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중국의 이중적 환경정책 (김희봉 / 환경엔지니어)

2015-04-25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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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22일은 45번째 맞는 지구의 날이었다. 과연 지난 반세기동안 지구촌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유감스럽게도 최대의 공해국인 중국에선 지난 주, 사상 최악의 골탈 같은 진흙비가 쏟아졌다. 신장과 네이멍구에서는 황사가 미세먼지공해와 섞여 하늘은 아예 핏빛으로 변했고 가까운 베이징의 미세먼지농도가 1000 마이크로그램까지 치솟았다. WHO 기준치의 40배가 넘었다. 뉴욕타임스는 핵폭탄이 떨어진 지구의 겨울과 같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세계 석탄의 절반을 태우고 지구 쓰레기의 3분의 1을 양산한다. 미세먼지는 자국민을 죽이고 산성비가 되어 한국을 비롯한 이웃나라들에 심각한 피해를 입힌다. 그러나 중국 공산당국은 아랑곳없이 책임을 회피한다.

중국은 옛 부터 네모꼴 문화를 뽐내왔다. 틈만 나면 풍수설에 기원한 좌우대칭 조화를 중시하는 중화문화를 선전하려 애를 썼다. 수년 전 북경올림픽 개막 때도 중국의 역사적 발명품들을 연출하면서 수천 개 작은 네모로 엮은 큰 네모꼴 위에 화(和)자를 또렷이 새겼었다.


“네모꼴 문화는 유교적 질서와 위계, 원칙과 조화를 상징하지요. 권위적이고 체면중시의 비합리적인 면까지 포함해서 말입니다. 허나 아이러니컬한 것은 중국 문화 속엔 개인 취향과 실리추구의 도교(道敎)적 생각이 함께 녹아있다는 점이지요. 실제 중국인들은 처음엔 의리와 조화 등의 명분을 찾지만, 시간이 갈수록 철저하게 실리를 추구하는 민족입니다. 겉과 속이 다를 때가 많지요.” 몇 년 전 중국 여행 때 전문가에게서 들었던 얘기다.

지금 중국의 환경정책을 보면 철저하게 이중적이다. 중국이 불과 30-40년 만에 초고속 경제 성장을 이룬 것도 이런 실리적 민족성에 연유한 때문이리라. 공산치하 대약진 운동의 실패로 무려 5,000만 명이 굶어죽었던 게 불과 한 세대 전이었다. 그러나 70년대 후반이후, 실리추구 정책으로 급선회한 뒤론 매년 10%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그리고 이젠 세계의 공장이 됐다.

중국은 석탄 뿐 아니라 철강, 시멘트와 주요금속 생산이 세계 1위다. 지구상의 소비품, 심지어 단추의 60%, 카메라와 나무가구의 반을 만들어낸다. 자동차도 스마트폰도 최대생산국중의 하나다. 벌써 1억을 넘는 중산층이 2020년엔 6억까지 늘어난다는 전망이다.

중국은 세계 공장이 되면서 최대 자원 소비국이 됐다. 철강과 콘크리트는 세계소비의 절반에 달하고 향후 10년간 세계의 모든 새 건축물의 50%는 중국에 세워진다. 지구의 원광, 원목, 원자재, 심지어 고철까지도 한꺼번에 삼켜버리는 공룡이 된 것이다.

그러나 중국은 공해방지에 신경을 쓸 여유나 도덕성을 갖지 못했다. 개발과 환경보호의 조화는 뒷전이고 실리에만 매달린 탓이다. 그 결과 공해대국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근대화이후 전 국토의 4분의 1이 사막으로 변했다. 숲도 75%가 사라졌다. 수십년 후엔 히말라야 빙하도 사라질 것이란 예측이다.

세계 20대 공해 도시 중 16개가 중국에 있다. 연 40만 명이 호흡기 질환으로 죽고, 중국민의 절반인 7억 인구가 오염된 물을 마신다. 강의 5분의 4가 물고기가 살수 없고, 해안 오염이 극심해 한국해안으로 침범 물고기의 씨를 말린다.

중국도 공해대국의 오명을 씻을 때가 왔다. 체면치레의 조화론을 벗어 던지고 도교의 참뜻인 무위자연(無爲自然) - 가식 없는 자연의 순리를 따라야할 때가 온 것이다.

올 2015년 지구의 날에는 백악관 앞 내셔널 몰에서 대규모 환경보호를 위한 대규모 행사가 열렸다. 아무쪼록 미국을 비롯한 각국 정부와 세계 주요 기관들이 ‘지구를 살리자’는 염원을 모아 공해대국 중국이 변화되도록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해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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