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정호승 시인 강연회에 참석했다. ‘내 인생에 힘이 되어 주는 시’ 란 제목의 강연회에서 정 시인은 “시는 언어의 궁극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주며 인간을 위로해 주고 위안해 준다”고 했다.
그의 시 ‘수선화에게’란 작품에는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라고 나와 있다. 외롭지 않은 존재는 없다는 것이다. 외로움은 누구에게나 있기에 그것은 슬픔이 아니라는 것이다. 흔히 가장 가까운 사람한테서 외로움을 더 느낀다는 것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 첫 행은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로 시작된다. 그늘은 절망, 분노, 상처, 눈물이다. 그늘은 고통의 그늘이다. 사람들은 햇빛은 긍정적으로, 그늘은 부정적으로 생각한다.
스페인 속담에 “항상 날씨가 좋으면 사막이 되어 버린다” 라는 말이 있듯이 햇빛만을 원한다면 황폐한 사막이 되어 버리고 만다. 인간 삶의 한 부분인 고통도 함께 간다. 고통은 생명이고, 살아있기에 고통도 있다. 우리가 고통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시인은 말했다.
‘바닥에 대하여’ 시는 모든 인생은 바닥에서부터 시작한다고 말한다. 바닥은 부정적이 아니고 긍정적이다. 인간이 저지르는 가장 큰 잘못은 희망을 잃는 것이다. 바닥은 희망의 기회이다.
우리 인간의 삶은 평탄하지 않다. 삶에 굴곡이 있고 비바람 칠 때가 있고, 원하는 대로만 되어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 그럴 때마다 좌절이란 친구와 어울리지 말아야 한다. 좌절은 삶을 비참하게 만들고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의식을 불어 넣는다. 굳세게 일어나 긍정이란 친구와 화해해야 한다. 화해가 끝나면 내일의 밝은 태양이 떠오른다.
인생이 산산조각 났을 때 그 산산조각으로 살아가면 된다 하는 생각으로 ‘산산조각’ 시를 썼다고 한다. 그는 43년 동안 쓴 시중에 ‘산산조각’을 대표작으로 꼽았다.
강의를 듣기 전에는 내 인생의 고통만 큰 줄 알았고, 내 손톱 밑의 가시만 아픈 것으로 생각했다. 천석꾼은 천 가지 걱정이 있고, 만석꾼은 만 가지의 근심걱정이 있다는 말이 있다. 삶에는 고통이 수반되며 그것이 바로 인생이다.
삶은 누구에게나 소중하다. 부유한 삶이나 가난한 삶이나 다 소중하다. 현실에 충실히,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신념으로 열심히 살아가면 고통도 이겨 낼 수 있는 힘이 생긴다는 자각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