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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격자 발표시즌 ...한인가정 명문대 스트레스

2015-03-0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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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대 못미친 부모들 자녀와 갈등 야기

▶ 자녀들 자괴감에 가출...학업 실패도

오는 9월 대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는 크리스 신(18·가명)군은 요즘 마음이 무겁다. 얼마 전 설을 맞아 친척들이 모인 자리에서 부모가 자신의 대학 입학과 관련한 내용을 언급하기를 꺼려하는 모습을 본 이후부터 이다. 중고교 시절 ‘영재’ 소리를 들었던 신군은 당연히 ‘아이비리그’ 대학에 입학할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그래도 상위권 주립대학에 입학하게 돼 본인은 만족스러워하고 있지만, 부모님은 친척들에게 이 사실을 숨길 정도로 실망이 적지 않은 듯 했다. 결국 부모와 마찰을 피할 수 없었던 신군은 부모와 함께 가정문제를 상담하는 기관의 문을 두드렸다.

대학 신입생 합격통지 시즌이 시작되면서 고교 졸업반 자녀를 두고 있는 한인가정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자녀가 원하는 우수 명문 대학에 합격한 가정들은 마냥 기뻐하고 있는 반면 그렇지 못한 가정에선 부모와 자녀간 갈등을 겪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는 것. 특히 부모와 자녀간 갈등이 심각한 가정들 경우 자녀가 가출을 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상숙 유스앤패밀리포커스 대표는 “합격자 발표시즌이 되면 으레 대학진학 문제를 놓고 부모와 자녀간 신경전을 벌이는 한인가정들이 많아진다. 부모가 실망한 나머지 자녀에게 감정적으로 표현하는 바람에 자녀가 집을 나가버리는 사례도 상당수 있는 만큼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당사자인 자녀의 실망감이 그 어떤 누구보다 더 크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의사 표현을 할 때 조금은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부모를 떠나 대학에서 새출발을 준비하는 자녀와 갈등을 겪을 경우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이 적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몇해 전 아이비리그 대학 진학에 실패한 뒤 뉴욕주립대 계열 학교에 입학한 피터 박(가명)군 역시 대학 문제로 부모와의 갈등을 겪다 대학생활 마저 실패한 케이스다.

박 군은 자신에게 실망하는 부모에게 자괴감을 느껴 마약에 손을 댔고, 결국 다니던 주립대학으로부터 쫓겨나야만 했다. 당시 박 군을 상담한 한 정신과 전문의는 “중고교 시절 공부로 인해 부모에게 칭찬을 받던 학생이 처음으로 부모를 실망시키게 되자 크게 좌절한 것”이라면서 “자기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고, 꿈을 키우는데 대학이라는 목표점을 둔 게 아닌, 오로지 부모만을 위한 대학진학을 준비한 게 원인이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레지나 김 뉴욕가정문제연구소장은 “미국에서 자란 아이들인 만큼 자기가 하고자 하는 것에 대한 욕구가 크다는 걸 이해하고 대학과 관련해 부모가 과도한 스트레스를 주는 건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함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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