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뿌리는 한국인 한국어는 기본이죠”
▶ NAKSEC 번역대회 2년연속 금상 ‘실력파’
“잘 하는 거 없어요. 전 제가 그저 평범한 학생이라고 생각해요.”
브롱스 과학고등학교 10학년에 재학 중인 송은아(15·사진)양은 연신 ‘겸손’을 입에서 쏟아냈다. 특별히 신문에 실릴 만큼 잘 하는 게 없다는 말이었다. 뉴욕시에서 손꼽히는 명문 브롱스 과학고에서 공부를 하는 것도, 학교에서 우수한 성적을 유지하는 것도 그리 특별할 게 없다며 손사래를 쳤다.
그런데 한 가지 조금 특이한 점이 발견됐다. 송양의 입에서 쏟아진 이 ‘겸손스러운’ 말들 모두 유창한 한국어로 나왔다는 점이다. 미국에서 태어난 10대 소녀가 유창하게 한국어를 구사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닐 터. 비록 송양은 한국말을 잘 하는 게 자랑스러운 일이 아니라고 했지만, 기자가 보기엔 충분히 칭찬받을 만한 능력이었다.
송양의 한국어 실력이 남다른 건 고등학생이 된 지금까지도 빠지지 않고 나가는 한글학교 덕분이다. 5세 때부터 한글학교에 나갔으니 10년 넘게 주말마다 한국어 공부에 몰두하고 있는 것이다. 거기에다 부모님과의 대화는 한국어로 하고 있고, 독서와 일기쓰기마저 한글로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지금의 우수한 한국어 실력을 갖춘 것으로 보였다.
이런 송양의 노력은 한영 번역대회에서 꽃을 피우기도 했다. 송양은 재미한국학교 동북부협의회(NAKSNEC)가 주최한 2013년과 2014년도 ‘한영·영한 번역대회’에서 금상을 받았다.
당시 성바오로 정하상 한국학교 소속으로 2년 연속 수상의 영광을 안은 송양은 “평소에 익히고 있는 한국어 실력으로 대회에 참가해 상을 탔다”면서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송양이 이처럼 한국어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한국인이라는 뿌리를 잊지 않기 때문이다.
“비록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전 한인이잖아요. 그래서 한국어는 기본이라고 생각을 했어요.” 부모님도 늘 같은 생각이었다. 그래서 아버지는 송양이 평소 한국어를 구사하도록 늘 관심을 갖고 지도했고, 어머니는 대학입시에 몰두해야 하는 고교생이 된 딸에게 계속해서 한글학교를 나가도록 권유했다. 또한 매년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송양을 데리고 가면서, 친척들과 한국어로 대화하고 이를 통해 관계가 깊어지도록 도왔다.
송양은 “한국어를 잘 하다 보면 언젠가 한국과 미국을 넘나들며 일을 할 기회도 많을 것 같다”면서 “앞으로도 한국어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송양의 꿈은 의사가 되는 것. 남을 돕는 의사라는 직업에 매력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국어를 잘 하다 보면 한인사회는 물론, 한국에서도 의료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 것 같다.
매주 금요일 뉴욕한인테니스협회가 운영하는 테니스 스쿨에서 땀을 흘리고 있는 송양은 체력관리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송양은 여전히 ‘테니스를 잘 치지 못한다’며 겸손해 했지만, 협회원들은 칭찬이 자자하다. 한 회원은 송양에 대해 “한국어 실력도 뛰어나고, 공부도 잘하고, 테니스까지 잘 치는 아이”라면서 “앞날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함지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