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ang~ Bang~’ ‘Gang’ ‘Suk’ ‘Bum’ …
▶ “싫다”는 의사 확실히 하고 상급자에 정식항의
컴퓨터 프로그래머인 한인 방모씨는 지난해 뉴저지의 한 대기업에 임시직으로 근무하던 때만 생각하면 아직까지 불쾌감을 떨칠 수 없다.
일부 직원들이 자신의 성씨인 ‘방’의 영문표기 ‘Bang’을 놓고 지속적인 조롱을 했기 때문이다. 직원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놀리는 듯한 말투로 ‘뱅~뱅~’이라고 하는 등 이름이 아닌 성을 두 세 번씩 반복적으로 부르곤 했다.
결국 방씨는 당시 변호사의 조언을 얻어 회사측에 정식으로 항의를 했고, 회사는 관련 직원 3명과 상급자에게 정식사과를 지시해 사태를 마무리 지었다.
방씨는 “비록 사과는 받았지만 당시만 떠올리면 화가 난다”면서 “무엇보다 내 아들녀석도 같은 놀림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아버지로서 죄책감마저 든다”고 말했다. 한인들이 미국에 살며 영어 발음이 이상하거나, 영문 표기시 의미가 이상해지는 한국식 이름 때문에 고초를 겪는 건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하지만 문제는 단순한 고초를 넘어 이름 때문에 조롱의 대상이 되거나 인종차별적인 모멸감으로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까지 발생하면서 사회생활의 장애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례로 한국식 이름 가운데 ▶‘핥다, 빨다’라는 의미를 지닌 ‘Suck(석)’이나 ▶엉덩이나 놈팡이를 뜻하는 ‘Bum(범)’, ▶죄를 뜻하는 ‘Sin(신)’, ▶아프다는 의미의 ‘Sick(식)’ ▶범죄 조직을 이르는 ‘Gang’(강) 등이 들어가는 이름을 가진 한인들은 상당수에 달한다. 우리말로는 전혀 이상할 게 없지만 영어로 바꾸면 하나같이 부정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위의 사례에서 언급된 방씨처럼 직장 왕따 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고, 또 어린 학생들은 친구들의 놀림감이 되곤 한다. 수년 전 뉴저지에선 이런 일도 있었다. 이름에 ‘Suk’를 사용하는 한인남성이 모 유틸리티 회사 고지서에 자신의 이름이 ‘Suck’으로 ‘c’가 중간에 붙어있는 것을 알게 돼 항의를 했다.
그런데 이후 더욱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다음달 고지서에는 Suck에서 첫 글자 S를 F로 바뀌어, 자신의 이름이 ‘F***’이라는 더 심각한 욕설이 돼 있었던 것이다. 이와관련 한인 변호사 업계는 한인의 영문이름 표기가 어떻게 돼 있든 그 어떤 누구도 이를 놀리거나 조롱할 권한은 없다고 강조한다.
이를 통해 불쾌감을 느낄 경우 당당하게 항의를 하고, ‘하지 말라’는 의사표현을 분명하게 남겨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정당한 요구에도 시정이 되질 않는 경우, 직장에선 상급자나 인사과에 정식으로 절차를 밟아 항의를 하고, 학교에선 학교장 등에게 따질 수 있다.
정홍균 변호사는 “이런 절차 가운데 혹시라도 피해 한인이 추가 불이익을 받으면 불이익을 가한 회사나 단체는 더 큰 법적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언어와 문화차이에서 바탕이 된 만큼 ‘인종차별’로 비화돼 이에 맞는 손해배상을 해야 할 의무가 생기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함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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