체에서 총기사고가 끊이지 않는데 클라크 특별 경제구역의 경우 어느정도 치안이 확보돼 있다고 해도 여전히 불안감을 준다. 호텔이나 대형 건물 입구에는 어김없이 보안요원이 있어 총기검사를 한다. 들어갈때마다 당하는 신체 접촉이 불쾌감을 준다.

교통과 통신 등 인프라 시설도 아직은 부족하다. 개인이 이런 관광지를 다니기 위해서는 많이 불편하고 국제전화가 통하지 않는 곳도 많았다. 필리핀 당국은 값싼 유흥관광을 문화·체험관광으로 바꿔나가려고 한다. 아직은 기대에는 못 미치는 듯하다. 덧붙여 지난해 필리핀을 방문한 한국인은 117만명으로 이 나라를 찾은 전체 외래 관광객의24.3%(국가별로 1위)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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