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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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네의 삶’

2015-01-22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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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창흠 / 뉴욕지사 논설위원

“인생은 나그네길,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 가…” 며칠 전 지인들과 술자리를 했다. 숫자를 좋아하는 친구 같은 동생.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친구와 함께. 그들은 술을 좋아한다. 성실히 벌고, 열심히 쓴다. 세속의 부귀, 권력, 명예 등에 지나치게 집착하지 않는다. 고향은 한국. 낯선 땅에서 고생을 경험한 이민자들이다. 가톨릭 신자고 기독교인이다. 이 땅에선 나그네요 이민자들인 것이다.

그들과 사는 이야기를 나눴다. 힘겹게 살아온 어제를 되돌아 봤다. 살고 있는 하루하루의 일과도 털어 놓았다. 남은 날들은 어떻게 살아야 할지 삶의 목적도 생각해 보았다. 그들은 자신들이 나그네임을 주저하지 않았다. 물론, 정처 없는 나그네가 아니다. 방황하는 나그네도 아니다. 어디를 가는지를 아는 나그네다. 분명한 목적이 있는 나그네란다.

성경은 ‘인생은 외국인이자 나그네’라고 말한다. 그래서 그들은 나그네로서의 진정한 삶을 살고자 노력한단다. 우선은 가볍게 살고자 하는 삶이다. 욕심과 재물에 대한 집착을 버리는 삶. 정욕과 탐욕도 버리고 그렇게 살고 싶음이다. 그런 가벼운 삶이 행복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민자의 삶 속에는 목마름, 배고픔, 헐벗음과 병드는 일이 있다. 그래서 서로 위로하고 도우면 살아가겠다는 것이다. 피곤하고 지친 다른 나그네들을 돌아보며 도움을 베푸는 나그네의 삶처럼 말이다. 어렵고 힘들 때일수록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가 곧 행복임을 아는 것 아닌가 싶다.

새해 친한 벗들과의 첫 술자리. 이 땅에서 나그네로 살고 있음을 새삼 깨닫게 됐다. 이민자와 나그네의 공통점은 잠시 머문다는 것이다. 이민자는 돌아갈 고국이 있다. 나그네는 돌아갈 집이 있다. 돌아갈 곳이 있으니 한 없이 위로가 된다. 힘도 솟는다. 하지만 삶의 고달픔도 있다.

고국을 떠나 먼 나라에 와서 사는 이민자의 삶은 그렇다. 아픔과 애로 사항을 많이 경험하고 있다. 언어도 다르고 문화도 다르다. 풍습도 낯선 땅에서 살다보니 힘들다. 어려움도 따르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살다보면 기쁨도 행복도 찾아온다. 인생이란 원래 울다 웃고, 웃다 울면서 사는 것 아니겠는가?

이 땅에 살고 있는 우리는 나그네다. 영원히 살 수도 없고, 잠시 머물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렇게 나그네라고 말한다. 그렇지만 실상은 이 땅에 영원히 살 것처럼 행동한다. 땅에 있는 것을 지나치게 집착하며 사는 때가 많다는 것이다. 이 세상을 무시하라는 것은 아니다. 비관하라는 것도 결코 아니다. 성실하고 부지런히 일해야 한다. 어느 정도 재물도 얻어야 한다. 가족이 편안히 거주할 집도 있어야 한다.

문제는 지나친 소유의 집착이다. 너무 많은 것을 쌓아 두려고 몸부림친다. 이 세상에 대한 미련 때문에 욕심에 사로잡힌다. 그러다보니 아름다운 이 세상을 살면서도 만족하지 못한다. 현실의 기쁨을 모르니 방황한다.

우리는 이 땅에 잠시 머물 뿐이다. 영원한 곳인 것처럼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 그런 것이 바로 어리석은 모습이다. 진정한 나그네의 삶이란 바로 소유에 너무 지나치지 않고 베풀며 사는 것이다. 남은 인생은 물질만 쫓지 말고 오히려 가진 것을 보람 있게 베푸는 진정한 나그네의 삶을 살아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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