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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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 받고 있는 복

2015-02-16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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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론마당

▶ 이혜진 / 피아니스트

지난 한달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하는 덕담을 많이 주고받았다. 그런데 난 새해를 대상포진과 함께 맞았다. 새해부터 얻은 질병에 새해 덕담이 무색해졌다.

어느날 왼쪽 등 아래쪽이 슬금슬금 가렵더니, 바늘로 찌르듯이 쑤셔댔다. 처음엔 피부가 건조해져서 그러려니 했는데 증상이 심해져 병원을 찾았더니 의사가 보자마자 대상포진이란다.

‘새해부터 이게 뭐람’ 어두운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건강하게 새해를 맞이해도 흐지부지 되는 법인데, 새해부터 앓기나 하고 … 심기가 불편해진다. 초기에 대응해야 병을 잡을 수 있다 해서 약 먹고 쉬고 약 먹고 쉬고 하며 나의 주부역할은 일단정지 상태가 되었다.


한 번도 밥 해본 적 없는 남편이 부엌에 들어가 밥을 하고 상을 차려준다. 아프다는 소식을 들은 친구는 와서 요리를 해주고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 주었다. 남편은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아내가 아프다는 말을 하고 다녔는지 어느 날 이웃이 초인종을 누르고 국화꽃 한 다발을 내밀었다. 빨리 낫기를 기도한다는 말과 함께.

이뿐만이 아니다. 레슨을 받는 학생의 어머니는 그리운 엄마의 식탁을 선물로 주셨다. 보글보글 구수한 된장찌개와 각종 김치가 한상 가득한 정겨운 밥상은 몸이 아프니 더욱 귀하게 여겨졌다.

이 모든 것이 마치 예비 되었던 것처럼 새록새록 나를 행복하게 해주었다. 더 이상 대상포진은 예상치 못한 힘든 사건이 아니었다. 난 ‘새해 복’ 많이 받고 있었다.

원치 않는 상황 속에서 감사를 느끼고 즐길 줄 아는 것, 그것이 진정한 ‘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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