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약사인 한인 로리 씨는 지난 2008년 남편을 만나 행복한 가정을 꾸렸다. 그러나 결혼생활을 시작한 지 불과 1년만인 지난 2009년 ‘악성 림프종’(임파선암) 4기라는 청천벽력 같은 진단을 받게 됐다. 다른 골수암에 비해 비교적 치료가 용이한 림프종 임에도 지난 5년간 항암 화악요법 등의 약물치료 등에 힘써 왔으나 결국 완치를 위해서는 골수 이식만이 유일한 희망인 상황에 처했다.
대학생인 김세현 군도 재생불량성 빈혈 판정을 받고 투병생활 중에 있다. 김 군의 가족은 그가 매주 두차례 수혈을 받지 않으면 생명을 유지할 수 없다며 골수 기증자를 애타게 찾고 있다.
백혈병, 골수암, 림프종 등 난치병과의 힘겨운 투쟁을 벌이고 있는 한인들의 스토리다. 이들은 거주지, 연령대가 다양하지만 모두 가장 절실하게 기다리는 것이 같다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유전학적으로 골수 일치 가능성이 높은 한인들의 골수 기증을 받아 골수 이식으로 치료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생명을 살리는 일’인 골수 기증에 대한 한인들의 참여는 매우 부족한 상태여서 이에 대한 한인들의 인식 전환과 적극적인 참여가 간절히 요구되고 있다.
전미골수기증협회(NMDP) 자료에 따르면 NMDP에 등록된 골수기증 등록자 수는 약 900만명으로 이중 70%는 백인이며 아시안의 수는 7%에 불과하다. 더구나 아시안 중에서 한인 등록자는 6만8,000여명으로 전체의 1%에도 못 미친다. 미국 내 한인 인구를 대략 200만으로 보면 겨우 3%만이 골수 기증 등록에 참여한 셈이다.
현재 미 전국에서 이처럼 불치ㆍ난치병으로 시한부 삶을 살며 골수 기증을 기다리고 있는 한인 환자들은 상당히 많지만 그 숫자가 정확히 파악돼 있지는 않다.
하지만 한인 비영리 단체인 새생명재단이 파악하고 있는 환자들은 10명 이상이다.
한인이 백혈병 등 혈액 관련 난치 질환에 걸려 골수 기증이 필요로 할 때 유전적으로 한인 중에서 일치자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미국에 거주하는 한인 환자들이 골수일치자를 찾을 때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에 등록된 한국인들의 데이터를 조회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인들이 유난히 골수 기증 등록에 주저하는 이유는 잘못된 오해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새생명재단의 김준택 전 회장은 “여전히 많은 한인들은 아직도 골수 기증 등록을 하는 데에도 피나 골수를 뽑아야 하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골수 기증 등록은 간단한 구강세포 채취로 5분만에 가능하다”며 “실제 골수 일치자가 나와 골수 기증을 하게 될 경우도 최근에는 말초혈액 줄기세포(PBSC) 기증법이 나와 헌혈처럼 팔에 주사바늘만 꽂고 있으면 된다”고 설명했다.
김 전 회장은 “약간의 시간과 용기로 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지름길은 바로 골수 기증 등록뿐”이라며 많은 한인들의 동참을 호소했다.골수 기증 등록을 하려면 새생명재단(718-344-8938)에 문의해 무료로 구강세포 채취 키트를 신청하면 된다.<천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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