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종교인 칼럼] 김숭 목사 ㅣ 겸손으로 참 지혜에 이르는 새해

2014-12-31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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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보지 않았다. 또 그리 보고 싶은 마음도 없다. 성경 속의모세와 그가 이룬 최대의 업적인 출애굽 역사를 그렸다는 <엑소더스>라는 영화다. 영화 <노아>에서 경험했던 썩 기분 좋지않은 ‘데자 뷰’가 재발할 것 같은 불길함 때문만은 아니다. 오히려 신앙적인 모세보다는 인간적인 모세를 더 그려 보고 싶었다는 감독의 변이 불편해서다.

우리는 언제부턴가 ‘인간적인’이라는 단어를 무척 좋아하기시작했다. 나 역시 그랬다. 사람이니 인간 냄새가 좀 나야지 사람이면서 어떻게 그렇게 계속 비인간적일 수 있겠는가, 하는 인간을 향한 내 특유의 반항심 때문이었다.

하지만 기독교 신앙은 나로 하여금 인간이 가장 인간적일 수 있는 때는 그가 하나님 앞에서 자신을 세울 때임을깨닫게 해 주었다. 다시 말해, 맘끌리는 대로 자유분방하게 놔뒀을 때의 나의 모습이 인간적인게 아니라, 벌거벗은 채로 내 자신을 하나님 앞에 세웠을 때가내가 가장 인간적인 순간일 수있다는 뜻이다.


인간의 이런 측면을 가장 명쾌하게 알 수 있는 실례가 아이러니하게도 리들리 스콧(‘엑소더스’ 영화 감독)이 그리고 싶었던 소위 ‘인간적인’ 모세다. 난개인적으로 시편 150개의 시 중모세가 쓴 시편 90편을 참 좋아한다. 모세는 이 시에서 자신의인간성을 있는 그대로 드러낸다.

알다시피 모세는 120년을 살았다. 그런 그가 “우리의 연수가 칠십이요 강건하면 팔십이라도, 그연수의 자랑은 수고와 슬픔뿐이요”라고 한탄한다. 얼마나 인간적인가? 그는 자신의 인생여정을통해(이 시를 그의 나이 어느 시점에 썼는지 상관없이) 생의 허무함을 절감했던 것 같다.

그는평생을 섬겨 온 하나님을 인생들을 ‘괴롭게’ 하는 분으로 인식했다(15절). 그래서 이 시를 읽어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인생 자체가 하나님의 진노 가운데 있는 허무함의 연속인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이는 서론에 불과하다.

인생은 동전의 양면처럼, 칼의양날처럼 이중적이다. 하나님의진노 가운데서 하나님의 은혜가속삭이며, 괴로움 속에 기쁨이드러나며, 그리고 허무함처럼 보이는 그 안에 삶의 진의가 돋보인다.

그가 여기에서 깨달은 것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허락하신 참 지혜를 제대로 발휘할 때인생은 실로 의미 있는 거라는사실이다. 그는 이렇게 하나님께요청한다.

“우리에게 우리 날 계수함을 가르치사 지혜로운 마음을 얻게 하소서.” 또 우리를 “괴롭게 하신 날수대로” 우리를 ‘기쁘게’ 해달라고 구한다. 그리고마지막에 가서는 “주께서 행하신 일을 주의 종들에게 나타내시며!”라고 외친다. 오로지 하나님의 은혜 앞에 우리 인생들을세울 때에만 인생 실존의 참 의미도 같이 세워질 수 있음을 깨달았던 것이다.


새해는 시간의 흐름에 가장민감한 때이다. 1월 1일은 특별히 더 그렇다. 그래서 의미 부여하기에 다들 바쁘다.

세배, 새해덕담, 신년사, 그리고 교회에서는 신년예배와 신년특별새벽기도회 등, 이때를 놓치면 한 해가그냥 그렇게 흘러가버릴 것 같은 느낌 때문인지 이런 일들로분주해진다.

어떤 각도에서 보면 이는 다 모세의 생각처럼 우리의 날들을 ‘계수’하게 하시는하나님의 은혜에서 비롯된 것들이다. 하지만 여기서 모세가 구한 기도 내용의 핵심을 잘 간파해야 한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날 계수하는 지혜를 주신 이유는 “지혜로운 마음을 얻게” 하기위해서였다. 결국 우리가 얻어야할 ‘참 지혜’가 우리에게 주어진 ‘주변 지혜들’의 종착역인 셈이다. 그래서 2015년도의 목표가이랬으면 한다.

참 지혜를 얻는해, 바로 나의 2015년!이 기회에 리들리 스콧에게해 주고 싶은 말이 하나 있다. 인간적인 모세는 자기 성취를 위해 막 덤벼드는 모세에게서 얻어지는 게 아니라, 시편 90편에서처럼 하나님의 전지전능함과 신비함 앞에 자신을 겸손하게 세우는 신앙적 모세에게서 얻어진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하나님앞에서 겸손하지 않으면 결코 지혜로운 자가 될 수 없다. 겸손하지 않은 사람은 지혜롭지도, 또인간적일 수도 없다. 겸손으로참 지혜를 얻는 한 해가 되기를바란다. 시편 90편을 다시 읽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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