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가 최정씨, “성경 적힌 두루마리, 데스 밸리에 전시하고파’
최정씨는 글쓰는 화가이다. 마치 반 고흐에서 문학(편지)이 무시될 수 없듯, 삶과 그림… 문학이 동일시 되는 것이 글쓰는 화가의 단면인지도 모른다. 글쓰는 화가 최정씨가 요즘 글쓰는 즐거움에 흠뻑 빠져있다. 그것은 새로운 문학세계… 문단에 오르기 위한 글쓰기가 아닌, 초등학생들이나 하는 받아쓰기(필사)를 하면서 삶의 의미를 재 발견해 가고 있다.
“행위와 예술… 그것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로서 그것이 아무리 사사로운 행위일지라도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에 충실하며 최선을 다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그 어떤 대단한 예술행위보다도 껍데기 없는 진실인 것만 같다”는 최정씨는 성경을 필사하면서 단순행위의 즐거움… 신앙적으로 성숙해 가는 것을 배우고 있다고 한다.
최씨가 성경필사를 시작하게 된 것은 육체적으로 어려운 시기를 보냈던 지난 해 부터였다. 추상화가로서, 캠버스에 예술적 氣… 삶의 열정을 마음껏 발산해왔던 최씨는 추상화를 통한 애너지 연소에 한계를 느끼면서, 단순 형태의 즐거움을 찾기 시작했다.
캠버스에 가득 동그라미를 그리면서 동그라미의 의미… 그 단순하지만 하나하나 동그라미가 가지고 있는 나름의 의미와 인생이 동일시되기 시작했다. 캠버스에서 동그라미 하나만 빠져도 작품이 완성될 수 없듯, 삶이란 바로 이 순간… 행위의 하나하나가 모여 삶이 완성되어 나간다는 것이었다.
동그라마를 그리자 단순한 것의 위대함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동안 쌓아왔던 예술 작품… 신문에 기고해 왔던 글들… 모두들 남에게 보이기 위한 위장이요, 허울좋은 껍데기인 것만 같았다.
무한히 편안하면서도 단순한 동그라미의 세계… 그 동그라미 조차도 육체가 활동할 수 있을 때에만 가능하다는 것을 침대에 누워 앓면서 깨닫게 되자, 중세기 수사들이 일생에 3번 성경 필사를 마치면 일생이 끝나곤 했다는 어느 수녀님의 말이 생각났다.
몸만 성당에 왔다갔다 했지, 성경 필사는 꿈도 꾸어 보지 못했던 그녀는 육체의 고난을 통해 새로운 희망의 불씨… 성경필사라는 가장 단순하고도, 비록 사사로운 것이지만 자신이 할 수 있다는 것의 의미와 중요성을 깨닫기 시작했다.
대형 종이 두르마리를 사다가 성경을 필사하면서 그녀는 의연함 배우기 시작했다고 한다. 나머지 인생… 마치 쓰레기처럼 버려진 잉여인간의 삶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 조차도 성경을 필사하면서 ‘삶이란 결국 푸대접에 익숙해져야함’을 배우기 시작했다.
‘The Life on for you’(당신을 위한 희망을 불을 켜세요) 성경필사가 어느 정도 진행되자 최씨는 희망의 불을 켜기 위한 행위의 즐거움을 혼자만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행위 예술을 통한, 그 즐거움을 함께 나누고 싶다는 바람이 자라기 시작했다.
마침 필사해 온 재료가 대형 두르마리 임에 착안… 필사된 성경말씀을 전시하고, 성경을 끝까지 완성하여 데스 밸리 허허벌판에 활짝 펴… 독수리 처럼 허허로이 날아 오르는 자유함을 얻고 싶다는 것이 최씨의 새로운 소망이다.
본보 문화면에 ‘그림이 있는 산문’을 게재하고 있는 최씨는 4월말 헌터스 포인트 아트 스튜디오에서 ‘당신을 위한 희망을 불을 켜세요’라는 제목으로 스튜디오를 방문하는 관람객(1백여명)에게 촛불을 나누어 주어 원하는 성경 구절에 놓게 하는 행위예술을 계획하고 있다.
최씨는 이외에도 주교자 성당 등에서의 전시를 통해 두르마리의 시작과 끝, 즉 알파와 오메가의 신앙적 은혜를 함께 나누는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연락처:(408)439-0372>
<이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