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도요타에 맞서 싸운 18년 (최미자 / 수필가)

2015-03-2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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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구입한 지 1년도 안된 도요타 코롤라 자동차가 보스턴 근처 90번 도로에서 느닷없이 지그재그로 가다 전복된 사고가 있었다. 사고로 당시 34세였던 아내 최혜연 씨가 전신마비가 되자 40대 초반의 남편 최형철 공학박사는 직장을 그만두고 아내 병시중을 들고 어린 자녀들을 돌보며, 사고를 운전자 과실로 몰아붙이는 도요타 측에 맞서 싸웠다.

이 사건은 한인들이 미국 대통령에게 진상을 철저히 규명해 달라는 서명운동까지 펼쳤고, 한국 TV의 ‘추적 60분’에도 방영되었다. 그가 최근 세상을 떠났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들었다.

그가 외롭게 소송 중이던 2010년 온 세계가 도요타 리콜 사태로 시끄러울 때, 댄 버튼 연방하원의원이 의회 청문회에서 최혜연 씨의 사연을 거론하며 증인석에 나온 도요타 사장에게 해명을 요구하며 사건은 세상에 더욱 알려졌다.


나는 지난가을 최형철 박사의 안타까운 시한부 생을 소개한 기사를 보고 남의 일 같지 않아 잠을 이루지 못했다. 한 인터뷰에서 그는 직장도 그만 둔채 계란으로 바위치기 같은 재판으로 긴 세월을 보낸 데 대해 이런 말을 했다.

“뜻밖의 교통사고를 당하고 난 후, 남은 제 인생의 가치를 어디에 둘 것인가를 결정하는 상황이었지요. 내가 돈을 벌고 아이들은 다른 사람의 손에서 자라게 할 수 있었지만, 부모인 내가 직접 돌보는 게 더 낫지 않겠냐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결정을 내리면 실천하는 일만 남은 거 아니겠어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게 인생이에요. 모든 일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고, 단지 우리가 모를 뿐이지요. 많은 사람이 겪고 있는 일이기도 해요. 사람들이 그걸 인정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요. 마치 자신에게만 일어나는 불행인 것처럼 말이지요. 남의 사정을 다 알지도 못하면서 그 사람의 삶을 자신과 비교하는 건 무의미한 일이지요.”실제로 최형철 박사는 18년 동안 전신마비가 된 아내의 수족이 되었고 췌장암 말기라는 선고를 받을 때까지 경제적인 어려움 속에서도 세 아이를 잘 키워냈다. 예일대를 나온 큰딸 다인 씨는 사고가 난 도요타 차량에서 부모가 찾아낸 수많은 증거와 자료들을 법원에 제출하고 소송 중이던 아빠를 도와 영문서류를 작성해 왔다고 한다.

운전자의 과실이라고 뒤집어씌우던 도요타 측은 최씨 측이 소송하자 100만 달러로 합의하자며 협상을 요구했지만, 최씨 부부는 제2, 제3의 희생자나 피해자를 줄이기 위해서 진실을 밝히겠다며 큰돈을 거절했다. 힘든 재판을 하느라 그의 머리는 백발이 되었다. 도요타 자동차의 거짓과 싸우던 정의심 투철한 가장은 결국 병을 얻어 61세에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아내인 최혜연 씨는 남편의 말기암 선고에 자신이 죽어야 하는데 살고 있다며 애통해 하고 있다. 휠체어에 앉은 그녀는 손에 묶은 벨트에 마커 펜을 연결한 막대기로 타자를 하며 월간지에 글을 올리며 봉사하면서 정신적인 어머니로 버티어 왔다.

그리고 사람들이 서로의 이해관계나 편견으로 도요타 자동차의 사고를 위증하며 은폐하려고 한다며 자동차 사고의 진실을 밝혀내는데 도와(yellowchoi@gmail.com) 달라며 주위 사람들에게 호소하고 있다. 최형철 박사님과 유가족께 이 글을 바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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