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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체스터/ 칼럼: 영화가 좋다

2015-01-20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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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미(용커스 거주)

미국 특히 뉴욕에 살면서 풍성한 문화생활을 접할 기회가 많다는 것은 커다란 즐거움이 아닐 수 없다. 그것을 즐길 약간의 시간적 정서적 금전적인 여유가 있다면 말이다.

그 중에서도 개인적으론 영화를 좋아하는데 글쎄 좋아한다는 표현만으로는 좀 인색하지 싶다.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초등학교 때부터 집으로 친구들을 불러 모아 당시 인기를 끌던 ‘미워도 다시 한 번’이랄지 ‘서울이여 안녕’ 혹은 ‘남태평양’같은 외국영화들 속에 등장하는 역할들을 흉내 내어 연기하며 놀곤 했었다.


대학에 진학할 때에는 전공을 연극 영화학과로 해야 하나 하는 심각한 고민에 빠지기도 했었다. 그도 아니었기에 후에는 극단이나 방송국을 기웃거리기도 했었다.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아쉽기도 하지만 신명나게 즐거웠던 시간들……아직도 기억의 저편에 선명하고 소중하게 남아 있다.

아! 현실로 돌아오자. 영화는 당시의 시대상이나 민중들의 정서가 고스란히 녹아 있는 종합예술이라는 것을 의심할 수가 없다. 영화산업에 대한 전문가가 아니란 점을 밝히면서 최근에 본 영화들을 나누고 싶다.

두어 달 전, 미국에서도 개봉해서 공전의 관람률을 기록한 ‘명량’의 예만 보아도 그렇다. 지략과 덕을 겸비한 충무공 이 순신장군의 인간적인 면모와 백성과 나라를 위한 충심을 담은 영화이다. 이는 국내의 정가에서 활동하는 금배지를 단 사람들의 행보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미쳤으면 하는 민중들의 바람과 더불어 요즘 막 나가는 일본의 집권자에 대한 꾸짖음의 정서가 녹아들어 그런 현상이 일지 않았나 싶다.

또 개봉 며칠 만에 800만의 관객을 훌쩍 넘기며 천만 영화를 향해가는 ‘국제시장’도 뉴욕, 뉴저지 일원의 개봉관에서 상영이 시작되었다. 주인공 덕수를 통해 감독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이건 간에 한국의 근대사를 펼쳐 놓듯 전개되는 영화를 보며, 마치 소주 한 잔을 목에 탁 털어 넣었을 때 느껴지는 쌉싸름하고도 숨이 턱 막히는 듯한 갑갑함에 목이 메어왔다. 부모님생각이 난 때문이었다.

덕수의 완강한 고집스러움의 끝에서 시리도록 느껴지는 그리움을? 읽으며 오래 전 떠나온 부모님과 고향에? 대한 향수에 젖어 몸이 떨릴 지경이었다.

미국영화 쪽으로 넘어가면 또 다른 세계가 있다. 현존하는 세계적인 우주 이론물리학자인 스티븐 호킹박사의 스토리를 영화한 ‘ A theory of everything’이 그것이다. 장애를 가진 천재적인 물리학자를 위해 헌신하는 여인의 희생과 갈등을 보면서 필자 자신이 그런 경우를 만났다면 과연 어땠을까를 상상하며 눈물을 찍어냈었다.

신체에 장애를 가졌다고 해서 정신세계마저 무너지는 것은 아님을 새삼? 깨달으며 주변에서 흔히 만나는 장애인들을 조금 더 따스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배려해야 함도 다시금 고취하는 계기가 된 듯하다. 타이틀 롤을 맡은 에디 레디메인의 기가 막힌 연기를 보며 금년도 아카데미 상 후보에 오르지 않을까 싶었는데, 예상대로 주연 남자배우 후보에 올랐다는 소식을 들어 기뻤다.


그리고 며칠 전 관람했던 ‘Wild’란 영화는 또 얼마나 가슴 저린 감동에서 여태껏 헤어나지 못하게 하는 건지…… 끔찍한 시련 속에서 자신을 추슬러보고자 1,100마일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에 도전하는 여주인공. 엄청난 고통을 그 이상의 고통을 통해 치유 받는 힐링의 의미를 얻게 하는 영화인데 그 감동은 가히 메가톤급이다.

나 또한 언젠가 한번은 도전해보고 싶어 하던 트레일 코스라 각별한 관심을 갖고 영화를 감상할 수 있었다. 인생에 있어 가장 강력한 무기는 자신의 의지라는 담백한 교훈을 얻는다.

이달 20일부터는 티켓 1장 가격에 두 장을 살 수 있는 브로드웨이 ‘2 for 1’도 시작된다. 매년 시행되는 이 행사는 평소에 보고 싶었던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싼 가격에 볼 수 있으니 이 얼마나 즐겁고 행복한 일인가. 이것이 모두 뉴욕에 사는 혜택과 축복이 아닐까 싶다. 각박한 이민생활에 시달려도 잠시 허리를 펴고 고개를 돌려보면 이런 깨알 같은 작은 즐거움들이 나의 기꺼운 손짓을 기다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자! 이번 주말에는 사랑하는 가족 혹은 친구들과 어울려 잠시 미뤄놓았던 여유를 부려 봄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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