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법상 명백한 반인도적 범죄 해당”
▶ 유엔 인권이사회 ‘북한 인권결의안’채택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지난달 3일 대북제재 전문가패널(PoE)의 임기를 1년간 연장시키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하고 있다 . <사진=유엔>
마루즈키 다루스만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이 지난해 10월28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출입기자단 회견을 갖고 북한인권 상황에 대한 심각성을 강조하고 있다.<사진=유엔>
유엔총회서 북 인권상황 ICC회부 결의 환영
국제적 문제로 조명 국제사회 행동촉구 전략
<유엔본부=신용일 기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 인권상황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시켜 인도에 반하는 범죄 가해자들의 책임을 묻는데 적용할 첫 구체적 혐의의 가닥이 ‘외국인 납치·강제실종 및 관련 문제’로 잡혔다.
따라서 앞으로 유엔에서 열리는 공식·비공식 회의와 각종 행사들이 이 문제를 집중 조명해 북한의 전반적인 인권상황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과 행동을 계속 촉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엔 인권이사회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제28차 회기 마지막 날인 지난달 27일 ‘북한 인권결의안’(A/HRC/28/L.18)을 표결에 부쳐 총 47개 이사국이 찬성 27, 반대 6, 기권 14표로 채택했다.
반대표는 예상대로 중국, 러시아, 쿠바, 베네수엘라, 볼리비아와 베트남이 행사했다.
유럽연합(EU)을 대표한 라트비아, 그리고 일본이 이날 이사회에 공동 제출한 결의안은 북한에서 여전히 인도에 반하는 범죄를 포함해 제도적이고 광범위하며 심각한 인권유린 행위가 지속되고 있음을 재차 확인하며 강력히 규탄하는 내용이다.
결의안은 이전 결의들과 같이 북한체제의 ▲사상·양심·종교·표현·결사의 자유와 사생활 침해 ▲성분제도와 성별 (여성)불평등에 따른 차별과 폭력 ▲이동·거주의 자유 제한 ▲계획적인 식량권 통제 ▲정치범수용소와 일반 수감시설에서의 생명권 박탈 ▲연좌제 ▲최고위 정책에 따라 시행된 대규모 납치 범죄 문제 등을 또다시 지적했다.
단 이번 결의안은 지난 해 3월 인권이사회에 제출된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의 권고 이행과 후속 조치들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며 그 중 특히 ‘외국인 납치·강제실종 및 관련 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행동에 초점을 뒀다.
결의안은 지난 해 12월 유엔총회가 COI 보고서를 안보리에 제출하고 북한인권 상황을 ICC에 회부시켜 인도에 반하는 범죄 가해자들의 책임을 묻도록 권고한 결의를 채택한 사실을 환영했다.
또 유엔총회 결의에 따라 안보리가 같은 달 북한상황을 공식의제로 채택하고 첫 북한인권 회의를 가진 점을 주목했으며 안보리에 북한인권 상황의 ICC 회부를 염두에 둔 지속적인 관심과 회의를 기대, 주문했다.
결의안은 그리고 여기에 한발 더 나가 오는 9월 열릴 제30차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외국인 납치·강제실종 및 관련 문제’를 포함해 북한인권 상황에 대한 ‘패널 토론’(panel discussion)을 갖기로 하고 유엔 인권 최고대표사무소(OHCHR)가 유엔 회원국들과 유엔 기금·기구·프로그램들, 국제협약기구들과 유엔인권이사회 특별보고관들, 국가인권기관들과 민간단체들의 참여를 연결, 보장해 토론을 주관하도록 했다.
COI 보고서에 담긴 북한 인권상황의 ICC 회부 권고가 지난 해 유엔 인권이사회와 유엔총회 결의를 거쳐 안보리 공식의제로 채택됨에 따라 취해진 유엔 인권이사회의 첫 후속조치임이 분명하다.
이는 라트비아가 이번 결의안을 제출할 당시 배경설명에서 “결의안은 (북한인권 상황과 관련) 책임 추궁을 비롯해 가장 적절한 문제를 다루기 위한 목적을 두고 있다”며 “인권이사회는 북한인권 상황, 특히 강제실종과 납치 문제를 확고한 의제로 채택한 바 있다”고 상기시킨 발언이 뒷받침한다.
또 마루즈키 다루스만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도 지난 달 16일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각국 정부 대표들과 가진 ‘북한인권 상황에 관한 상호대화’를 통해 북한에 의한 국제 납치 문제와 강제실종 문제 해결을 위한 다각적 전략을 강조했다.
