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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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 인스펙션/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은 것의 차이

2015-02-28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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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민 <뉴욕주 공인 홈인스펙터>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은 것의 차이는 무엇일까. 프랑스의 경제학자 프레데릭 바스티아(Frederic Bastiat, 1801-1850)는 보이지 않는다고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며, 보이지 않는 이면에 있을 수 있는 실체 없는 존재나 문제가 있을 터, 이에 대한 예리한 관찰을 묵과하고 있다고 했다.

거의 200년 전 한 경제학자가 시사 하는 바는 실로 크다고 볼 수 있다. 실생활에서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관찰은 무시되기 일쑤다. 인간은 시각적 동물인 까닭이다. 그래서 보이는 것의 효과로 인해 육안으로 혹은 인지를 통해 확인할 수 없는 이면에 묻혀있는 존재의 확인을 무시하거나 게을리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홈 인스펙션(Home Inspection)의 가이드라인은 실상 단순하다. 뉴욕주가 정한 가이드라인을 보면 검사하고자 하는 대상과 장소가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하고 육안으로 관찰된(확인된) 사항에 한하여 검사보고서에 나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을 다시 해석하면 접근할 수 없는 대상과 장소는 검사할 수 없고 보이지 않는 곳은 검사 예외 사항으로 간주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런데 주택 바이어의 입장에서 보면 보이는 것보다는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상상과 걱정이 앞선다.

평생 고생 고생하여 마련한 금쪽같은 돈으로 마련하는 일생의 보금자리인 까닭이다.
온전한 집을 사고자 하는 바이어의 소망과 바람은 당연할 터, 두말 할 나위 없이 주택검사 결과 보고서는 주택매매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주택검사 보고서에 보이는 문제에 대한 설명으로 그친다면 실상 바이어가 가지는 불안은 더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주택검사의 과정을 보면 주가 설정한 규정을 넘어 보이지 않는 곳과 문제의 실체를 찾고자 노력하게 된다. 보이지 않는 문제의 실체를 찾아낸다는 것은 당연히 어렵다. 내과의사가 뭔가 이상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는 하나 육안으로 환자의 몸속에 암이 있는지 종양이 있는지 염증이 있는지 알 수 없는 이치와 같다.

집의 겉모양은 볼 수 있을지언정 벽과 천정과 마루 밑에 가려져 있는 구조물이나 골조, 전기선 등은 벽을 뜯어내기 전에는 볼 수 없다. 그런데 홈 인스펙터는 이를 확인하기 위해 절대 뜯어보지는 않는다. 이는 문제가 있다는 심증은 가나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없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단순히 육안으로 확인된 결과만 검사보고서에 나열한다면 검사를 의뢰한 바이어에게는 실망스럽거나 인스펙터의 직무위반으로 여겨질 수 있다. 이렇게 숨어있던 문제들은 이사 온 후 사는 동안 나타나게 되는데, 이는 곪아 있던 것이 나중에 터지는 결과를 겪게 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때로는 주택검사가 부실했다는 오해를 일으키기도 한다.

주택검사에서 보이지 않는 것의 대표적인 것은 전기 문제, 습기문제, 터마이트 문제를 들 수 있다. 전기문제의 일환으로 벽안에서 혹은 천정에서 전기 아크현상, 과부화로 인한 과열현상이 진행되고 있다면 대체로 언젠가 전기가 갑자기 나가거나, 전구가 깜박거리거나 아니면 최악의 경우 화재가 발생하기 전까지 인지할 수 없다.
대안으로 2002년 이후 신규주택 건설시 배전반에 AFCI 브리커를 설치하여 안전을 도모하고 있으나 대부분의 기존 주택에는 설치되어 있지 않은 편이다. 한편 적외선 이미지 카메라를 통해 과열현상을 찾아낼 수 있기는 하나 이러한 카메라를 사용하는 인스펙터들은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습기문제는 대체로 육안확인이 가능한 문제 중의 하나다. 대부분이 벽, 천정 표면에 생긴 흔적이나 곰팡이를 통해 육안 확인이 가능하기는 하나 이마저 없다면 습기측정기를 통해서 벽, 천정내부에 숨어 진행 중인 습기문제를 찾아낼 수 있다. 역시 적외선 이미지 카메라를 통해 습기의 정도와 범위, 장소를 좀 더 명료하게 추적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터마이트(일명 흰개미) 문제는 어떠한가. 간혹 터마이트가 이동수단으로 만들어 놓은 진흙관(Mud Tube)이나 손상된 나무구조물을 통해 그 존재를 파악할 수 있으나 만일 이마저도 없다면 실상 터마이트 존재를 확인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터마이트는 일반개미와 달리 그 존재를 확인할 수 없도록 땅속과 나무속만을 오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흰개미는 아예 눈이 퇴화되어 있다.

최선의 방법은 터마이트 가족 중 유일하게 밖으로 존재를 드러내는 날개달린 터마이트(Swarmer 혹은 Winged Termite로 칭하기도 함)가 목격되거나 아니면 떨어뜨린 날개모양을 통해서 확인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터마이트가 떼를 지어 이동 중일 때에는 터마이트가 내뿜는 미세한 열을 감지할 수 있는 적외선 이미지 카메라를 통해 확인이 가능하기도 하다.

보이지 않는, 볼 수 없는 곳의 인스펙션은 간혹 얼굴색만 보고 병을 감지하는 소위 용한 의사처럼 온전히 경험을 통해 상당히 구체적 심증을 가질 수 있긴 하나 그렇다고 심증이 가는 곳을 뜯어내어 확인할 수 없는 관계로 앞서 언급한 기계적인 방법을 통해 문제의 가능성을 인지한 다음 인스펙터는 건축업자, 전기전문가등을 통해 구체적, 사실적 확인을 권유하는 것이 상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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