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S 컴퓨터 초급반 강좌를 듣고 있는 노인들이 스마트폰을 꺼내 카톡을 하고 있다.
손주 사진도 보고 데이케어센터 친구들과 교류
“정성 담아야 감동” 손카드 고집하는 노인들도
내년에 팔순을 바라보는 장영자 할머니는 요즘 스마트폰을 쓰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 스마트 사용이라고 해봤자 채팅 애플리케이션인 카카오 톡을 이용하는 게 전부지만, 그래도 시니어 데이케어 센터 친구들과 대화를 하고, 가끔 손주들이 보내주는 사진을 보는 게 신기하기만 하다.
무엇보다 요즘엔 크리스마스 메시지와 신년 인사가 쏟아져 행복하다. 장씨 할머니가 보여준 스마트폰에는 희망찬 2015년을 기원한다는 메시지가 쉽게 눈에 띄었다. 30일 하루에만 할머니 집의 정수기 필터를 갈아주는 판매업자 김씨나 시니어 데이케어 센터 디렉터, 그리고 요즘 교회에서 친해진 김 권사가 신년인사를 보냈다. 카톡으로 말이다. 본보와 대화를 나누는 중에도 장씨 할머니의 스마트폰은 계속 울어댔다. “카톡! 카톡! 카톡!”
최근 한인 노인층 스마트폰 이용자가 크게 늘어나면서 노인들의 신년 인사 풍속도도 바뀌고 있다. 특히 노인들 사이에서도 카톡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예전의 크리스마스 카드나, 새해 연하장을 카톡이 대신한지 오래다.
자연스럽게 노인들이 많이 모이는 뉴욕한인봉사센터(KCS) 경로회관이나 시니어 데이케어센터에는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는 노인들도 자주 목격된다. KCS 코로나 경로센터에서 만난 70대 노인은 “친구가 새해인사를 보내오면 ‘복사’(버튼)를 눌러서 다른 친구들에게 보내면 된다”며 “예전에 이거 없을 땐 어떻게 살았는지 몰라. 세상 참 편해졌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편리함이 일부 노인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기도 한다. 평소 연락을 못했던 사람들이 보내오는 새해 인사가 물론 반갑지만 한편으론 ‘정성’이 사라진 것 같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카톡 메시지가 ‘영혼 없는 울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실제로 노인들 사이에 주고받는 신년인사는 대부분 이미 남이 만든 사진이나 동영상, 글귀 등을 복사해 붙여 넣는 방식으로 전파되고 있다.
자신을 64세라고만 밝힌 한 노인은 “평소보다 많은 카톡이 오지만 마음을 담지 않아 감동이 덜 하다”며 “손 편지를 이메일이 대신하더니, 이젠 카드마저 카톡이 대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에는 크리스마스카드 하나 쓸 때도 얼마나 많은 정성을 담고, 어떤 글을 쓸까 생각했나 보라. 또 그걸 우체국에 부치러 가고 또 우체부 아저씨를 기다리지 않았나”라고 반문했다. <함지하 기자>