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시는 모습 보는 것이 더 큰 기쁨이죠”
2014-12-31 (수)
한인미용인 연합회 소속 봉사자들이 노인들의 머리를 깎고 있다.
30일 뉴욕한인봉사센터(KCS) 코로나 경로회관. 노인들에게 점심식사와 각종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이곳에 특별한 손님 7명이 찾아왔다.이들의 손에는 날카로운 면도칼과 가위, 머리를 깎는 도구인 바리캉이 들려있었다. 뉴욕 한인미용인 연합회 소속 회원인 이들이 이곳을 찾은 이유는 ‘무료 이발 봉사’ 때문.
경로회관 한쪽 구석에 자리를 마련한 이들은 능숙한 솜씨로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하얀 머리를 다듬었다. 이날 새 단장을 한 노인은 약 70명.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이발 봉사 날에 맞춰 특별히 KCS를 찾는 노인이 있을 만큼 이날 행사는 늘 인기 만점이다. 미용을 막 끝낸 봉사자가 한 할아버지에게 “10년은 더 젊어지셨다”고 농담을 건네자 “그럼 내 나이가 서른밖에 안 됐다는 소리냐”며 더욱 짓궂게 받아쳤다.
이처럼 가위가 머리를 훑고 지나가는 소리와 삭막한 바리캉의 기계음 속에서도 웃음소리는 끊이질 않았다. 또 노인들의 얼굴에서 묻어나오는 기쁜 표정도 감출 수 없는 듯 했다.
한 할머니는 “이 사람들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며 “공짜라고 막 깎지 않고 정성을 들여 깎아준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이날 한미미용인연합회는 노인들을 위해 떡과 과일까지 준비했다. 연말을 맞이해 마련한 특별 추가 선물이다.
한미미용인연합회가 KCS를 찾기 시작한 건 지금으로부터 13년 전. 어른공경과 이웃사랑을 실천하자는 회원들의 따뜻한 마음에서 시작됐다. 모두가 현직 미용사들이기 때문에 봉사로 인해 휴일이 하루 줄어드는 것이지만, 봉사자들은 오히려 더 많은 것을 얻어간다고 입을 모은다.
이날 봉사에 참여한 박은영 한미미용인연합회 전 회장은 “봉사라는 게 얼마나 아름다운 건지 미용봉사로 KCS를 찾기 전까진 몰랐다”며 “오늘도 사랑을 마음에 듬뿍 담아간다”고 말했다. <함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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