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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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통증과 파킨슨병

2015-02-0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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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희진 / 건국대학교병원 신경과 교수

68세 김모씨는 1년 전부터 오른쪽 어깨가 뻣뻣하고 통증이 있어 오십견이라는 진단을 받고 정형외과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증상이 좋아지질 않았다. 그러다가 최근 들어 오른손이 떨리기 시작해 신경과 진료를 보았고, 파킨슨병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파킨슨약을 복용한 뒤 손 떨림뿐만 아니라 어깨통증이 함께 좋아졌다. 그렇다면 어깨통증도 파킨슨병과 관련이 있었던 것일까?

파킨슨병 환자들 중에서 떨림이 초기증상인 경우에는 비교적 일찍 병원을 방문하고 진단도 빨리 되는 반면, 이 환자처럼 통증이나 강직 또는 서동으로 증상이 시작되는 경우에는 파킨슨병으로 인한 증상을 관절염이나 오십견, 또는 뇌졸중 등으로 오인하여 진단과 치료가 늦어지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파킨슨병은 신경퇴행성 질환의 하나로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 물질을 생산하는 뇌조직이 손상되어 발생한다. 도파민은 우리 몸의 움직임을 부드럽고 조화롭게 유지하는데 필요한 물질로, 70% 이상의 도파민 분비 세포가 손상되면 파킨슨병의 운동증상 등이 나타난다. 주로는 노년층에서 발생하는 질환으로 알려져 있지만 20세 이하의 젊은 사람들부터 80세 이상의 노인까지 어느 연령에서나 발생할 수 있고, 전체 환자 중 약 15% 정도는 50세 이전에 발병한다.


파킨슨병의 대표적 증상은 편안한 자세로 가만히 있을 때 나타나는 안정 때 떨림이며, 특징적으로 마치 ‘알약을 빚거나 돈을 세는 듯한’ 모습의 손 떨림을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모든 환자에서 떨림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일부는 떨림이 전혀 없으면서 강직이나 서동만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강직은 근육이 뻣뻣해지는 것을 뜻하며 팔꿈치, 무릎 등 모든 관절이 굴곡되고 자세가 구부정해진다.

서동이란 몸의 움직임이 느려지는 것으로, 젓가락 사용이나 칫솔질이 둔해지고 글씨가 작아지며 푹신한 의자에서 일어나기가 힘들어지게 된다. 또한 얼굴 표정이 굳어지고 목소리가 작아지며, 걸을 때 다리가 끌리거나 보폭이 작아져 종종걸음을 걷고 팔 흔들림도 줄어든다.

파킨슨병은 움직임만 불편해지는 것이 아니다. 운동과 관련이 없는 다양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는데, 이를 “비운동증상”이라고 한다. 우울증, 수면장애, 만성피로를 비롯해 팔다리 통증이나 이상감각, 변비나 배뇨장애, 발한장애, 기립성 저혈압과 같은 자율신경계 이상이 나타나기도 하고, 기억력 저하나 치매도 생길 수 있다.

파킨슨병은 뇌의 이상으로 나타나는 질환이지만 CT나 MRI 검사에서는 이상소견이 발견되지 않는다. 때문에 신경과 전문의의 자세한 병력 청취와 진찰이 진단에 있어 가장 중요하다. 수두증, 뇌혈관질환, 뇌종양, 뇌염 등 뇌의 구조적 이상이나 갑상선 호르몬 이상, 구리대사이상 등 대사성 질환에 의해서도 파킨슨병과 유사한 증상을 보일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질환들과의 감별을 위해 혈액검사와 뇌자기공명영상 (MRI) 검사 등이 필요할 수 있다. 또한 몇몇 위장관계 약물이나, 신경안정제 등에 의해서도 파킨슨증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복용중인 모든 약물을 의사에게 알려야만 한다. 약물에 의해 발생한 파킨슨증의 경우에는 대개 원인 약물을 중단하는 것만으로도 증상이 좋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파킨슨병은 아직까지 완치할 수 있는 치료법은 없지만, 약물치료를 통해 정상인에 가까운 정도로 생활이 가능하다. 뇌 안의 부족한 도파민을 보충하기 위한 치료로 레보도파와 도파민 효능제 등을 투약하며, 이 외에도 항콜린성 약물, 도파민 분해효소 억제제 등을 병용함으로써 증상을 개선시킬 수 있다. 하지만 약을 오래 복용하면 약물 지속시간이 단축되고,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춤을 추듯 몸을 흔들게 되는 ‘이상운동항진증’ 등이 나타나게 된다. 이 같이 진행된 파킨슨병의 경우에는 뇌심부자극술과 같은 수술적 치료도 고려해볼 수 있다. 어떤 약물을 어떻게 투여하느냐에 따라 환자의 삶의 질이 결정되므로 반드시 신경과 전문의의 치료가 필요하다.


건국대학교병원 국제진료소 (02)2030-8361, 83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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