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창문을 열면 … (이상숙 / 비영리기관 대표)

2015-03-21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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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겨울이 끝나려나보다… 이번 겨울 동부에서는 질리도록 많이 눈이 왔다. 추웠던 겨울을 살짝 밀어 제치고 오늘은 50도가 훨씬 넘는 봄 날씨다.

난방비 신경 쓰여 꽁꽁 닫아놓았던 창문들을 오후에 활짝 인심 좋게 열어 젖혔다. 그리고는 쌈 된장을 찌기위해 버섯, 아몬드, 멸치 등등을 부엌에 가득 늘어놓으며 콧노래가 나올 정도로 봄기운에 흠뻑 취해 있었다.

열어놓은 창문에서는 산책로를 지나는 사람들의 발소리와 말소리, 강아지와 나들이 하는 발자국 소리,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함께 산새소리도 들려오는 듯싶다. 긴 겨울 동안 꽁꽁 닫아놓은 창문에서는 전혀 들리지 않았던 소리가 마치 하늘에서 들려오는 천상의 소리처럼 가슴에 청아한 울림을 만들며 내속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가슴이 작게 뛴다. 엔돌핀이 도는 것을 느낀다.


“아! 이 소리, 겨울 내내 가끔씩 우울해졌던 이유가 바로 이 사람소리, 생명의 소리를 그리워했기 때문이었구나!”들려오는 이웃의 소리로 그냥 내가 이유 없이 행복해진다. 내가 그들 가운데 정겹게 함께 어우러져 살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 같은 이 소리! 새삼 가슴을 따스하게 해주는 순간이다.

지금 당장이라도 나가서 그들을 대하면 누구라도 다정하고 밝게 웃어주고 반갑게 손 흔들어줄 것 같다“내 옆에, 내 이웃에 있어주어 참 고마워요!” 라고 말하고 싶다. 바로 이런 행복은 ‘창문만 열면 되었었는데, 그래 창문만 열면…’우리 집은 바로 산책로를 끼고 있기에 창밖만 내다보면 동네 사람들과 가족들을 어김없이 볼 수 있다. 긴 겨울 닫아 두다가 활짝 열어 제친 창문으로 사람 사는 소리, 바로 생명의 소리가 밀려들어온다. 얼마나 그립고 소중한 것들인지…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많은 군중들을 헤치고 걷고 마주하며 하루하루 살아간다. 이렇게 마주치는 사람들과 우리는 얼마나 마음의 창을 열고 살아가고 있는가.

목적을 갖거나 이익 혹은 손해를 생각하며 사람을 만나고, 유익하고 필요한 것인지를 생각하고 사람을 만나지는 않았는가. 하다못해 친구라 해도 내가 좋아하고 내가 편하다고 생각해야 만나고, 조금이라도 불편하면 피하기 일쑤다.

그런 삶 속에서 우리는 얼마나 스스럼없이 마음의 창을 열어젖히는가. 그래서 사람소리 생명의 소리를 들으며 가슴이 뛰는 행복의 순간들을 맛보며 살까?그보다는 만나서 피곤하고, 만나서 부담스럽고, 만나서 마음이 힘든 경우가 더 많지 않을까 싶다.

오늘 나는 활짝 아낌없이 시원스레 열어젖힌 창문에서 예기치 않은 행복을 맛보았다. 가슴을 뛰게 했던 사람소리, 생명의 소리 … 마음의 창도 활짝 열어젖혀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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