다루스만 특별보고관은 당시 “그동안 여러 나라들이 (자국민 납치·강제실종) 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과 양자협상을 벌여온 것을 환영하고 그 같은 노력이 지속돼야 한다고 믿지만, 동시에 이제는 새로운 국제적 접근법이 필요한 시기”라며 “국제 납치와 강제실종의 정확한 규모 파악과 유엔 안보리와 유엔총회, 유엔 인권이사회 등 유엔기구들의 지속적인 행동, 관련국들의 활동, 국제회의 개최, 시민사회의 적극적 역할 등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다루스만 보고관은 특히 “곧 서울에 개설되는 북한인권 현장사무소가 이런 전략을 수행하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혀 올해 상반기에 가동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 사무소가 우선 활동으로 초점을 둘 분야를 예고했다.
실제로 다루스만 보고관이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해 지난 달 18일 유엔총회에 공식문건(A/HRC/28/71)으로 회람된 연례보고서는 “올해 보고서의 주 초점을 북한인권 상황에 대한 COI의 권고에 따른 국제 납치, 강제실종과 관련 문제들을 다루기 위한 다각적 전략 수행에 두었다”며 “이 전략을 통해 북한 당국이 피해자들, 그들 가족들과 국제사회가 만족할 만한 해결에 나서도록 집중적이고 지속적인 압력을 느끼도록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유엔 안보리가 최소한 연 2차례 이 문제를 논의하는 북한인권 상황 회의를 갖도록 하는 주문을 비롯해 매해 유엔 유엔본부에서의 유엔총회와 스위스 제네바에서의 인권인사회가 공식·비공식 회의를 개최하고, 또 그 시기에 맞춰 사이드라인에서 각종 민·관 행사를 열어 국제사회 관심을 계속 유지, 확산시키는 내용을 담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은 오는 5월 뉴욕 유엔본부에서 지난 해 9월 유엔총회 기간에 맞춰 주도, 개최한 ‘북한의 국제 납치·강제실종 문제’ 회원국 비공식 토론회와 유사한 북한 인권상황 국제행사를 준비 중이다. 유엔 인권이사회가 이번에 채택한 결의는 오는 9월 유엔 뉴욕본부에서 인권문제를 다루는 유엔총회 제3위원회를 거치는 과정에서 그 내용이 다듬어져 11월 또는 12월 중 유엔총회 결의안으로 제출돼 채택될 전망이다.
따라서 다루스만 보고관과 유엔 인권이사회가 북한 인권상황에 있어 인류에 반하는 범죄 가해자들의 ICC 처벌을 위한 첫 초점을 ‘국제 납치·강제실종 및 관련 문제’로 가닥을 잡은 이유는 북한 체제의 인권유린이 북한 주민들에 대한 억압과 한국인 국군포로, 납북자, 이산가족 등 한반도 내에서의 남·북 문제 차원을 벗어나 다른 여러 국가 국민들에게 가한 피해를 조명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더욱이 북한의 이 같은 행위는 국제법상 명백한 반인도적 범죄에 해당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COI 보고서는 북한이 지난 1950년 이후 외국인들을 제도적으로 납치하고 그들의 본국 송환을 거부해왔다면서 주로 피해를 입은 한국, 일본, 중국 이외에도 루마니아, 레바논, 태국, 말레시아 등 국적자들이 납치·강제실종 됐다고 지적했다.
미국 연방법원도 지난 해 12월 미국 시카고 거주 영주권자 한국인 김동식(68) 목사가 2000년 중국에서 북한 공작원들에 의해 납치돼 북한으로 끌려간 뒤 감금된 상태에서 각종 고문을 당하고 사망한 책임이 북한 당국에 있다는 최종 판결을 내린바 있다.
한편 북한은 지난 달 31일 한국의 유엔 북한인권 현장사무소 유치, 개설에 대해 또다시 무력조치를 위협했다. 북한체제의 대남선전기구 조직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이날 서기국보도문을 통해 “괴뢰패당이 유엔의 간판 밑에 북 인권사무소라는 모략기구를 서울에 끌어들여 남조선을 국제적인 반공화국모략범죄의 소굴로 만들려는 조건에서 우리는 절대로 그것을 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라며 “그런 모략소굴이 남조선에 둥지를 트는 즉시 우리의 무자비한 징벌의 과녁, 첫째가는 타격대상이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yishin@korea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