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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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전 입양아 불체자 몰려 추방위기

2015-03-16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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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대 일삼다 파양한 양부모 국적취득 신청안해

▶ 기구한 사연 알려지자 “추방 막자” 캠페인 전개

30여 년 전 미국에 입양된 뒤 두 가정에서 갖은 학대와 폭행에 시달렸으나 재기에 성공한 한국계 입양아가 불법체류자로 몰려 추방 위기에 놓였다. 그를 입양한 뒤 학대만 해온 두 가정의 부모들이 처음부터 미국 국적 취득 신청을 하지 않은 무책임 때문이다.

한국말 한마디 할 줄 모르는 30대 한국계 입양아 ‘아담 크랩서’(한국명 신송혁)의 기구한 사연이 알려지자 14일 아시아계 시민단체들이 나서 강제 추방을 막자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어 눈길을 모으고 있다.

크랩서는 1979년 미시간주의 한 가정에 누나와 함께 입양된 뒤부터 5년간 성폭행을 포함한 갖은 폭행에 시달리다 결국 파양됐다. 1년 뒤 다시 오리건주의 한 가정에 입양됐으나 이곳에서도 4년간 양부모로부터 성폭행과 아동학대에 시달렸다. 결국 양부모는 구속됐다.


크랩서는 "날마다 목을 조르고, 각종 화상을 입히고, 코를 부러뜨리는 등의 학대가 이어졌다"고 털어놨다. 이후 크랩서는 노숙생활을 하는 등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재기에 성공했다. 현재는 결혼해 아이 셋을 둔 가장이 됐다.

문제는 한국말 한마디 하지 못하는 그의 신분이 불법체류자라는 점이다. 그를 입양한 뒤 학대한 두 가정 모두 크랩서의 미국 시민권 신청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입양아에게 자동적으로 시민권을 준 것은 2000년 이후부터다. 그 이전에 입양된 크랩서는 해당되지 않는다.

특히 크랩서는 과거 방황하던 시절, 절도 등 전과 때문에 우선적으로 추방 대상이 됐다. 오는 4월2일 법원에서 최종 심사를 앞두고 있다. 크랩서는 "과거 입양한 양부모들에게 시민권 신청을 해달라고 간곡히 요청했으나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다"며 자신의 의지에 관계없이 미국에 입양돼 미국인으로 살며 갖은 고초를 겪다가 결국 불법 체류자로 분류돼 추방당하는 것은 가혹한 처사라고 토로했다.

크랩서의 사연이 알려지자 아시아계 이민자 권익 옹호 단체들은 "아담 크랩서의 추방을 막아달라"는 온라인 서명 캠페인(http://action.18mr.org/crapser)을 벌여 15일 오후 8시현재 8,700명 이상으로부터 지지서명을 받았다.

이들 단체는 10만 여명으로 추산되는 한국계 입양아 가운데 크랩서같은 피해를 막고자 2000년 이전에 입양됐더라도 자동적으로 시민권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하는 법 개정 노력도 함께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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