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감기환자가 주위에 많이 늘어났다. 날씨가 추웠다가 더워지기를 반복하면서 감기가 발병하거나 혹은 감기에 걸린 사람에게서 전염되어서 감기를 계속 앓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아 본교 클리닉에도 감기증상으로 내원하는 환자가 늘고 있다.
감기는 일상생활에서 경험하는 가장 흔한 호흡기 질환으로, 인간이 75년을 산다고 가정하면 그 중 3년은 감기로 인해 기침과 재채기를 하며 보내게 된다고 한다.
감기의 80~90%는 바이러스에 의해서 발병하는 질환으로, 흔히 감기에 걸리면 나타나는 증상인 목의 통증, 재채기, 콧물이나 코막힘, 미열 등은 우리 몸이 감기 바이러스와 싸우면서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발열현상은 몸이 열을 내 바이러스를 물리치는 과정이고, 맑은 가래와 콧물은 목과 콧속의 분비물을 내보내는 현상이며, 기침 또한 이물질을 뱉어내는 치료과정인 것이다.
그래서 가벼운 감기는 약을 먹지 않아도, 3~5일정도면 우리 몸의 면역기능에 의해 자연히 치유된다. 따라서 약을 먹고 감기를 치료해야겠다는 생각 대신에 몸이 스스로 병을 이겨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사실 항생제로는 세포막이 없는 바이러스를 치료하는 것은 불가능하여, 대부분의 바이러스에는 사실상 치료약이 없으며, 바이러스가 침투하면 인체의 면역체계가 맞서기 때문에 오히려 인체의 면역체계가 발달하는 좋은 계기가 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가벼운 한방차로 몸이 스스로 병을 이겨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감기치료에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일교차가 큰 환절기나 추운 날씨에 우리 몸이 온도차에 적응하지 못해 감기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는 먼저 몸을 따뜻하게 해야 하며 특히 목을 따뜻하게 해주는 것이 좋다. 또한 몸을 따뜻하게 하는 생강을 차로 우려내어 마시면 좋은데, 맑은 콧물이 나오는 초기 감기에 껍질을 벗겨 차로 우려내어 마시면 된다.
이외에 체온조절에는 계피, 방아풀 또한 좋다. 계피의 휘발성 정유는 피부혈관의 확장작용으로 열 발산을 증가시켜 해열작용 및 진통, 항균, 건위작용을 나타낸다. 따라서 계피와 생강으로 만든 수정과는 한약의 감기약 중 하나인 계지탕을 변형한 음식으로 감기 예방에 으뜸이라고 할 수 있다.
방아풀은 곽향이라는 한약재로 대장과 피부를 따뜻하게 데워주어서 사철 감기와 설사가 나오는 경우에 좋은데 차로 우려 마셔도 효과가 좋다.
이외에도 코가 답답한 감기에는 목련꽃 봉오리인 신이(辛夷)와 족두리의 뿌리인 세신(細辛)이 좋다. 신이는 매운 향으로 막힌 콧속을 여는데 한 번에 4g을 파뿌리와 함께 달여 수시로 마시면 좋다. 세신은 뿌리가 가늘면서 매운 맛이 있는 약초로 동의보감에서 코가 막힌 것을 열어준다고 하며, 파뿌리와 같이 우려내어 마셔도 좋다.
기침이 나고 목이 간질간질하며 맑은 가래가 나오는 경우에는 도라지와 감초를 달여서 먹으면 가래가 삭고 기침이 멎는다. 만약 누렇고 탁한 가래가 있으면 금은화와 수세미를 같이 넣어서 달여 마시면 된다.
물론 면역력이 떨어졌을 때 체력을 보충하는 데는 홍삼이 가장 좋다. 홍삼의 사포닌·다당류 성분이 체내로 유입되는 각종 바이러스를 사멸시키는 대식세포를 활성화시켜 면역력을 높이는데 홍삼을 두 달 이상 먹으면 면역력이 개선돼 감기 및 독감예방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감기는 암처럼 대단히 위험한 병도, 만병의 근원도 아니므로, 앞으로 감기에 걸리면 약부터 찾지 말고 충분한 물의 섭취 및 휴식, 영양이 풍부한 건강한 음식의 섭취 그리고 적절한 습도를 유지하면 자연스럽게 치유된다.
다만 일반적으로 감기의 경우 발병 후 3일이면 증상이 호전되기 시작하고 일주일이면 완치가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1주일 이상 증상이 지속되는 경우는 비슷한 호흡기 질환일 가능성이 있으며, 또한 고열, 두통, 근육통, 전신 쇠약감 등의 전신 증상을 동반하는 독감의 경우는 체력이 약한 아이나 노인, 그리고 다른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 치명적이기 때문에 이를 꼭 검진 받고 치료를 받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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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민섭 / LA 동국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