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자스대 김창환 교수 “문화 지체 현상”
출산자녀수 평균 0.82명으로 가장 적어
미국사회 전체적으로 고학력 여성이 자신보다 학력과 낮은 남성과 결혼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한인 1.5세 및 2세들의 ‘고학력 남편-저학력 아내’ 결혼패턴 비율이 여전히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캔자스 대학 김창환 교수가 15일 열린 재외한인사회연구소 세미나에서 발표한 논문 ‘교육수준에 따른 미주 한인의 결혼패턴과 경제적 삶의 질’에 따르면 2001~2013년 미주 한인남성 1.5세(13세 이전 이주), 2세(25세~34세)의 결혼패턴 경우 ‘고학력 남편-저학력 아내’의 비율이 25%로 미국 전체 평균 비율 19%보다 6% 가량 더 높았다.
한인 남성의 저학력 아내 결혼 비율은 아시안 평균비율 23% 보다도 높은 것이며, 흑인 17%, 히스패닉 19%, 백인 20% 보다 각각 5~8% 많은 수치다.<표 참조>
이에 반해 흑인의 경우 ‘저학력 남편-고학력 아내’ 결혼 비율은 35%로 한인 남성의 고학력 아내와 결혼 비율 23% 보다 12%나 높았다.
동등한 학력의 아내와의 결혼 비율은 한인과 히스패닉이 각각 51%, 백인과 흑인이 48%로 큰 격차를 보이지 않았다. 김창환 교수는 이에 대해 “연구결과, 과거에 비해 고학력 여성들의 비율이 증가하면서 미국 백인 남성들은 전통적인 ‘고학력 남편-저학력 아내’의 결혼 패턴을 벗어나 자신보다 교육수준이 높은 여성과 결혼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며 “하지만 한인 남성들은 여전히 자신보다 교육수준이 낮은 배우자와 결혼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크게 줄어들지 않고 있으며, 여성 또한 자신보다 높은 학력을 가진 배우자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같은 결과는 한인들의 남존여비 사상 등의 문화적 요인과 문화지체 현상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남녀평등에 대한 제도적, 사회적 발전 속도는 빠르지만 문화적으로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아울러 한인들의 ‘고학력 남편-저학력 아내’의 결혼 패턴으로 인해 한인 기혼 여성들의 삶의 질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에 따르면 학사학위을 가진 백인 기혼남성의 가구소득은 7만7,088달러로 백인기혼여성의 소득 7만8,185달러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 반면 학사학위를 가진 한인 기혼남성의 가구소득은 7만6,651달러로 한인 기혼여성의 가구소득 8만3,609달러 보다 적었다.
김 교수는 “한인 기혼 여성의 가구소득이 남성보다 높은 이유로 ‘고학력 남편-저학력 아내’의 결혼 패턴으로 인한 남편의 연봉이 더 높기 때문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즉, 백인 배우자를 둔 부부는 교육 수준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에 가구소득의 차이도 크지 않지만 한인 배우자를 둔 부부는 ‘고학력 남편-저학력 아내’ 현상으로 인해 가구소득의 차이가 나타난다는 것.
이로 인해 한인 여성들의 삶의 질은 높은 반면 한인 여성이 속해 있는 가정 내에는 가부장적, 남녀평등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한편, 한인 1.5세 및 2세들의 혼인율은 남성 30%, 여성 43%로 여성이 13% 더 높았으며 평균 출산 자녀수는 0.82명으로 흑인(1.56명), 히스패닉(1.52명), 백인(1.37명) 등 보다 적어 출산율이 낮았다.
김 교수는 “한인들이 서로 학력을 맞추어 결혼하려고 하는 경향이 커 앞으로 배우자를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져 한인들의 미혼율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연구는 13세 이전의 나이로 이민 온 1.5세와 미국에서 태어난 2세(25~34세)를 표본대상으로 삼아 2001년부터 2013년까지 아메리칸 지역사회 조사 자료를 근거로 분석한 결과이다.<이경하 기자>A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