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종교인 칼럼] 우남수 목사 ㅣ 양띠 태생 예수?!

2015-01-21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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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미년 벽두에 양에 대한 찬사로 물든 덕담의 새해 인사들을 접하며 묵상하던 가운데생뚱맞게도 예수님의 띠(12간지)에 대한 생각이 떠올랐다.

유대월력과 동양월력에 정통한 누군가 예수님의 태어난 해가 12간지의 어느 해인지 밝혀냈으면 좋겠지만 아직까지 그런 연구 논문이 나왔다는 얘기는 들은 적이 없고, 신.구약 성경에 입각해서 또 동양의 양(羊)과 관련된 생각들을 종합해 보면 예수님께 가장 적합한 띠는 양일 수 밖에 없으리라 추측해 보았다.

지금은 자연스런 풍경의 하나지만, 1970년 호주로 유학 갔을 때 생애 처음으로 접했던, 푸른 초장에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양들의 모습은 한 없이 평화롭고 화목하게 보여 나도 양같이 유순하고 착해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이 아름다운 호주 땅에서 하나님의 일을 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우선 양(羊)자가 들어가는 한자 몇 글자만 보아도 동양 사람들이 얼마나 양을 좋게 보았는지를 쉽게 알 수 있다. 아름다울 미(美), 착할 선(善), 옳을 의(義) 등은 기독교의 예수님께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 말들이다. 또 동물학자들의 말에 의하면, 양의 새끼는 어미젖을 먹을 때 이상하게도 무릎을 꿇고 빨아 먹는다고 한다.

포유류 가운데 무릎을 꿇고 앉아 어미의 젖을 빨아 먹는 새끼들은 양 밖에 없다고 한다. 어미가 새끼를 배려하는 것인지, 새끼가 어미를 배려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남을 배려하고 섬기려고 왔다던 예수님의 말씀, “인자가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하고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려 함이니라”(마20:28)라는 구절과 닮은 행동 같아 마음이 끌린다.

예수님을 직접 양으로 표현한 사람은 세례 요한이었다. “이튿날 요한이 예수께서 자기에게 나아오심을 보고 이르되 보라 세상 죄를 지고 가는 하나님의 어린 양이로다”(요1:29).

이 짧은 한 구절은 신.구약을 통한 예수의 사명을 가장 완벽하게 뭉뚱그려 놓은 명구이다. 세례 요한은 유대인으로 출애굽기 12:11 이하의 유월절 어린 양 이야기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고, 제사장의 아들로서 수 없이 드려지는 제사에서 어린 양이 얼마나 중요한 가를 보아 왔기에 그 상징성을 최대한으로 부각시켜 예수님을 “세상 죄를 지고 가는 어린 양”이라고 불렀을 것이다.

출애굽기 29:28 이하에 보면 제물로는 소, 양, 염소 등 여러 종류가 있었지만 온 백성의 죄를 위하여 매일 아침 저녁으로 태어난 지 1년 되는 어린 양을 희생의 제물로 바쳤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제 우리 인류의 모든 죄를 어린 양 그리스도가 한 몸에 지시고 십자가에서 피를 흘리고 돌아가심으로 제물이 되었고, 그 공로로 우리는 영생을 취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예언자들 가운데 이사야(53:7)나 예레미아(11:19)는 오래 전에 메시야를 도수장으로 끌려가는 어린 양이나, 털 깎는 자 앞에서 잠잠한 양 같다는 비유를 하기도 하였다.

2015년 양의 해, 을미년은 특별히 60년 마다 찾아오는 청양(靑羊)의 해라 빠르고 진취적이며 직선적인 특성까지 추가된다고 하니 기존의 예수님의 어린 양 이미지에도 새로운 뜻을 부여해 보는 것은 어떨까? 새해에 복 많이 받으세요 라는 인삿말 속에 예수님의 복의 의미는 얼마나 담겨 있는가?


먼저 복의 근원 되신 예수님은 우리의 죄를 대신해서 죽으셨다는 대속의 은혜를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그 예수님은 마태복음 10:38에서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르지 않는 자도 내게 합당하지 아니하니라”라고 말씀하셨다. 금년에 당할지 모르는 의의 고난, 하나님의 자녀의 고난을 달게 받는 어린 양이 되어야 할 것이다.

2014년 갑과 을의 대립된 사회 구조를 한탄하며 고국에서는 갑오년(甲午年)이 지나 을미년(乙未年)이 왔으니 갑의 시대가 끝나고 을의 세상이 올 것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예수님께서는 분명 갑이 아닌 을의 편에 서셨고 그런 병든 사회를 치료하러 오셨음을 천명하셨다.

“건강한 자에게는 의사가 쓸 데 없고, 병든 자에게라야 쓸 데 있느니라”(마9:12). 병든 한국 사회 아니 분쟁으로 점철된 2014년의 세계가 어린 양의 화해의 복음을 통해, 2015년에 더욱 화평하게 되기를 기원한다. 샬롬! 2015 을미년! “화평하게 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하나님의 아들이라 일컬음을 받을 것임이요”(마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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