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불자칼럼] 하루를 영원처럼, 영원을 하루처럼

2015-03-12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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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교당 입구의 벽면에 커다란 배너를 하나 걸었습니다. 배너에는 “reset the life in meditation” 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신년을 맞이하면서 삶을 새로이 하는 마음을 지니라는 의미로 걸려던 것이 두 달이 훌쩍 지나고야 걸리니 문구의 힘이 조금은 약해진 느낌입니다. 그러나 Reset이란 문구는 어쩐지 가슴에 다가옵니다.

왜일까요? 살다보면 누구나 삶을 새로이 세팅하고 싶은 순간이 있기 때문입니다. 예전에 보았던 박하사탕이란 영화의 엔딩이 기억납니다. 시대적인 불운 속에서 자기도 모르게 삶이 너무나 뒤엉켜버린 한 사나이가 기차의 철로 위에 섭니다.


오는 기차를 마주하면서 ‘나 돌아갈래’ 라고 절규하는 주인공의 모습으로 영화는 끝납니다. 그 사나이만큼은 삶이 엉키고 꼬이지 않았다 하더라도 누구나 각자의 인생이 꼬이기 전, 그 어떤 시점으로 인생을 되돌려놓고 싶은 순간이 있는 것입니다. 서른만 넘어가면 우리는 인생이 그렇게 호락호락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을 압니다.

계획에서 너무 멀어져버린 인생을 마주하고 있노라면 마치 컴퓨터처럼 다 지우고 새로이 시작하고 싶을 수도 있습니다. 살아온 인생을 리셋하는 법이 있을까요? 인생이란 말은 거창하지만 사실 시간적으로 따지면 인생은 하루하루가 모여 지금까지의 날들이 된 것입니다.

앞으로의 삶도 어느 날 한 뭉치가 느닷없이 배달되어 오는 것이 아니라, 하루씩 하루씩 살아서 나라의 인간의 전 생애를 이루는 것입니다. 그러니 인생을 리셋하고 싶다면, 오늘 하루를 제대로 리셋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고 중요한 액션이 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가끔 삶이 매일 똑같고 시시하고 변함없다고 생각합니다만, 그것은 사실 삶이 그런 것이 아니라, 냉정히 말해서 그 삶의 주인공인 내가 시시하고 변하는 것이 없는 고루한 사람이기 때문에 그런 것입니다.

그러니 삶을 새로이 하고 싶다면 삶을 사는 나를 새로이 해야 하며 내가 사는 하루하루를 새로이 해야 합니다. 나와 내가 하루를 사는 방식을 바꾸면 나의 전 생애가 달라집니다.

우리는 ‘일관성을 지켜야 한다’라든지 ‘사람이 한결같아야 한다’라든지 하는 말을 많이 들어왔습니다만… 이것은 우리 성품의 선함이나 바른 모습의 유지를 독려하는 말인 것이지, 이것이 우리 마음의 성질을 말해주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마음과 존재는 본질적으로 일관성이 없습니다. 변하는 것이 정상입니다. 우리 자신도 지금까지 얼마나 많이 변했습니까?

가만히 있어도 늙고, 안 늙으려 노력을 해도 늙으니 변한다는 것은 만물의 당연한 성질입니다. 그러나 변화에 나를 맡기지 않고 내가 주도적으로 나의 변화를 이끌어 갈 때 삶은 도약을 하기 시작합니다.

내가 삶을 맡기고 사는 것이 아니라 주인공이 되어 변화를 주도할 때, 내 삶은 시시하지 않습니다. 어떻게 변할 것인가를 결정하고, 오늘 하루 그 변화를 실천하는 것입니다.

인생 전체를 바라보는 긴 안목을 지니되 그것을 실천할 때는 오늘밖에 없듯이, 오늘이 마지막 기회이듯 한다면 내가 지닌 꿈이 헛되지 않을 것입니다. 내 삶이 시시하고 매일 매일이 똑같을 리가 없습니다.

스스로에게 ‘시시하지 않게 살겠다, 나는 변하겠다’ 선포하고 그렇게 살면 내 인생에 스토리와 히스토리가 달라질 것입니다. 3월, 봄이 찬란해지고 있습니다. 만물이 꽃을 피우는데, 내 꽃도 피워야 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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