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무용 배우며 내 뿌리 찾아요”
▶ 세계국악경연대회 특별상 등 각종 대회 휩쓸어
지난달 28일 퀸즈 플러싱 대동연회장. 뿌리교육재단(회장 조진행)이 개최한 ‘2015 뿌리포럼’ 행사에 한인 350여명이 메인홀을 가득 메운 가운데 앳된 얼굴에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한 소녀가 긴장한 모습으로 무대를 응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내 음악이 시작되자 언제 그랬냐는 듯 자신감있는 눈빛과 표정으로 북 장단에 맞춰 진도북춤을 선보이며 관객들의 흥을 돋웠다. 관객들은 이 어린 소녀의 아름다운 춤사위가 끝나자 기립박수로 화답했다.
롱아일랜드 맨하셋 고교 11학년에 재학 중인 김해린(16·미국명 그레이스)양의 평생 잊지 못할 생애 첫 단독공연은 그렇게 대성공으로 끝났다. 김 양이 한국 무용을 처음 접한 것은 5세 때로 예술활동에 관심이 많던 아버지의 손을 붙잡고 뉴욕한국국악원(원장 박윤숙)을 찾게 된 후부터다.
당시 수줍음 많고 소극적이었던 김양은 뉴욕청과협회가 개최하는 추석맞이 대잔치에 처음으로 무대에 선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10여 년 동안 100회가 넘는 공연을 참여했다.
지역 사회행사에 자발적으로 한국무용 공연을 선보인 공로로 에드워드 맹가노 낫소카운티장과 스티브 이스라엘 뉴욕주 연방하원의원 등으로부터 봉사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김 양은 특히 뛰어난 재능과 타고난 무대 감각으로 뉴저지동화문화원 주최 국악경연대회와 미주한국국악진흥회 주관의 세계국악경연대회에서 은상과 뉴욕총영사상, 특별상 등을 휩쓸기도 했다.지난해에는 뉴욕자연사박물관 등에서 타인종을 대상으로 한 공연에도 참여하며 국악의 세계화에 앞장서고 있다.
또 뉴욕한인회와 한국일보가 주최, 주관하는 코리안 퍼레이드에도 매년 참가해 풍물놀이를 선보이며 축제를 더욱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다.김양은 “공연할 때 긴장되기도 하지만 그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며 “무대를 마치고 내려왔을 때 만족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며 웃었다.
김양은 한국무용을 배우면서 자신의 정체성과 한국의 문화에 대해 알게 된 것이 가장 좋은 점이라고 말한다. “한국 무용을 배우며 한국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됐어요. 단순히 춤 뿐 아니라 한민족의 얼과 뿌리를 배울 수 있어 더욱 좋습니다.”
김양을 10년 넘게 지도해 오고 있는 뉴욕한국국악원의 그레이스 강 선생님은 “무엇보다도 김양은 특유의 성실함으로 타의 모범이 되고 있다”며 “2세임에도 불구하고 한인 1세보다 더 한국과 한국문화를 사랑하는 모습을 보면 기특하다”고 칭찬했다.
대학입시 준비에도 여념이 없는 김양은 최근 작은 바람이 생겼다. 대학에 진학해서도 무대에 계속 서고 싶다는 것. 선배들이 대학 진학 후 학업에 매진하느라 무대에 오르지 않는 모습을 보며 아쉬움을 느껴온 것이다.
“대학에 가서도 더 많은 공연에 올라 학생들에게 한국무용을 알리고 싶어요. 그 만큼 한국문화의 힘이 커지지 않을까요?”
무형문화재 97호 살풀이춤을 꼭 배우고 싶다는 해린양은 롱아일랜드 맨하셋에 거주하는 김학용·미혜 부부의 1남2녀 중 막내다.<조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